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플 때 누가 내 마음을 위로할까?

[김용의 헬스앤]

항암화학치료는 참 힘들다. 메스꺼움과 탈모, 구토를 반복하는 항암치료를 열 번 이상 받는 경우도 있다. 이들의 정신적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도 과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의사인 내가 환자가 되어 보니까, 아픈 사람의 마음을 더 이해하게 됐어요”

유능한 의사로 소문난 A씨는 스스로 본인의 암을 발견했다. 새로 도입한 의료기기를 테스트하던 중 몸의 이상을 발견한 것이다. 암을 직감한 그는 해당 전문의를 찾아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병원 진료를 쉬고 자신의 치료에만 집중한 것이다. 다행히 초기 암이어서 예후(치료 후 경과)가 좋아 회복 속도가 빨랐다. 늘 걱정이 가득한 환자 얼굴만 보다 자신이 병상에 누워보니 “암에 걸린 사람의 마음이 이렇구나…”라며 반성했다고 한다.

혈액암에서 회복 중인 안성기 배우(71)는 위기를 넘기고 보니 주변 환자들이 친구처럼 다가왔다고 했다. 동병상련(同病相憐)을 실감한 것이다. 같은 병을 앓는 사람끼리 서로 위로하고 도움을 준다는 말이다. 그는 치료비를 걱정하는 일부 환자들에게 작은 정성을 보태고 싶다며 자신의 암 치료를 맡아 준 병원에 1억 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그는 암 발병 전 운동, 음식 조절 등 자기 관리에 철저한 사람이었다. 갑자기 암 진단을 받자 그는 “가족력도 없는 내가 왜…”라며 충격이 컸다고 했다. 암은 발병 원인을 모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절망감, 배신감 그리고 분노… “암 환자의 마음을 아세요?”

가벼운 병이 아닌 중병에 걸린 사람은 정신적 스트레스가 높다. 암 환자는 진단 초기 절망감과 마주한다. 가족의 얼굴을 보며 마음을 추스리다가 다시 감정이 요동친다. 암 진단 직후 “암에 안 걸려본 사람은 누구도 지금 내 마음을 이해할 수 없다”며 고립감에 빠지기도 한다. 고통스런 항암치료 때 “먹어야 산다”며 음식을 권하는 가족에게 짜증을 넘어 분노를 터뜨리기도 한다. “내가 이러면 안 되지…”라며 감정을 억누르다가도 이내 분출하고 만다.

특히 암을 늦게 발견한 사람의 심리적 동요는 상상을 초월한다. “말로만 들었던 ‘말기 암’을 내가 겪다니…” “왜 하필 나야?” 말할 수 없는 절망감에 배신감까지 엄습한다. 땅이 그대로 꺼지는 느낌일 것이다. 암을 일찍 발견하면 만성질환처럼 치료해 완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다. 실제로 암세포가 위에만 있는 초기 위암의 경우 5년 상대 생존율이 97.5%나 된다. 그러나 암이 위를 벗어나 멀리 떨어진 다른 장기에 전이되면 생존율이 6.7%로 뚝 떨어진다. 귀찮다고 위내시경을 미룬 것을 후회할 수 있다.

동병상련의 마음을누구나 환자가 될 수밖에 없다

가끔 유명인이 자신의 SNS에 투병 생활을 공개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관종’이란 말로 폄하해선 안 된다. 병은 널리 알려야 좋다는 말이 있다. 혼자서 끙끙 앓기보다는 주변에 알리면 같은 병을 경험한 사람들로부터 보탬이 되는 말을 들을 수 있다. 동병상련의 마음을 서로 나누는 것이다. 수많은 환자동우회는 아픈 사람들이 서로 위로하고 치유에 도움되는 정보를 교환하는 쉼터다. 건강한 사람도 환자들을 통해 질병 예방 팁을 전해 들을 수 있다.

힘들게 자신의 병을 공개한 사람에게 괜히 “시선 끌기 용”이라며 비난하는 경우도 있다.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사람이 주변 사람의 시선을 끌어서 무슨 소용이 있을까? 갈수록 ‘너그러움’이 사라지는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앓다가 죽는다. 자다가 고통 없이 죽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몇 달, 아니 몇 년을 병으로 누워 지내다 죽는 사람도 많다. 결국 누구나 환자가 될 수밖에 없다. 환자의 절박한 심정은 지금은 건강하지만 ‘미래의 환자’가 이해해야 한다.

나는 오늘 상처가 되는 말을 했나?… “모든 환자 분들 힘내세요

입원 치료를 받은 그 의사는 병원의 모든 사람들이 새롭게 보였고 고마웠다고 한다. 의사, 간호사는 물론 정성껏 병실 청소를 해준 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이제 다시 진료를 시작한 그는 환자들을 더 친절하게 대하려고 노력한다. 병상에 누워보니 의사의 친절한 말 한마디가 가슴에 와 닿았다는 것이다. 퇴근하면 “나는 오늘 환자에게 상처가 되는 말을 했나?…”라고 반문한다.

나는 오늘도 아픈 사람들 본다. 그들은 생활습관이 나빠서 병에 걸린 것만은 아니다. 유전 등 이유를 모른 채 암을 앓고 있는 사람도 많다. 그들은 실의에 잠겨 있다. 항암 치료는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머리가 빠지고 구토를 반복하는 것을 앞으로 열 번 이상 이어가는 경우가 있다.

병실 복도를 걷는 환자를 보고 얼른 한쪽으로 비켜 서며 공간을 내줬다. “힘내세요. 완치할 겁니다”를 마음 속으로 건네며…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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