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와 볼이 빵빵”…어쩌다 모두 ‘공장식 얼굴’ 되었나

[박준규의 성형의 원리]

웹툰 작가 마인드C의 ‘2차원 개그’ 작품의 한 장면. 등장 인물의 이마가 볼록하다.

“사진이나 영상에서 얼굴이 꺼져 보이는 느낌이 들어 필러를 맞기 시작했어요. 필러가 들어가니까 얼굴 모습이 좋아지는 것이 눈에 띄고 사진도 더 잘 나왔거든요. 그런데. 필러를 맞고 좋아지다 보니, 필러 안 맞은 부분이 좀 아쉬워 보이더라고요. 조금씩 필러를 더 맞다 보니까 얼굴 전체에 맞게 됐어요. 그런데, 얼굴 전체에 필러가 들어가니까 오히려 얼굴이 커진 것 같고 부해 보이기도 해요. 시간이 지나서 얼굴이 처지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는데, 더 맞아야 할지 빼야 할지 모르겠어요.”

최근 30대 초반의 여성이 상담을 오셨습니다. 이 분은 필러를 녹이면 바람 빠진 풍선처럼 얼굴이 늘어지게 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필러를 녹이지 않으면 필러의 무게로 얼굴 늘어짐이 더 심해질까 걱정하고 계셨습니다. 결국 필러를 녹이면서 살을 당기는 수술을 함께 시행했습니다.

필러로 늘어났던 살이 잘 당겨졌지만, 오랫동안 늘어나 있던 피부가 늘어져 보이는 느낌이 완전히 없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시간이 더 지나야 피부가 줄어들고 남은 처진 느낌도 좋아질 것입니다. 하지만 이분이 그 기간을 잘 기다릴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노릇입니다. 처져 보인다고 다시 필러를 넣을까 한편으론 걱정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과거에는 얼굴의 노화가 주로 ‘아래로 처지는 것 때문’이라고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노화 과정에서 얼굴살은 아래로 처질 뿐 아니라, 살의 볼륨도 함께 줄어듭니다. 그러므로 노화로 처진 얼굴에서 살을 당기는 것뿐 아니라 볼륨을 채우는 것이 함께 필요합니다. 2000년대 초반 볼륨을 채우기 위한 ‘미세 지방 이식’의 우수한 효과가 확인되었고, 세계적으로 지방이식 붐이 일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와 조금 다른 양상이었습니다. 노화로 빠진 얼굴 볼륨을 채우는 목적보다, 젊은이들의 얼굴 볼륨을 돋우기 위한 지방이식이 훨씬 많이 시행되었던 것입니다.

지방 이식으로 볼록한 느낌이 생긴 이마

얼마 지나지 않아 지방으로 채워 볼록한 이마나 볼이 ‘어색한 성형수술의 상징’이 될 정도였습니다.

지방이식으로 볼록해진 얼굴이 어색한 성형의 상징이 되면서 다행히 이제 이런 수술은 꽤 줄어든 느낌입니다. 그런데 지방이식을 대체하는 또 다른 시술이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바로 ‘필러’입니다. 20여 년 전에는 볼록한 이마가 어색한 성형의 상징이었다면, 지금은 뾰족한 턱이 시술받은 얼굴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필러는 간단하게 뚜렷한 효과를 볼 수 있으며 바로 일상에 복귀할 수도 있고, 문제가 생기면 녹일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아주 드물게 심각한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지만 전문가가 원칙을 지켜 사용하면 상당수 예방 가능합니다.

그런데 심각하고 드문 부작용보다 더 중요한 것은 흔하게 그리고 서서히 발생하는 부작용일 것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너무 많은 양을 쓰는 것입니다. 너무 많은 양이 주입되면 조직을 늘어나게 하고, 이것이 노화와 비슷한 상태를 만들 수 있습니다. 많은 양의 필러가 늘어가 조직이 늘어나면, 필러가 채 흡수되기도 전에 다시 주사하는 과정을 반복하기도 합니다. 조직의 탄력이 더 떨어지면 얼굴은 더 커지고 늘어지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필러로 인한 문제가 늘어나게 된 한 요인으로 필러 시술의 가격이 크게 떨어진 것을 들 수 있습니다.

너무 많은 양의 필러가 피부로 주입되면 조직을 늘어나게 하고, 이로 인해 노화와 비슷한 상태를 만들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수술 비용이 부담스러운 20대들이 오히려 필러 시술을 많이 받는다는 느낌입니다. 성형 수술은 숨겨도 필러 시술받은 사실은 숨기지 않는 분들도 많습니다. 어색하고 티가 나도 ‘시술이니까’ 혹은 ‘녹이면 되니까’라고 생각해버리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녹일 수 있다는 것이, 부담 없이 쉽게 거듭해서 받아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성형외과를 전공으로 선택한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한편 궁색하기도 합니다만, 요즘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 의료과의 전공의 지원이 크게 줄어드는 것이 의료계의 큰 걱정거리입니다. 반면 의대를 졸업하고 전공의 과정 없이 미용 클리닉으로 향하는 새내기 의사들은 늘고 있습니다.

‘가성비’ 시술로 승부하는 ‘공장식’ 대형 미용 클리닉은 낮은 인건비로 비전문의를 고용하여 짧은 시간에 많은 시술을 하는 구조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클리닉의 의사들 역시 ‘기술을 배워서 내 병원을 차리고 다른 의사들을 고용하는 것’을 목표로 생각하며 일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필러는 부족한 듯 쓰는 것이 좋지만 약간 과하게 쓰면 시술 직후에 효과가 더 뚜렷해 보일 수 있다 보니 부족하게 주사하는 것을 좋아하는 분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대형 미용 클리닉은 필러 제조사와 제휴를 맺기도 하고, 때로는 필러 제조사가 대형 클리닉의 소유주라는 의심을 받기도 합니다. 시술비가 싼 것 같지만 매출을 위해 더 많은 필러를 사용하게 만들어 과도한 주입이 일어나기 쉬운 구조입니다. 모든 대형 미용 클리닉이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얼굴을 장기적으로 보고 과한 시술을 삼가는 시스템이 되기 힘들어 보입니다.

필러의 성분 자체는 안전합니다. 하지만 성분이 안전하다고 마음껏 써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아무리 안전한 물질이라도 너무 많은 양이 주입되면 조직을 늘어나게 하고, 이것이 또다른 노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젊은이들의 얼굴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고 있습니다. 부풀어 오르는 풍선의 운명은 두 가지입니다. 터지거나, 쭈글쭈글해지거나.

    박준규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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