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약 투자 성공…노보 노디스크 뚝심 먹혔다

영국 경제지 FT, 올해 인물로 노보 노디스크 CEO 선정

라르스 프루에르가르드 예르겐센 CEO. [사진=노보 노디스크 홈페이지]

“목적을 가진 집중 투자가 오늘의 노보 노디스크를 있게 만들었다.” 영국 주요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올해의 인물로 덴마크 소재 다국적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의 라르스 프루에르가르드 예르겐센 최고경영자(CEO)를 선정했다.

FT는 지난 19일(현지 시각) 노보 노디스크가 글로벌 제약기업으로 급성장한 이유로 예르겐센 CEO의 혁신에 대한 도전과 과감한 투자법을 주목했다. FT는 “예르겐센은 32년 전 노보 노디스크에 입사한 뒤 개발 초기였던 GLP-1 기반 치료제에 집중적인 투자를 고집했다”며 “당시 여러 제약사들이 비만 치료제의 부작용을 극복하지 못해 개발을 중단했지만, 당뇨병과 비만에 대규모 임상시험을 지속적으로 주도했다”고 높이 평가했다.

특히 “예르겐센은 회사 개발위원회에 합류한 뒤와 CEO에 취임한 직후 두 번에 걸쳐 GLP-1 기반 치료제 임상시험을 지속할 것을 결정했다”며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고 기업의 존폐가 걸린 문제였으나, 1만7000명 이상의 대규모 비만 치료제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결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노보 노디스크는 1923년 설립된 제약사로, 전 세계 인슐린 치료제의 90% 이상을 공급하는 3대 당뇨병 전문 제약사 중 한 곳이다. 올해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유사체 기반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와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이 전 세계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두 제품 모두 세마글루타이드 성분을 이용해 개발됐다.

공급 부족 사태를 겪을 만큼 높아진 제품의 인기는 기업의 매출로도 연결됐다. 지난해 말 3045억 달러(약 395조4800억원)였던 노보 노디스크의 시가총액은 19일 기준 4458억 달러로 1년 동안 45% 이상 증가했다. 더욱이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덴마크 국내총생산(GDP)인 4060억 달러까지 훌쩍 넘겼으며,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를 제치고 유럽 증시 전체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예르겐센 CEO는 1991년 25세의 나이로 노보 노디스크에 입사했다. 이후 미국과 일본, 네덜란드 등 지사 근무와 주요 보직을 거치며 당뇨병과 비만 치료제에 집중 투자를 고집했다. 당시 개발 초기였던 GLP-1 기반 당뇨병 치료제 리라글루타이드(제품명 빅토자)가 18년 후인 2009년에 승인을 받았다. 이어 동일 성분을 활용한 비만약 삭센다가 2015년 허가를 받았으나, 체중 감량 효과는 5% 수준으로 미미했다.

현재 20% 이상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보고하며 높은 인기를 얻은 세마글루타이드는 개발 당시 약효 지속 시간이 너무 짧아 안정화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예르겐센 CEO는 “목표를 갖는 것이 회사의 핵심 역량”이라며 “시장에 충족되지 않은 요구가 있다면 큰 위험이라도 감수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고 밝혔다.

FT는 “예르겐센은 지금도 전기차로 출퇴근을 하고 집 근처 호수에서 조용히 사색하는 삶을 살고 있다”며 “그는 자사 제품을 만병통치약으로 강조하기보다 비만 치료제를 통해 세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기회를 가지게 됐다고 얘기할 뿐”이라고 전했다.

    원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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