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왜 안 듣지?”…항생제 내성이 무서운 이유

항생제 내성 문제... 의사-환자 모두 심각성 알아야

항생제를 남용하면 내성을 키울 수 있다.  열이 난다고 무조건 항생제를 쓰다 보면 오남용이 될 수 있다.  항생제는 세균 감염증 치료제로만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내가 자주 복용하는 약에 내성(耐性)이 생기면? 내성은 어떤 약물에 대하여 세균 등이 저항하는 현상이다. 환자가 약물을 반복적으로 복용하면서 약효가 뚝 떨어지는 것이다. 국내에서 기존 항생제가 듣지 않는 내성균에 감염돼 사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왜 이런 문제가 생긴 것일까?

항생제 약효 없어져 사망자 증가내성 강해져 치료에 어려움

일부 항생제(카바페넴 계열)에 내성을 가진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목 균종(CRE)’ 감염증 사망자가 매년 늘고 있다. 세균을 죽이거나 증식을 억제하는 항생제의 약효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CRE는 요로 감염, 폐렴, 패혈증 등을 일으키는 무서운 감염병이다. CRE 환자는 2017년 5717명에서 2023년 3만 8324명으로 6배 정도 늘었지만, 항생제 내성이 강해져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CRE 외에도 법정 감염병들의 항생제 내성도 강해지고 있다. 국립보건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내성균 종류인 녹농균(PAE)은 내성률이 2016년 14.9%에서 2022년 34.8%로 늘었고, 아시네토박터바우마니균(ABA)은 매년 86~92%의 내성률을 보이고 있다. 약이 잘 듣지 않으니 환자 치료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항생제 듣지 않자항생제 치료 지침 바꿨다

최근에는 어린이들 사이에서 유행 중인 소아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에 항생제가 듣지 않자 질병관리청이 치료 지침을 지난 26일 개정하기도 했다. 마크로라이드계 항생제는 마이코플라스마 폐렴에 우선 투약되는데, 절반 넘게 약효가 생기지 않자 다른 치료제 사용 지침을 내놓은 것이다. 개정된 지침에는 2차 치료제와 대체 치료제 선택, 병용 약제·식품 관련 주의사항 등 진료 정보가 담겼다.

항생제 내성 문제, 세계적인 이슈매년 79000여 명 사망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항생제 내성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발간한 자료를 통해 “항생제 내성 문제가 인류의 건강에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했다. 세계 각국에서 매년 약 7만 9000명이 항생제 내성 감염으로 사망한다. 주요 사망 원인 세균은 대장균, 폐렴균, 황색포도상구균이다.

2021년 한국의 항생제 사용량은 인구 1000명 당 16.0 DDD에 달한다. OECD 38개국 평균(13.1)을 뛰어 넘는다. DDD는 의약품 규정 1일 사용량이다. 2011년 24.3에 비해서는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처방량이 많다. OECD는 항생제 사용 최적화, 감시 시스템 확대 등 대안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의사, 환자 모두 항생제 내성 문제 심각성 알아야

감기는 80% 이상이 바이러스에 의한 것이므로 세균성 인두염(목감기)이 아닌 경우 가급적 항생제를 쓰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열이 난다고 무조건 항생제를 쓰다 보면 오남용이 될 수 있다. 비감염성 질환에서 잠시 열이 있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불필요한 항생제를 계속 투여하면 세균이 약물 효과를 견디는 저항력이 커진다.

의사 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항생제 내성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항생제 남용은 치료는커녕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항생제 이름을 기록해 두었다가 병원을 옮겼을 때 의사에게 알려주는 게 좋다. 항생제 복용 후 장 건강이 매우 나빠지는 경우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점점 커지는 항생제 내성 문제는 보건 당국 뿐만 아니라 의료진, 환자들의 협조가 중요하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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