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성형 두번 세번”…재수술 할 때 연골은 어떻게?

[박준규의 성형의 원리]

코 성형술 시 코끝은 자가 연골로만 수술하는 것이 좋은데, 가장 우수한 재료가 바로 이 비중격 연골입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지난주에 상담 오셨던 분의 이야기입니다.

“이전에 코 성형술을 두 번 했어요. 첫 수술에서 비중격 연골을 썼는데요. 결과가 아쉬워서 두 번째 수술을 했는데, 첫 수술 시 비중격 연골을 이미 써서 연골이 없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기증 연골을 썼는데 시간이 지나니 다시 낮아져서 세 번째 수술을 알아보는 중이에요. 그런데 상담을 다녀보니 이미 비중격 연골이 없어서 늑연골(갈비연골)을 쓸 수밖에 없다고 들었어요. 가슴 흉터도 싫고 아픈 것도 무서워서 늑연골은 가능하면 안 쓰고 싶은데, 어쩌죠?”

이야기를 들으면서 환자 CT를 들여다보던 제가 의아해서 되물었습니다.

“코 수술 상담 다니면서 본인 CT 봤어요?”
“아뇨, CT는 안 찍었어요. ”
“여기 CT 보면 비중격 남아 있는데요?

비중격은 양쪽 콧구멍을 나누는 중간 벽을 뜻합니다.

비중격. [그림=영문 위키백과]
코 성형술 시 코끝은 자가 연골로만 수술하는 것이 좋은데, 가장 우수한 재료가 바로 이 비중격 연골입니다. 코끝의 모양을 잡기에 적절한 강도와 모양을 가지고 있으며, 연골을 얻기 위해 귀나 가슴 등 다른 곳을 추가로 절개할 필요도 없습니다. 많은 성형외과 교과서들에서도 우선적으로 비중격 연골 사용을 권유하고 있습니다. 코 성형을 주로 하는 성형외과 의사들이 때론 이 비중격을 ‘신의 선물’이라고 부를 정도입니다.

서양인에 비해 코가 작은 한국인에서 비중격은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다는 의견도 있지만, 숙련된 의사가 채취할 시 대부분의 경우에서 비중격 연골만으로 충분한 재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최근 더 높은 코를 추구하는 경향에 늑연골(갈비연골) 사용도 증가하는 추세이지만 굳이 티 나게 높은 코를 원하지 않으면 늑연골이 필요한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그런데, 이전의 비중격 수술로 비중격 연골이 손상되거나 제거되면, 이후 코 성형술 시 가장 좋은 재료인 비중격이 부족할 수 있습니다. 특히. 짧은 코나 복코처럼 튼튼한 자가 연골이 더 많이 필요한 수술에서 비중격이 부족하다면, 어쩔 수 없이 늑연골을 채취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가슴의 흉터를 남기고, 전신마취가 필요하며 수술비는 크게 올라갑니다. 늑연골 코 수술을 원치 않는 분들도 많지만, 실제로 상담을 다녀 보면 이전에 비중격을 사용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늑연골을 써야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됩니다.

그런데, 막상 CT를 보면 비중격 연골이 남아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비인후과에서 휘어진 비중격을 교정하는 수술을 받았거나, 심지어 이전 코 성형수술에서 비중격을 사용했던 경우에서도 비중격 연골이 충분히 남아있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비중격이 휘어진 ‘비중격 만곡’으로 이전에 수술을 받은 경우는 대개 비중격 사용에 문제가 없습니다. 비중격 만곡 교정을 위해 비중격을 크게 제거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전혀 제거하지 않기도 합니다. 휘어진 연골에 칼집을 내주면 펴질 수 있어서, 칼집을 내는 수술만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연골막에 칼집만 내줘도 펴질 수 있습니다. [그림=ACTA otorhinolaryngologica italica 2013;33:146]
이렇게 칼집이 여러 개 나 있어도 연골을 제거하지 않았다면, 코 성형술에 쓸 연골은 충분합니다.

전 비중격 수술 시 칼집만 내고 연골이 온전히 남아 비중격 연골을 충분히 채취한 모습.

이전에 코 성형술을 위해 비중격을 채취했지만, 남아있는 비중격 연골만으로 재수술할 수 있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비중격을 채취하는 원리를 보면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코를 지지하는 L자 형태의 기둥(L-strut)을 남겨야 합니다. 이외의 연골은 모두 채취할 수 있습니다. 뒤쪽의 비중격이 더 두껍고 튼튼하지만, 채취 난이도가 높습니다. [그림=Atlas of Endoscopic Sinus and Skull Base Surgery (2nd Edition)2019, Elsevier]
비중격을 제거하는 경우 앞쪽 부분은 코를 지지하는 기둥 역할을 하므로, ‘L-지주(기둥)’라고 하여 L자 형태로 남겨둬야 합니다. 이 말은 뒤집어 보면, ‘L-지주’를 제외한 나머지 비중격 연골은 100% 제거하여도 코의 구조와 기능에 문제가 전혀 없다는 뜻입니다. 오히려 뒤쪽의 연골을 더 제거해 주면 비중격이 휘어 있는 ‘비중격 만곡’을 효과적으로 교정하는 데에도 유리합니다.

뒤쪽 깊은 곳일수록 연골을 채취하는 난이도가 크게 올라가는데, 앞쪽의 비중격 연골은 더 얇고 힘이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뒤쪽의 연골을 충분히 채취하지 못한다면, ‘작고 얇은’ 앞쪽 비중격만으로 수술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따라서, 첫 수술 시 비중격을 사용했는데, 코끝에 힘이 없고 약하다면, 비중격을 충분히 채취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래 사진은, 첫 코 성형술 시 비중격 연골을 사용했는데, 수술 결과 코가 낮고 퍼져 모양이 마음에 들이 않아 재수술을 한 경우입니다. 이분은 첫 수술 시에 본인의 비중 격이 작고 약했다고 들었는데, 재수술 시 이전에 사용한 깨끗이 분리하니 실제로 작고 얇았습니다.

첫 수술 시 사용했던 연골을 재수술 시 깨끗하게 회수한 모습입니다.

하지만, 수술 시 비중격 쪽을 살펴보니, 뒤쪽의 두껍고 튼튼한 비중격 연골은 원래 자리에 그대로 남아있었습니다.

왼쪽이 재수술 시에 새로 채취한 비중격 연골로 두껍고 튼튼한 부분이 충분히 남아있습니다. 오른쪽은 첫 수술 시 썼던 비중격 연골입니다. 얇고 작게 채취되어 첫 수술 시 연골이 부족한 원인이 되었을 것입니다.
두 연골을 합쳐 보니 온전한 원래 비중격이 되었습니다. 이 정도면 수술에 충분한 양입니다.
(좌) 이상적으로 충분히 채취한 모습 (우) 뒤쪽의 튼튼한 연골은 채취하지 못하고 앞쪽의 얇은 부분을 작게 채취한 모습 .

이분은 첫 수술에 비중격을 충분히 채취했다면 연골이 부족하지 않았을 것이라 추측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첫 수술 시 비중격을 썼다고 해도, 재수술 시에는 비중격으로 수술할 수 있는 경우가 드물지 않게 있습니다

간단하게는 CT로 확인해 보면 비중격 연골이 남아있는 양을 대략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코 수술 전에도 CT를 확인해 보는 곳들이 많으므로, 상담 시에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CT가 없더라도 콧구멍 안으로 빛을 비추며 확인해 보면 연골이 남아있는 정도를 추측할 수 있습니다.

    박준규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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