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체 금속 이용한 ‘인공 망막’ 개발…이식 후 염증 우려 해소

3차원 전극 구조도 적용해 망막 밀착 가능

최근 세브란스병원 연구진인 실명 환자의 시력을 회복시킬 수 있는 소프트 인공망막이 개발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국내 연구진이 인공망막 기술의 기존 한계점을 해소한 ‘소프트 인공망막’을 개발했다. 고체 금속 대신 망막조직과 유사한 부드러운 소재의 액체 금속을 이용해 망막 손상을 최소화하는 등 안전성을 높였다.

인공망막은 눈이나 뇌에 금속 재질의 전극(전기를 통하게 하는 단자)을 삽입하는 기술이다. 눈을 통해 들어오는 시각과 색상 정보를 전기신호로 바꿔 뇌로 전달하는 망막의 역할을 대체하는 것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표면이 거칠고 단단한 금속 재질은 부드러운 신경조직에 손상을 유발해 염증을 일으키고 흉터를 남길 수 있다. 또한, 이 때 발생한 흉터 때문에 신경조직과 전극 사이에 전기신호가 전달되지 않는 경우도 생긴다.

최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안과 변석호 교수 연구팀이 새로 개발한 ‘소프트 인공망막’은 이러한 기존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액체 금속을 사용해 생체 적합성을 높였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재질이라 신경조직을 덜 자극하고 곡면인 망막 표면에도 최대한 밀착하도록 바늘 모양의 3차원 전극을 적용했다.

연구팀은 망막 퇴행으로 실명한 실험쥐를 통해 소프트 인공망막의 시력 회복 가능성도 확인했다. 소프트 인공망막을 이식하기 전 쥐의 망막은 빛에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식 후 쥐의 망막에 빛을 비추자 빛을 받지 않은 부분보다 약 4배나 더 많은 망막 신호가 발생했다. 빛의 형태에 따라 반응도 달라져 시력이 일부 회복했음을 증명했다.

액체금속을 바늘 모양의 전극으로 구현하면서, 같은 소재의 평면 전극 방식보다 신호전달 효율도 2배가량 높았다. 아울러, 기존의 고체 금속 소재와 비교해 망막 손상, 염증반응 등 자극 전극 주변에서 면역반응이 발생하지 않은 것도 확인했다.

변석호 교수는 “기존의 인공망막과 비교해 망막조직의 손상을 줄이고 망막의 불규칙한 표면에도 전극을 정확하고 안정적으로 접촉할 수 있다”면서 “향후 실명 환자들을 위한 맞춤형 인공망막 개발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Nature Nanotechnology)》에 게재됐다.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ature.com/articles/s41565-023-01587-w)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연구진이 개발한 인공망막을 실험쥐에게 이식한 모습과 3차원 전극 모식도(위) 및 해당 인공망막이 빛에 반응한 망막신호. c와 같이 인공망막에 빛을 비췄을 때 e와 같은 망막신호가 발생했으며, f에서처럼 빛을 비춘 형태를 바꾸자 이에 따라 망막신호도 변화해 시력 회복을 시사했다. [자료=세브란스병원]
    임종언 기자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