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 금지된 미국 주, 출생률 상승”

2023년 평균 2.3% 올라가 그러나 영아사망률도 급상승

미국서 낙태를 금지한 주의 출산율이 낙태가 합법인 주에 비해 평균 2.3%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보편적 낙태권을 폐기한 2022년 미국 대법원의 돕스 판결 이후 낙태 금지가 시행된 미국 14개 주에서 2023년 상반기 출생률이 높아졌다. 독일에 본부를 둔 비영리연구기관인 노동경제학연구소(IZA) 연구진의 보고서를 토대로 CNN이 22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IZA 연구진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예비 데이터를 토대로 낙태를 금지한 주의 출산율이 낙태가 합법인 주에 비해 평균 2.3% 상승한 것으로 분석했다. 이들 주에서 예상보다 약 3만2000명이 더 태어났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출산율이 일반적으로 큰 변동을 겪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런 증가율은 꽤 강력한 변화를 시사한다고 언급했다. 존스홉킨스대 블룸버그 공중보건대학원의 앨리슨 젬밀 교수는 코로나19 팬데믹 첫해(2020년)에 전체 미국 출생률이 4.5% 감소한 것이 수십 년 만에 가장 큰 규모였다고 지적하며 2023년 상반기 출산율 2.3% 상승도 주목할 만한 변화라고 말했다. 낙태가 더 어려워지면서 실제 더 많은 출생이 이뤄지고 있다는 초기 증거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다.

새 데이터는 또한 합법적 낙태 서비스를 제공받으러 이동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주일수록 출생률이 더 급격히 상승했음을 보여줬다. 예를 들어 합법적 낙태가 가능한 인근 주로 이동하는데 장시간 걸리는 남부 텍사스주(5.1%)와 미시시피주(4.4%)에서 높은 출생률 상승이 나타났다.

인종별로는 히스패닉 여성의 출산률이 높은 증가율(4.7%)을 보였다. 연령별로는 20대 초반 여성의 출산률 상승(3.3%)이 높았다.

보고서를 검토한 미네소타대의 레이첼 하드먼 교수(보건 및 인종 평등학)는 “낙태 서비스에 대한 접근 제한이 이러한 도미노 효과를 일으킨다”고 밝혔다. 다른 주로 이동 경비를 포함해 낙태 수술에 추가경비를 부담해야 하는 사람들에겐 결국 경제적 차별을 강요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하드먼 교수는 ”한 가족이 생존을 넘어 번영하는 데 필요한 모든 물질적 자원은 의료 서비스, 넓게는 낙태 치료, 특히 낙태 치료에 대한 접근 능력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돕스 판결의 부정적 효과를 지적했다.

게다가 낙태를 원하는 모든 사람이 원치 않는 임신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일부는 태아 이상이나 기타 생명을 위협하는 상태로 원치 않는 임신을 원하며, 출생 증가의 일부에는 만기까지 임신한 생존 불가능한 임신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젬밀 교수는 “영아 사망률은 지금 당장 측정할 수 있는 보다 구체적인 결과 중 하나로 그 영향이 벌써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텍사스에서는 2022년에 유아 사망률이 약 12% 증가했다. 특히 심각한 유전적 및 선천적 결함으로 인한 유아 사망이 22%나 급증했다.

해당 보고서는 다음 링크(https://docs.iza.org/dp16608.pdf)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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