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지미카터 부부의 호스피스…잘 죽기 위한 선택일까?

지미 카터와 로잘린 카터 부부의 엇갈린 선택 시점이 안겨준 질문

로잘린 카터 여사. [사진=퍼블릭 도메인]
19일(이하 현지시간) 향년 96세로 숨진 로잘린 카터 여사는 항생제가 더 이상 듣지 않게 돼 호스피스 돌봄을 받기 시작한 뒤 이틀 만에 숨졌다. 반면 남편인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98세)도 지난 2월 호스피스 돌봄을 받기 시작했지만 표준 생존 기간인 6개월을 넘겨 생존 중이다. 조지아주 플레인스에 있는 자택에서 똑같이 호스피스 돌봄을 택한 카터 부부의 행보는 호스피스 완화치료에 대한 인식 확대와 그 서비스 시점의 선택 어려움에 대해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줬다고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가 24일 보도했다.

호스피스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을 앓는 말기 환자가 생명 연장을 위한 활동을 중단하고 삶을 정리하는 시간을 갖으면서 덜 고통스럽게 죽음을 맞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을 말한다. 말기 암환자의 임종과정을 돕기 위해 시작됐으나 지금은 로잘린 여사와 같은 말기 치매 환자나 음식물을 삼키지 못하게 되거나 고관절골절이나 뇌졸중 같은 갑작스러운 사고의 말기환자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의 공공의료보험인 메디케어의 호스피스 돌봄 서비스는 카터 행정부 시절이던 1979년 시범 프로그램으로 시작됐고 후임인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첫 임기에 호스피스 돌봄을 시행하는 법률이 통과됐다. 이는 정부를 축소하는 데 중점을 둔 레이건 행정부에서 드물게 혜택을 확대한 것이었다. 이후 로잘린 여사는 호스피스 간병인의 필요에 초점을 맞춘 연구소를 설립했다.

이렇게 미국에서는 국가가 서비스를 제공함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로잘린 여사처럼 사망 직전에 가서야 호스피스 돌봄을 신청한다. 메디케어 관련 미국 의회 자문기관인 ‘메디케어 지불 자문위원회’의 2021년 자료에 따르면 전체 사망자의 절반이 임종 시 호스피스를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호스피스 이용자의 25% 이상이 숨지기 일주일 전에 등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호스피스를 이용한 170만 명의 메디케어 가입자의 이용기간의 중앙값은 17일에 불과했다. 이는 그 이용기간이 환자의 절반은 17일 미만, 절반은 17일 이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평균 이용기간은 92일로, 일부 환자는 카터 전 대통령처럼 수개월간 호스피스 생활을 하기도 한다.

비영리 단체인 미국 호스피스 재단의 수석 의료 책임자인 앤젤라 노바스 박사는 로잘린 여사의 경험은 드문 일이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그 나이에는 치매와 같은 만성 질환이 서서히 진행되다가 갑자기 증상이 기하급수적으로 악화되는 전환점이 찾아 온다”고 설명했다.

호스피스 및 완화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피츠버그대 대학병원의 맘타 바트나가르 교수는 등록이 지연되는 데는 의사의 역할도 있다고 지적했다. 의사들이 예후를 예측하기 쉽지 않는데다 환자들은 최종 실험적 치료법이나 다른 개발을 기대하며 기다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병이 상당히 진행된 뒤에 등록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

호스피스의 원래 수혜자였던 암 환자의 체류 기간은 비교적 긴 편이다. 흑색종 말기환자로 종양이 간과 뇌까지 전이된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입원 치료를 많이 받아야 했는데 “더는 이러고 싶지 않다. 집에 가서 가족과 함께 있고 싶고, 아내와 함께 있고 싶고,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다”고 해 호스피스 행을 택한 경우라고 노바스 교수는 설명했다.

간병인과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국 최초의 호스피스 병동이 코네티컷주에서 문을 연 지 49년이 지난 지금도 임종 치료 옵션에 대해 상당한 혼란이 있다고 한다.

미국에서 호스피스 완화치료를 받으려면 두 명의 의사가 환자의 남은 여생이 6개월 이하라는 진단을 내려야 한다. 이 기간은 연장될 수 있으며 환자는 언제든지 호스피스 이용에 대한 마음을 바꿀 수 있다.

호스피스는 대부분 가정에서 제공되지만 요양시설, 병원 또는 독립된 호스피스센터에 입원한 경우에도 제공될 수 있다. 후자는 영리 회사에서 운영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비영리 단체에서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완화 치료(palliative care)’는 환자를 더 편안하게 하고 스트레스를 완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의사가 질병을 치료하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에도 시행할 수 있다. 병원 직원은 병원에서 임종 중인 환자를 위해 취하는 조치를 설명할 때 “안락 의료”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도 있다. 심부전 환자에게 이뇨제를 사용하거나 종양을 축소하여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방사선을 조사하는 등 생명 연장과 완화 요법이 중복되는 경우도 있다.

호스피스팀에는 간호사, 의사, 가정 의료 보조원, 사회복지사, 목사, 자원봉사자, 애도 상담사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이들은 모두 삶의 마지막 기간을 최대한 편안하게 만들어주고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 이들은 환자뿐 아니라 가족과 다른 간병인을 지원하지만 여전히 가족의 부담이 가장 크다고 노바스 교수는 말했다.

5월에 치매 진단을 받은 로잘린 카터와 같은 치매 환자의 경우 기능 평가 병기 검사(FAST)를 통해 의사가 호스피스가 적절한지 판단할 수 있다. 치매 환자의 경우 변화가 느리고 미묘하기에 간병인이 너무 늦게 알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국립 호스피스 및 완화의료 기관의 임시CEO인 벤 마르칸토니오 박사는 “호스피스를 좀 더 늦게 시작했더라면 좋았을 텐데’라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밝혔다. 노바스 교수는 ”가족이 모이는 연말연시에 신체적, 정신적 쇠퇴가 분명해진 것을 발견하고 호스피스에 대한 문의가 쇄도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카터 부부는 국가 차원의 호스피스 돌봄 서비스 도입에 중요한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그들 스스로 그 서비스를 선택함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호스피스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널리 알리는 역할을 했다. 노바스 교수는 “카터 부부는 그들의 삶과 죽음을 통해 우리에게 정신 건강과 잘 사는 법, 잘 죽는 법에 대한 환상적 가르침들을 줬다”고 말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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