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로운 눈, 순하게”…눈꼬리 수술로 해결될까?

[박준규의 성형의 원리]

의사가 환자를 처음 만나 진료 기록을 쓸 때 가장 첫 줄에 쓰는 것이 주소(chief complaint)입니다.

여기서 ‘주소’는 집 주소가 아니고 ‘주요 호소 증상’을 말합니다.

본인이 표현한 ‘주소’에 대하여, 병력을 듣고 진찰과 검사 등을 거쳐 환자의 이상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진단(diagnosis)입니다. 의사의 업무 중 가장 중요한 두 가지가 ‘진단’과 ‘치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진단 과정에서 환자의 ‘일상어’는 의사의 ‘전문용어’로 바뀝니다. 예를 들어 ‘역류성 식도염’으로 속이 쓰린 환자가 heartburn(심장이 타는 느낌)이라 표현한다고 해서, 의사가 이를 심장의 문제라 받아들이지는 않습니다. 비과학과 과학의 경계는 ‘약속된 용어’로 표현하는 지점에서 시작됩니다. 그러니, 진단은 어찌 보면 비과학에서 과학으로 접어드는 관문인 셈입니다.

성형외과가 여느 의학 분야와 다른 독특한 특성 중 하나가, 환자의 주소(주요 호소 증상, cheif complaint)가 그대로 진단이 되기도 한다는 것입니다. 전문 용어가 아닌 환자 본인의 일상어로 진단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고, 때론 환자가 표현한 내용을 그대로 잘 파악하는 것이 더 좋은 진단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성형외과학의 모든 이론과 술기는 철저히 과학에 기반하고 있지만, 이런 면에서 성형외과학은 한 발쯤 비과학에 내딛고 있는 과학처럼 느껴집니다. 나아가 예술과 과학의 중간 지점 같다는 생각도 종종 하게 됩니다.

그런데, 환자의 일상어가 주소가 되고 진단이 되어, 이것이 바로 치료의 방향을 결정하다 보면 언어로 인한 오해 때문에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기도 합니다. 수술할 의사를 결정하는 과정에 환자의 취향이 크게 작용하고, 본인 말대로 해주는 의사가 선택되며 이런 문제가 더 확대되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예시로 자주 드는 것이 ‘매부리코’와 ‘눈꼬리’라는 말입니다.

‘매부리코’는 말 그대로 ‘매의 부리’처럼 생긴 코란 뜻으로, 콧대가 높게 튀어나온 모양을 뜻합니다. 높게 튀어나온 부분을 ‘비봉(hump)’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매부리코’라는 말에서 많은 분들이 떠올리는 느낌은 돌출된 콧등입니다.

‘매부리코’는 말 그대로 ‘매의 부리’처럼 생긴 코란 뜻으로, 콧대가 높게 튀어나온 모양을 뜻합니다. 높게 튀어나온 부분을 ‘비봉(hump)’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매부리코’라며 성형외과를 찾는 한국인의 코를 보면 코끝이 낮은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이런 경우 필요한 수술은 물론 코끝을 높이는 것입니다.

한국인의 매부리코는 주로 코끝이 낮은 코입니다.

간혹 콧등이 높은 경우도 있지만, 이런 경우도 대개 코끝은 낮습니다.

간혹 콧등이 높은 경우도 있지만, 이런 경우도 대개 코끝은 낮습니다.

그러므로, 한국인 매부리코의 본질은 ‘코끝이 낮은 코’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매부리코’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려 생각하다 보니 콧등 수술을 우선 고려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콧등을 깎아 줄이는 불필요한 수술이 자주 시행됩니다.

아쉽게도, 이런 상황에 의사들의 오해도 함께 작용합니다. 서양인의 매부리코는 대개 콧등이 큰 코이고, 코 수술 교과서들에서도 코를 낮추는 수술에 대한 내용이 주류를 이루기 때문입니다.

서양인의 매부리코는 콧등을 낮춰야 하는 코가 많습니다..

다음으로 ‘눈꼬리’라는 말입니다.

저의 학창 시절 당시 ‘눈꼬리’는 비표준어로, ‘눈초리’만이 표준어였습니다.

‘초리’는 ‘꼬리’의 고어이니, 눈초리와 눈꼬리는 완전히 같은 말이라 할 수 있겠지만, 언중의 인식은 이와 조금 달랐습니다. 눈초리는 표정을, 눈꼬리는 신체 부위를 지칭하는 말로 더 흔히 쓰였고, 국립국어원은 2011년에야 두 말을 모두 표준어로 인정하였습니다. 그래서인지 ‘눈초리가 올라갔다’ ‘눈꼬리가 매섭다’ 등의 표현들도 여전히 종종 쓰이고 있습니다.

날카로운 눈에서 ‘눈꼬리가 올라갔다’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눈꼬리가 올라갔는지 확인해 보는 이는 거의 없습니다.

다음 사진에서 두 명의 눈꼬리를 비교해 보겠습니다. 아래 두 눈의 눈꼬리는 각도 차이를 알기 힘들 정도로 흡사합니다.

이 두 눈의 눈꼬리는 비슷합니다.

그런데 눈 전체를 보면 매우 다른 느낌입니다.

눈전체를 보면 느낌의 차이가 큽니다. 차이는 가쪽(눈꼬리)이 아닌 안쪽에서 납니다.

눈꼬리가 올라가 보이는 한예슬 씨와, 눈꼬리가 내려가 보이는 문근영 씨이지만, 정작 눈꼬리만 놓고 비교해 보면 차이를 발견하기 힘듭니다.

눈 전체를 보면, 눈꼬리가 올라간 듯 보이는 한예슬 씨의 눈은 ‘눈머리(안쪽 눈구석)’ 가 내려가 있습니다.

만약 눈꼬리가 내려간 느낌을 원해서 수술을 받는다면, 당연히 꼬리를 내리는 것이 아니라 안쪽을 올려줘야 합니다.

눈꼬리가 내려간 느낌을 원한다면, 눈꼬리를 내리는 것이 아니라 안쪽을 올려줘야 합니다.

때론, 눈꼬리가 올라가 예뻐진 눈 사진들이 사람들을 유혹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사진들을 잘 들여다보면 대부분 눈 안쪽의 변화가 동반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눈꼬리가 올라갔다 생각한 분들이 눈꼬리를 내리는 수술을 받으며, 아름답지도 건강하지도 않는 눈이 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자주 벌어지고 있습니다.

눈꼬리가 내려간 눈은 아름답지도 건강하지도 않습니다.

이처럼 명명의 오류(mislabeling)에서 비롯된 오해 때문에, 엉뚱한 수술을 원하는 경우는 무수히 많습니다. 이런 사례들을 정리하다 보니 도움이 되는 정보들이 더 있어, 이후 수 회에 걸쳐 이런 예시들에 대해 살펴볼까 합니다. 읽어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하는 오해들을 찾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박준규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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