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하고 다리아파” 피임약 먹고 女두명 사망…무슨 일?

피임약 복용 시 정맥혈전증 위험 높이는 변이 있는지 인지 못해

복합 경구피임약을 복용하던 두 명의 여성이 사망했다. 원인은 피임약이 혈액을 응고시켜 혈전을 일으킨 것. 좌측=경구피임약 복용후 사망한 17세 이사벨라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보도 캡처 / 우측 피임약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복합 경구피임약을 복용하던 두 명의 여성이 사망했다. 원인은 피임약이 혈액을 응고시켜 혈전을 일으킨 것. 이들은 혈액응고인자 유전자에 비정상적인 혈전 위험을 높이는 변이가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로 경구피임약을 복용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은 갑자기 사망한 두 여성을 조사한 검시관 알렉스 호가 이번 주 발표한 조사 결과에 관한 내용을 보도했다. 결과에 따르면 두 여성 모두 피임약을 복용하고 있었으며 혈액응고와 관련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조지어 오닐(24)은 2021년 9월 오클랜드에 있는 그의 집에서 함께 사는 친구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다. 조지어는 앞서 같은 날 친구와 아버지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몸이 좋지 않고 허리부터 왼쪽 다리까지 통증이 있다”고 말했다. 친구에게는 “통증 때문에 토할 것 같다”는 말도 했다.

같은 달, 아버지와 함께 산책하던 중 쓰러진 두 번째 여성 이사벨라 랑지아모히아 알렉산더(17)(사진)의 경우 사망 후 다리와 폐에서 혈전이 발견됐다.

검시관은 이들이 혈액응고인자 F5 유전자, 라이덴 돌연변이(Factor V Leiden)를 가지고 있단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혈액응고인자 F5 유전자에 변이가 있는 것으로 비정상적인 혈전 위험을 높이는 혈액응고장애다. 다만, 이 변이를 가지고 있어도 대다수는 비정상적인 혈전이 생기지 않는다.

경구 피임약 복용, 정맥혈전색전증 위험 높인다 알려져 있어 

경구 피임약을 복용하면 정맥혈전색전증 위험이 높아진다는 건 이미 잘 알려져 있다. 특히 혈액응고인자 F5 변이가 있는 사람이 피임약을 복용할 경우 심부정맥혈전증(DVT)이나 폐색전증(PE) 위험이 35배까지 높아질 수 있다.

이에 따라 해당 검시관은 “피임약을 처방 받기 전 의료전문가에게 위험 증가와 주의해야 할 증상에 대해 적절한 상담을 받아야 한다”며 “복합 피임약을 복용하는 모든 여성, 특히 정맥혈전색전증 가족력이 있는 여성은 증상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증상이 있을 경우 이를 무시하지 말 것”을 권했다.

다만, 뉴질랜드 와이테마타 지역 의료서비스 혈액내과 임상디렉터이자 전문의인 에일린 메리만 박사는 “환자가 피임약을 복용하기 전 정기적으로 이 변이에 대한 검사를 받는 데는 이익이 없다”고 말했다. 심부정맥혈전증이나 폐색전증이 생기는 사람 중 대다수는 이 변이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메리만 박사는 보고서를 통해 ‘의도하지 않은 임신의 결과는 안전한 경구 피임법보다 여성들에게 훨씬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며 ‘임신에서 심부정맥혈전증과 폐색전증의 위험은 복합 경구피임약으로 인한 위험보다 60배 더 높다’고 강조했다.

다리에 생긴 혈전이 폐 동맥 막는 정맥혈전색전증

정맥혈전색전증은 다리의 심부정맥에 생긴 혈전이 폐의 동맥까지 흘러 폐색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흔히 장거리 비행 시 좁은 좌석에 앉은 승객에게 발생하는 질환이라 하여 ‘이코노미클래스증후군’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정맥혈전색전증은 크게 심부정맥혈전증과 폐색전증으로 나뉜다. 심부정맥혈전증은 정맥 중 근육 안쪽 깊은 곳에 있는 심부정맥이 혈전으로 막히면서 문제가 생기는 질환이다. 폐색전증은 심부정맥혈전증의 가장 위험한 합병증으로 다리에 생긴 혈전이 떨어져 나와 혈관을 타고 올라가 폐혈관을 막아 발생한다.

피임약 복용 중단하면 1~2주 안에 정맥혈전색전증 위험 사라져

최근 미국혈액학회 학술지 ‘혈액(Blood)’에는 스위스 제네바 대학병원 혈관의학 전문의 마르크 블론돈 박사팀이 연구한 경구 피임약 복용을 중단하고 얼마나 지나야 정맥혈전색전증 위험이 사라지는지 조사한 내용이 실리기도 했다.

경구 피임약을 복용하고 있는 18~50세 여성 66명과 복용하지 않는 동일 연령대 여성 28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한 결과, 피임약을 복용하던 여성들은 복용을 중지한 후 1~2주 안에 혈액응고인자 수치가 급격하게 떨어져 12주 후에는 피임약을 복용하지 않은 대조군과 비슷한 수준이 됐다. 혈액응고인자 수치 하락의 80%는 복용 중단 후 2주 안에 나타났다.

    지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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