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액=매출원가’인 제약사는 뭘로 먹고 살까

헬스케어기업 비용진단 <13> 에이프로젠·종근당바이오·화일약품 매출원가율 90% 넘어

중견 제약사 가운데 매출원가가 매출액의 90%를 넘나드는 회사들이 다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영업손실을 피하기가 어렵지만 알피바이오와 화일약품은 판매관리비를 억제해 소폭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코메디닷컴과 기업 비용절감 전문회사 코스트제로는 국내 제약사들의 지난해 3분기 결산자료를 바탕으로 각종 비용을 조사해 이같은 결과를 얻었다. 조사 대상은 네이버페이증권에서 제약업으로 분류된 기업 151개다.

앞서 3분기 누적 매출액 기준 1~40위까지 40개사를 10개 회사씩 나눠 조사한 데 이어 이번에는 41~60위 기업을 분석했다. 여기에는 종근당바이오, 팜젠사이언스, 바이넥스, 경동제약, 휴메딕스, 알피바이오, 에이프로젠, 이연제약, 한올바이오파마, 환인제약, 대화제약, 씨티씨바이오, 유유제약, HLB제약, 부광약품, 국제약품, 화일약품, 국전약품, 코오롱생명과학, 녹십자웰빙 등이 포함된다. 이들의 3분기 누적 매출은 최대 1250억원(종근당바이오), 최소 866억원(녹십자웰빙)이었다.

조사에 따르면 20개 기업 중 에이프로젠, 종근당바이오, 화일약품, 알피바이오, 코오롱생명과학 등은 매출액의 87~99%를 매출원가로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151개 제약사 평균 매출원가율 58.7%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높다.

이중 에이프로젠의 매출원가율이 99.5%로 조사돼 가장 높았다. 제품을 만드는데 들어간 재료비와 인건비 등이 매출액과 거의 비슷한 구조를 지닌 것이다.

이 회사는 바이오시밀러 임상 3상시험을 진행하면서 개발비 등 대규모 비용이 생긴 반면, 매출은 아직 발생하지 않아 원가율이 높아졌다고 설명한다. 에이프로젠은 지난해부터 유방암 치료제 ‘허셉틴’ 바이오시밀러의 글로벌 임상 3상시험을 유럽에서 진행하고 있다.

원료의약품 회사인 종근당바이오의 매출원가율은 매출 대비 94.2%로 나타났다. 대체로 원료의약품 회사들은 완제의약품 회사에 비해 매출원가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지난해에는 국제 원료 가격이 올라 매출원가율이 높아졌다고 종근당바이오 측은 설명했다.

매출원가율이 높은 5개 회사 중 에이프로젠과 코오롱생명과학(매출원가율 87.6%), 종근당바이오는 각각 3분기에 56.4%, 17.4%, 12.1%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반면 알피바이오(매출원가율 88.3%)와 화일약품(매출원가율 90.7%)은 각각 6.0%, 1.4% 영업이익을 올렸다.

매출원가율이 90%에 가까운데도 알피바이오와 화일약품이 영업이익을 낼 수 있었던 것은 판매관리비를 강하게 통제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B2B(기업간거래)에 가까운 영업을 하는 알피바이오와 화일약품의 판관비 비중은 각각 5.6%와 7.7%에 그쳤다. 전체 제약사 평균 34.2%에 비해 크게 차이가 난다.

알피바이오는 의약품·건강기능식품을 OEM(주문자상표부착), ODM(주문자개발생산)으로 만드는 회사다. 보통 제약회사들은 판관비 중에서 급여, 연구개발비, 지급수수료 등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이 회사는 급여가 매출 대비 3.1%로 업계 평균(7.0%)의 절반에 못미쳤다. 지급수수료도 0.35%로 업계 평균(5.84%)보다 크게 작았다. 연구개발비도 매출 대비 1% 미만이었다.

화일약품도 판관비를 아껴 이익을 냈다. 급여 비중이 매출 대비 3.3%로 집계됐고, 지급수수료와 연구개발비는 매출 대비 1%가 채 되지 않았다.

    천옥현 기자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1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