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치료비 10%만”…간 기능 80% 망가지는 이 병은?

일부 비대상성 간경변증 대상 산정특례 적용

간경변증에 의해 간이 딱딱해지며 부풀어오른 상태를 묘사한 모습(왼쪽)과 이에 따라 복수가 차오른 모습. [자료=서울아산병원]
간경변증 환자 중에서도 중증에 속하는 ‘비대상성 간경변증'(말기 간경변증)의 치료비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중증 난치 질환을 대상으로 치료비의 10%만 본인이 부담하는 ‘특례산정제도’의 적용이 가능해진 덕분이다.

비대상성 간경변증이란 간 기능이 70~80% 이상 망가지며 각종 합병증까지 나타난 중증의 말기 상태를 가리킨다. 오랫동안 간경변이 진행하며 사실상 간이 기능하지 못하는 상태가 된 것이다. 복수가 차고 황달 증세가 나타나며 심각할 경우 정맥류 출혈이나 간성뇌증(혼수 상태)까지 발생한다. 원인은 장기간 과도한 음주, 바이러스성 간염, 지방간 등이다.

간 내부에는 통증을 느끼는 신경세포가 없어 간 기능이 망가질 때까지도 특별한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 따라서, 간경변증이 진행해도 증상이 식욕 부진, 소화불량, 복부 불쾌감 등에 그쳐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쉽다. 간경변증이 이렇게 말기까지 진행하면 사실상 간 이식 외에는 치료법이 없고, 증상 완화를 위해 항응고제 투약 등 장기간 요양 치료가 필요하다.

대한간학회는 지난해 12월 열린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비대상성 간경변증 환자에 대한 특례산정제도 근거를 마련했다고 전했다.

해당 건정심은 이전에는 혈우병의 하위 질환으로 분류됐던 ‘간질환에 의한 응고인자 결핍’을 분리해 별개의 상병코드(D68.4)로 등록했다. 또한, 응고인자 결핍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과 임상적 출혈 기준을 명확히 고쳤다. 해당 상병코드는 올해 1월부터 적용된다.

대한간학회는 산하 의료정책위원회를 중심으로 오랫동안 중증 간경변증에 대해 산정특례를 적용하도록 노력해 왔다. 이번 개정으로 일부 환자라도 우선적으로 의료비 부담을 완화할 수 있게 됐다. 학회는 향후 이를 더욱 확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방침이다.

대한간학회 전임 집행부로 해당 협의를 진행했던 제15대 의료정책위원회 장재영 이사(순천향대 의대)는 “일단은 적용 대상이 비대상성 간경변증 환자 중 일부겠지만, ‘의료비 부담 완화’라는 희소식을 전할 수 있어 기쁘다”면서 “간질환 환자를 위해 긴밀히 협조한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공단에도 감사 인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올해 학회에서 해당 역할을 이어받은 제16대 의료정책위원회의 김인희 신임 이사(전북대 의대)는 “간학회는 추후에도 간질환 환자들을 위해 복지부, 건보공단과 긴밀히 협조하겠다”면서 “간질환 환자들이 지속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도록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간경변증은 사망 위험도 매우 높다. 간학회의 지난해 5월 학술대회 당시 발표에 따르면, 간경변증 환자의 사망 위험도는 5대 암 환자보다 27%나 높았다. 특히, 말기인 비대상성 환자는 무려 82%나 높아졌다. 이는 학회가 간경변증 환자 2609명과 폐암, 직장대장암, 위암, 간암, 유방암 환자 4852명의 사망률을 2002년부터 8년간 추적 분석한 결과다.

‘간질환에 의한 응고인자 결핍 환자'(D68.4)의 산정특례 등록기준 변경안 비교. [자료=대한간학회]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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