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도 곰처럼…얕은 ‘겨울잠’ 더 자야 하나?

겨울 수면시간, 주말 평균 6.5분 증가…“사람에게 더 많은 겨울잠 필요하다는 근거는 없어”

겨울철 주말엔 잠을 평균 6.5분 정도 더 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잠을 충분히 잔 것 같은데도 피로감, 짜증, 집중력 저하 등 징후가 나타나면 수면 시간을 다소 늘릴 필요가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겨울철이 되면 동면을 취하는 동물이 있다. 체온이 변치 않는 정온 동물로는 다람쥐·박쥐·곰이, 체온이 변하는 변온 동물로는 개구리·두꺼비가 겨울잠을 잔다. 하지만 동면에 깊이 빠지는 변온 동물과 겨울잠을 잠깐 자는 정온 동물의 수면 상태는 같지 않다. 곰이 잠깐 자는 겨울잠은 ‘얕은 잠’이다.

19세기 이전 유럽에선 일종의 겨울잠 문화가 있었다. 농부들은 수확을 마친 뒤 땔감과 식량을 아끼고 열량(에너지) 소비량을 낮추기 위해 겨울철 침대에 오랜 시간 누워있었다. 사람도 정온 동물인 곰과 비슷한 현상을 보였다는 것이다. 또한 2020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유럽의 초기 인류는 얼어 죽지 않기 위해 겨울잠을 잤던 것으로 분석됐다.

그렇다면 현대인은 어떨까? 미국의 유력 일간 워싱턴포스트에 의하면 미국인은 대부분 겨울에 약간 더 많이 잔다. 수면 시간에 대한 설문조사를 분석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인의 2003~2016년 겨울철 평균 수면 시간은 평일 밤에는 평균 1.9분, 주말에는 평균 6.5분 더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겨울철에 잠을 약간 더 많이 자는 셈이다. 이는 겨울철 빛에 대한 인체의 반응이나 빛의 부족으로 설명할 수 있다.

미국 수면의학아카데미 제니퍼 마틴 대변인(임상심리학자)은 “수면에 대한 사람의 생물학적 욕구는 상당히 일정하다. 하지만 일 년 중 특정 시기에는 다른 시기보다 잠을 자기가 약간 더 쉬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일주기 리듬은 약 24시간 주기로 돌아간다. 기상, 식사, 취침 시간을 알려준다. 매일 빛에 대한 노출이나 눈이 태양으로부터 받는 빛의 양과 시간에 의해 설정된다. 예컨대 겨울에는 북반구의 일조 시간이 짧아져 인체가 저녁 일찍 멜라토닌을 생성할 수 있다. 멜라토닌은 수면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 때문에 일부 사람은 겨울철에 더 쉽게 일찍 잠들 수 있다.

체온이 변치 않는 정온 동물인 곰은 겨울잠을 잠깐 잔다. 다만 곯아 떨어지는 게 아니라 ‘얕은 잠’을 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부 사람은 겨울철에 더 쉽게 렘(REM, 급속안구운동)수면을 취할 수 있는 것으로 연구 결과 나타났다. 렘수면은 ‘얕은 잠’에 해당한다. 곰의 겨울잠도 얕은 잠이다. 렘수면은 안구(눈알)가 급속히 움직이는 게 관찰되는 수면 단계다. 꿈을 많이 꾸고 감정 처리에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는 수면 시간이다. 수면장애가 있는 약 30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2023년)를 보면 사람은 여름에 비해 겨울에 약 30분 더 많은 렘수면을 취한다. 겨울철 일주기 리듬은 렘수면이 늘어나게 할 수 있지만, 그 메커니즘은 밝혀지지 않았다.

미국 벤더빌트대 의대 베스 말로우 교수(신경학, 소아과)는 “이유가 무엇이든 우리 몸이 보내는 신호를 받아들이고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면 부족 및 결핍은 치매, 우울증, 당뇨병, 심장병, 고혈압, 비만 및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 위험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미국 조지타운대 의대 노먼 E. 로젠탈 교수(정신과)는 “겨울철에 7~9시간에 걸쳐 숙면을 취하는데도 낮에 피로감, 짜증, 집중력 저하 등 어려움을 겪는다면 잠을 조금 더 잘 필요가 있다”고 주의를 환기시켰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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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an*** 2023-12-24 22:05:36

      겨울잠 잘수만 있다면 자고싶다 어차피겨울에 일도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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