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사태’ 지분대결하면… “버거운 임종윤”

캐스팅보트는 한양정밀 신동국 회장

[한미약품 본사]
한미약품그룹과 OCI 통합 선언이 경영권 다툼으로 번지는 가운데 지분 대결로 가더라도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이 역전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과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 측 지분에 비해 열세라는 게 제약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17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통합에 반발한 임종윤 사장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추가 확보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지만 주주 구성을 면밀히 따져보면 임종윤 사장 측이 밀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통합 전 송 회장(11.66%)과 임주현 사장(10.20%), 임 사장의 두 자녀 지분 2.12%를 더하면 총 23.98%다. 여기에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가현문화재단(4.9%) 지분까지 더하면 29.88%다.

앞서 한미사이언스는 15일 공시에서 OCI와 주식양수도 계약 당사자를 기존 송영숙과 임사장의 자녀들에서 송영숙, 재단법인 가현문화재단으로 변경했다. 임주현 사장의 두 자녀 대신 가현문화재단을 내세운 것인데, 이는 재단이 송 회장 편에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임종윤 사장(9.91%) 측은 아내 홍지윤 씨(1.11%)와 세 자녀를 포함한 가족 지분이 총 14.22%다. 여기에 동생 임종훈 사장(10.56%)과 가족 지분 총 13.79%를 합치면 28.01%다. 송 회장 측 지분에 비해 부족한 모양새다.

결국 한미사이언스 지분 11.12%를 보유한 한양정밀 신동국 회장이 캐스팅 보트인 셈인데, 송 회장 측 우군이라는 게 유력한 분석이다. 신 회장은 고 임성기 회장의 고향 후배로 2000년대 초반부터 한미사이언스에 투자했다. 고 임 회장 생전에 임 회장 편에서 회사의 중대 사안에 참여했고, 임 회장 별세 이후에는 송 회장과 발을 맞춰왔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은 이번에도 송 회장을 지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임성기재단 또한 송 회장 쪽에 있다고 알려졌다. 임성기재단은 고 임 회장의 경영철학을 후대에 계승하기 위해 2021년 설립된 공익법인으로 한미사이언스 지분 3%를 보유하고 있다. 재단 이사장은 한미약품에 1984년 입사해 제약업계 최연소 연구소장을 거친 이관순 전 부회장이 맡고 있다.

국민연금은 한미사이언스 지분 6.76%를 보유하고 있지만 ‘투자 목적’으로 보유한 만큼 중립적인 입장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임종윤 사장이 몸값을 높이기 위해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업계관계자는 “임 사장은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디엑스앤브이엑스를 위해 사채를 끌어다 쓴 것으로 알려진다”며 “상속세도 내야 해서 돈이 급한 상태인데, 경영권 분쟁을 부각함으로써 별도의 댓가를 바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임종윤 사장은 상속세 자금 마련 등을 위해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담보로 막대한 대출을 일으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번 다툼에서 디엑스앤브이엑스의 역할도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가 임 사장을 뒷받침할 만큼 자금 여력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322억원, 영업이익은 26억원에 그친다. 현금성 자산은 약 137억원이다. 임 사장은 이 회사 지분 19.25%를 보유하고 있다.

이와 관련, 디엑스앤브이엑스 관계자는 “임종윤 사장이 회사의 최대주주이자 사내이사인 것은 맞지만, OCI 관련 상황은 개인적인 문제”라며 “당사 법무팀에서는 한미-OCI 관련 법적 부분에 대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2일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은 한미사이언스 지분과 OCI홀딩스 지분을 맞교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한미사이언스 지분 27.0%를 OCI홀딩스가 7703억원에 취득하고, OCI홀딩스 지분 10.4%는 임주현 사장 등이 취득하는 방식으로 양사 통합을 선언했다.

    천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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