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내 간 줄 수 있어”…말기 간 질환자 가족 ‘희망’ ↑

생체 간 이식 받은 말기 간 질환자 예후 분석

뇌사자 간 이식이 권장되던 말기 간 질환자의 애타는 기다림이 줄어들 가능성이 열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말기 간 질환자도 이전보다 쉽게 간 이식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증 간 질환자는 그동안 주로 뇌사자로부터만 간 이식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살아있는 사람 간의 일부를 이식 받는 생체 간 이식을 받을 경우 예후가 좋지 않았다는 과거의 연구 결과들 때문이다. 때문에 사망 직전의 간 질환자 위주로 비교적 적은 수로 생체 간 이식이 진행돼 왔을 뿐이다.

그러나 최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김덕기 교수 연구팀은 중증 말기 간 질환자가 생체 간 이식을 받아도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밝혀냈다. 장기간 환자들의 예후를 분석한 결과다.

김덕기 교수 연구팀은 멜드(MELD)점수가 높은 중증 말기 간 질환자가 생체 간 이식을 받으면 뇌사자 간 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보다 생존율이 3배가 높았다고 밝혔다. 멜드(MELD) 점수는 간 질환의 심각도를 측정한 점수로, 높을수록 뇌사자 간 이식을 우선적으로 받을 수 있다. 멜드 점수가 30점 이상으로 높은 말기 간 질환 환자에게는 생체 간 이식은 크게 권장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2005~2021년 세브란스병원에서 간 이식을 기다린 중증 환자 649명을 대상으로 1년 생존율과 거부반응 발생률을 추적 조사했다. 이때 생체 간 이식을 받은 A군(205명), 뇌사자 간 이식을 기다린 B군(444명)으로 나눠 관찰했다.

조사 결과 실제 간 이식을 받은 환자 수는 A군(생체 간)에서 187명(91.2%)이었다. 간 이식 기회가 B군(177명, 39.9%)보다 2배 이상 많았다. 끝내 간 이식을 받지 못한 B군의 1년 생존율은 28.8%로 매우 낮은 반면 생체 간 이식을 받은 A군의 생존율은 77.3%로 약 3배 높았다.

이후 연구팀은 간 이식을 받은 두 그룹의 예후를 비교했다. 생체 간 이식을 받은 A군의 합병증, 거부반응 발생률 등이 뇌사자 간을 받은 B군과 큰 차이가 없었다. 또한 생체 간 이식 기증자들도 큰 합병증 없이 회복했다.

연구팀은 간 이식이 필요한 중증 말기 간 질환 환자가 생체 간 이식을 받으면 뇌사자 간 이식 대기 순서만 기다리는 것보다 간 이식의 기회가 커질 수 있으며 생존율도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김덕기 교수는 “뇌사자 간 기증 건수가 적어 중증 말기 간 질환자는 대기만 하다가 이식받지 못하고 죽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연구로 중증 간 질환자의 생체 간 이식 기회가 확대됐고, 간을 이식해 줄 가족이 없는 환자도 앞서 있던 대기자가 생체 간 이식으로 빠지면 그만큼 뇌사자 간 이식 기회가 늘어나 결국 대기 시간이 줄어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간 이식은 간이 제 기능을 할 수 없을 만큼 상태가 악화한 중증 말기 간 질환의 유일한 치료법이다. 생존한 기증자에서 간을 기증받는 생체 간 이식과 뇌사자 간 이식, 둘로 나뉜다.

국내에서는 뇌사자의 장기 기증 수가 부족해 간 이식의 70% 이상은 생체 간 이식으로 진행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외과학회지(International Journal of Surgery)》 최신 호에 게재됐다.

    임종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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