소방관, 2명중 1명은 트라우마…치료받는 사람은 ‘소수’

한림화상재단, 소방관 트라우마 극복 돕는 프로그램 개발

소방관 2명중 1명은 출동벨소리에 심장이 쿵쿵대는 등 트라우마를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뉴스1]
최근 소방관 2명 중 1명은 출동벨소리에 심장이 쿵쿵대는 등 트라우마로 정신 건강이 좋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그들 중 다수는 치료를 한 번도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림대한강성심병원 한림화상재단은 지난 5개월 동안 서울소방재난본부 소속 소방관 105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의 핵심 내용은 트라우마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의 경험 유무다.

조사 결과, 업무로 인해 트라우마를 경험한 소방관은 45%(477명)로 2명 중 1명꼴이었다. 절반가량은 정신병적 증세를 호소하고 있었으나 치료 경험은 낮은 수준이었다. 이들 중 트라우마를 치료해 본 경험이 한 번도 없던 소방관은 74%(354명)으로 다수를 이뤘다.

소방조직 내 트라우마 관련 프로그램이 부족하다고 느낀 소방관은 전체 65%(682명)이었으며 전문 트라우마 치료 개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소방관은 84%(883명)에 달했다. 참여자들은 PTSD 관련 키워드로 △CPR(심폐소생술) △출동벨소리 △사고 △출근 △현장 △부상 등을 꼽았다.

소방관 정신 건강에 대한 치료 개입이 시급한 가운데, 한림화상재단은 소방관의 심리정서를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소방관 트라우마 119 아카데미’라는 이 프로그램은 지난해 10월부터 현재까지 서울 소재 소방관 18명을 대상으로 무료 치료를 진행했다.

이 프로그램은 총 3개의 세션으로 이뤄져 있다. 한강성심병원 이병철 정신건강의학과장과 권승신 의료사회복지사, 한림화상재단 황세희 사무과장 등이 나서 소방관이 트라우마를 경험한 후 변화된 환경과 몸 상태에 적응하고 수용하는 방식, 트라우마에 대처할 수 있는 심신안정화 방법, 고압산소치료 등을 주제로 강의한다.

프로그램 수료자 소방관 강모씨는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는 상황을 마주했을 때 어떻게 마음을 조절하고 지킬 수 있는지 배울 수 있던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또 다른 수료자 소방관 신모씨는 “소방관만의 고유 특성에 맞춘 전문 치료 프로그램이 생겨서 감사할 따름”이라며 “도움이 필요한데도 프로그램의 존재를 몰라 주춤하는 동료들이 많이 알게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소방관은 정신 질환과 더불어 10명 중 7명은 직업병 등 신체 이상을 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소방공무원 건강진단 현황’에 따르면 건강진단을 한 소방공무원 6만2453명 중 4만5453명(72.8%)이 건강 이상 진단을 받았다.

이중 일반 질병은 86.3%(3만9211명), 직업병은 13.7%(6242명)였다. 일반 질병은 고혈압·고지혈증·심장·신장 질환 등이고 직업병은 폐결핵·난청 등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연기, 소음 등 유해 환경으로 인한 질환을 뜻한다.

용 의원은 “사이렌 등 장기간 높은 소음과 스트레스에 노출되고, 화재·구조 현장에서 유해성 가스나 분진을 흡입할 수밖에 없는 소방관의 열악한 근무 환경이 고스란히 건강 이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라며 “소방관의 건강 위험이 매년 심각해지고 있는 만큼 건강진단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조기에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종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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