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도 식을 줄 모르는 빅파마 M&A 열기

아스트라제네카·BMS, 수조원 규모 바이오제약사 잇달아 인수

글로벌빅파마가 M&A에 집중하고 있다.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많은 제약회사가 업무를 조기 종료하는 연말인데도 글로벌 빅파마의 M&A(인수합병) 열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다국적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는 중국 세포치료제 개발 회사 그라셀 바이오테크놀로지를 인수한다고 26일(현지시간) 밝혔다.

그라셀 바이오테크놀로지는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기업으로, 환자에게서 면역 T세포를 추출해 암을 공격하도록 재설계하고 몸에 주입하는 방식의 CAR-T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번 인수 규모는 12억달러(약 1조6000억원)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우선 그라셀 주식 10억 달러어치를 인수하고, 나중에 나머지 2억 달러 지분을 추가 매입할 계획이다.

같은 날 미국 제약회사 BMS도 표적항암제 개발 회사인 레이제바이오를 41억달러(5조30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레이제바이오는 종양 조직에 방사선 입자를 전달해 암세포를 죽이는 표적 방사선 치료제 ‘RYZ101’을 보유한 회사다. BMS는 불과 4일 전에도 조현병 치료제를 개발하는 카루나를 140억달러(18조10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연말에도 M&A가 이어지는 것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오는 2026년 예정된 의약품 약가 인하와 특허 만료 등에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잠재력이 있는 회사에 먼저 투자해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계산이다.

IRA는 미국 내 인플레이션 완화를 위해 의료보험 확대와 기후변화 대응 등을 골자로 제정된 법안으로 필수의약품 가격 인하 관련 내용도 담겼다. 지난 8월 미국 정부가 공개한 IRA 약가 인하 협상 대상 목록 10개에는 BMS의 항응고제 ‘엘리퀴스’, 아스트라제네카의 당뇨치료제 ‘포시가’ 등이 포함됐다.

특허 만료도 글로벌 제약사에게 부담 요인이다. 아스트라제네카 포시가는 지난 4월 특허가 만료됐고, BMS는 2026년 엘리퀴스, 2028년 면역항암제 ‘옵디보’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다.

두 회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 7월 애브비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의 미국 특허가 만료됐고, 자가면역치료제 ‘스텔라라’도 내년 유럽 특허가 만료된다. 2028년에는 미국 머크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가 특허 만료될 예정이다. 이로 인해 향후 5년간 글로벌 제약사들이 최소 1180억달러(약 153조원)의 매출 손실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글로벌 빅파마의 인수합병 증가 추세는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국적 회계 컨설팅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최근 낸 ‘제약 및 생명과학: 미국 2024년 딜 전망’ 보고서에서 “IRA에 따라 매출 공백을 메우기 위한 50억 달러~150억 달러 규모의 거래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받을 것이고, 더 큰 거래도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 의료전문 투자은행(IB) 리링크 파트너스는 “대형 바이오파마들은 특허 만료로 인해 수익 감소에 직면하고 있으므로 상업화 단계에 있는 회사들을 계속 인수하려고 시도할 것”이라며 “내년에도 제약업계 M&A가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천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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