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프로골퍼 ‘골병’ 부위 2위는 손목, 1위는?

대한골프의학연구학회, KPGA-KLPGA 선수 439명 대규모 조사결과 발표

강동경희대병원 이상학 정형외과 교수가 한국 프로골프투어 부상현황분석에 대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대한골프의학연구학회]
한국 프로 골퍼들이 가장 부상을 많이 입는 부위는 등과 허리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손목, 목, 어깨 등 순으로 부상 빈도가 높았다. 경희대 의대 정형외과 이상학 교수는 대한골프의학연구학회(회장 김기성)와 대한스포츠의학회(회장 양윤준)가 공동으로 개최한 ‘2023 골프의학 심포지엄에서 ‘한국 프로골프투어 부상현황 분석’을 통해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439명의 남녀 프로 골퍼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 형식으로 이뤄졌다. 질문 항목은 18가지였으며, 부상 부위를 비롯해 연습 시간, 비거리, 유연성, BMI, 경력 기간 등도 함께 조사해 부상 경험과의 연관성도 조사했다. 이에 따르면 KPGA 선수들은 128명(57%), KLPGA 선수들은 123명(58%)이 골프 때문에 생긴 부상, 이른바 ‘골병’이 들어 고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KPGA 선수들에게서 3주 이상 부상을 겪었던 부위는 등과 허리(28%), 손목(24%), 목(18%), 어깨 (14%) 순이었다. 기타 부상 부위로는 팔꿈치(7%), 발목(45), 엉덩이 (3%) 등이 있었다. KLPGA 선수들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등과 허리(25%)가 가장 많았으며, 손목(21%), 목(20%), 어깨(19%)순으로 집계됐다. 이밖에 팔꿈치(5%)와 무릎(4%) 부위 부상도 나타났다.

이 교수는 “프로는 주로 ‘하체 스윙’을 한다고 알려져 있어 하체 부상이 일반인보다 많다고 알려져 있었는데 실제 조사 결과 부상은 거의 상체에서 발생했으며, 하체 부상의 비중이 예상보다 적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대부분은 반복적 스윙 연습에 따른 만성 손상이었으며,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등과 허리, 어깨 손상은 75%이상이 만성 손상에 의한 것이었다”고 덧붙였다.

부상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의미 있는 차이를 보인 것은 KLPGA의 여성 골퍼들에겐 연습시간과 유연성이었다. 매일 2시간 미만 연습하는 골퍼 가운데 부상을 경험하는 이들의 비중은 50%였지만, 매일 2시간 이상 연습하는 이들은 62%였다. 유연성 테스트(몸을 구부렸을 때 주먹이 바닥에 닿기) 결과, 주먹이 닿는 골퍼(65%)는 그렇지 않은 골퍼(49%)에 비해 부상을 많이 경험했다. 이 또한 의외의 결과였으며 이에 대해 추후 연구 필요성이 제기됐다.

반면, KPGA 선수들에겐 주당 연습시간이나 유연성이 부상 경험 여부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과거 연구에서는 체질량지수(BMI)와 드라이버 비거리가 부상 여부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세계적으로 프로 골프 선수들을 대상으로 이렇게 대규모로 조사한 시도조차 없어서 이 조사 결과는 앞으로 학문적으로도, 경기력과 관련해서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학회의 김기성 회장과 회원들은 KPGA와 KLPGA의 협조를 받아 골프 경기 때마다 현장을 방문, 선수들에게 직접 설문을 받아 이를 분석했다.

이 교수는 “이번 조사는 기존에 없던 대규모 역학 조사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면서 “선수들의 주관적 관점에서 설문이 진행됐다는 한계도 있지만, 향후에는 의료진이 직접 참여하는 차원에서의 대규모 조사도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골프로 인한 손상은 남녀 프로선수에게 기량의 저하와 경력 단절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과 예방에 대한 연구가 꾸준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가천대 특수치료대학원 운동치료학과장 김정원 교수는 “프로 선수들은 1년 중 8개월 정도를 거의 매일 지속되는 라운딩과 연습에 할애하고 있다”면서 “골프에선 지나친 연습량과 빡빡한 일정이 부상을 불러오는 가장 큰 원인이며, 가벼운 부상이 점점 심한 부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부상부위 관련 조사 외에도 골프손상과 관련해 어깨, 팔꿈치 관절손상(고려대 의대 정웅교 교수), 손목, 손의 손상(캠프나인정형외과의원 이상진 원장), 하지 관절의 손상(동국대 의대 정형외과 이장연 교수) 등의 발표가 이뤄졌다. 이어 척추손상 및 각종 손상의 예방과 기능회복 세션에서는 고려대 의대 양재혁 교수가 척추 손상 사례 및 치료 방법에 대해 발표했으며, 대한골프운동과학회 김소영 교육부회장, 골프퍼포먼스랩(GPL) 함상규 연구소장이 다양한 골프 트레이닝 방법 등에 대해 소개했다.

특히 오후 행사에서는 골프선수의 부상과 기능회복과 관련해 실제 치료 사례 등에 대한 발표가 이뤄졌다 특히 올해 발꿈치 부상에서 회복, 올해 KLPGA 챔피언십과 하나금융그룹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이다연 프로가 참석해 부상 회복의 경험담을 나눴다.

이밖에도 골프 스윙과 장비, 식이요법, 심리요법을 비롯해 안 질환, 피부 질환, 스트레칭 등 골프와 관련해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발표가 이어졌다.

    윤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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