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가 발가락에 알 낳고 살 파먹었다!” 英남성 주장, 진짜?

휴가지에서 발가락 상처...늑대거미에 물렸다고 주장한 남성, 진실은?

“발에 알낳고 살 파먹어!?”…거미에 물린 英남성 주장, 과연?
콜린 블레이크의 발가락 상처(좌)와 늑대 거미 자료사진(우). [사진=콜린 블레이크 제공/게티이미지뱅크]
휴가지에서 늑대거미에 물린 한 남성이, 치료를 받으면서 그 거미가 자신의 발가락에 알을 낳고 발이 살을 파먹고 있다고 주장해 한바탕 소동이 난 사연이 전해졌다. 영국 방송 BBC는 콜린의 사연을 소개하고 생물학 전문가들의 설명을 함께 보도했다. 결론은? 콜린의 주장이 터무니 없다는 것.

영국 노섬벌랜드주에 사는 콜린 블레이크는 아내와 결혼 35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프랑스로 크루즈 여행을 떠났다. 휴가 중 어느날 하룻밤 사이에 발가락이 보라색으로 변하자 콜린은 크루즈의 선내 의사를 찾아갔다.

의사는 감염 부위를 치료하기 위해 발가락 상처 부위를 절개 했다. 의사는 그 안에서 우유색의 고름과 함께 작은 잎사귀 모양의 물체를 발견 하고는 늑대거미의 알로 보인다고 알려줬다. 그렇게 거미에 물려 감염된 상처라고 진단을 내렸다. 실제로 콜린의 발에 상처를 낸 것이 거미인 것인지, 거미라 하더라도 늑대거미인지는 확실치 않았다. 증거는 없었기 때문이다.

콜린은 의사 말만 듣고 자신이 늑대거미에 물린 것으로 생각했다. 언제 물렸는지도 확실하지 않지만,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로맨틱한 야외 저녁 식사를 하던 중 거미에게 물렸을 것이라고 의심을 했을 뿐이다.

또한 의사의 말마따나 늑대거미는 알을 낳기 전 먹이를 마비시키기 때문에 자신이 거미에게 물렸다는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상처를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오른쪽 엄지발가락이 보라색으로 변해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그때 아내는 내가 새로 신은 샌들 때문에 엄지발가락을 긁어서 빨갛게 된 것 같다고 했다”고 전했다.

발가락에 붕대를 감은채 휴가를 즐기다가 영국으로 돌아온 콜린은 다시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항생제를 처방하고 집으로 돌려보냈지만 4주 후에도 여전히 발 통증이 가시지 않았다. 콜린은 고통을 호소하며 결국 병원에 입원했다. 의료진이 콜린의 발가락을 다시 검사한 결과,  초기 치료에서 제거하지 못한 거미알들을 발견했다. 부화한 거미가 발가락을 보금자리 삼아 살을 파먹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현재 항생제 치료를 받고 회복 중이라는 것이 콜린의 주장이다.

콜린은 이 같은 사연을 피플매거진 등 몇몇 매체를 통해 알려졌고,  영국 BBC라디오 스코틀랜드의 드라이타임과의 인터뷰에서도 이야기를 전했다.

콜린 블레이크(좌)와 그의 발가락 상처(우). [사진= 영국 BBC 보도 내용 캡처 /콜린 블레이크 제공]
늑대거미, 인간에게 치명적이지 않고 피부를 뚫을 수도 없다 

어디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고 사실이 왜곡 됐는지는 모르지만, 늑대거미에 물려 그 거미가 발가락 안에다 알을 낳고, 거미알이 그 안에서 부화해 보금자리 삼고 있다는 콜린이 주장은 터무니 없다는 지적이다.  BBC는 이러한 전문가들의 인터뷰도 함께 전했다.

영국 노팅엄 대학의 사라 구데이커 박사는 “거미가 발가락에 알을 낳았다는 주장은 말이 안된다”며 “실제로 거미 알이 부화하는데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거미 독은  그에 감염 됐다하더라도 피부를 괴사시키지 않고 마비시키도록 설계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름이 나올 정도로 감염된 상처에서 거미가 살 수 없을 뿐더러 피부를 뚫을 수 있는 늑대거미는 그 어디에도 없다”고 덧붙였다. 영국 거미학회(British Arachnological Society) 역시 이번 일에 대해 “믿을 수 없다”고 콜린의 주장에 선을 그었다.

블레이크가 물렸다고 주장한 늑대 거미는 영화 ‘스파이더맨’에서 스파이더맨의 슈트에 그려진 종이다. 보고된 바에 따르면 늑대 거미는 사냥감을 마취시킬 수 있는 독이 있으나, 인간에겐 그리 치명적이지 않다. 늑대거미는 뛰어난 모성애로도 유명하다. 거미줄로 만든 솜뭉치 알주머니에 알을 낳고, 그 속에 품고 다니며 일부 종은 등에 이고 다니기도 한다. 알이 부화한 이후에도 몇 주 동안 자신의 복부 혹은 등 위에 새끼들을 데리고 다닌다.

    이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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