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은 병원에서 무엇까지 할 수 있을까?

[김영훈의 참의사 찐병원] 미래병원에서 로봇의 역할

로봇을 병원에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델타 변이가 우리 사회를 위협하던 때, A는 양성 판정을 받아 고려대 안암병원에 입원했다. 증상이 뚜렷이 나타나지는 않았으나 계속 양성으로 표시돼 격리병실에서 혼자 지냈다. 2일째 되던 날 그는 격리실 밖에 있는 간호사에게 말했다. “커피 한 잔만 마시게 해 줘요.”

상황은 다르지만, 영화 속에서 사형수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담배 한 대를 피우고 싶다든지, 자장면 한 그릇을 먹고 싶다든지 등등 소소한(그에게는 절실한) 요구를 한다. 그러면 그 요구를 들어준다. A는 사형수가 아니지만, 커피가 지독히도 마시고 싶었다. 현대인은 그 요구를 잘 이해할 것이다. 간호사는 의사에게 물어 OK가 떨어지자 종이컵에 커피 한 잔을 탔다. 사실 여기까지는 어렵지 않다. 문제는, 그 간호사 혹은 병원 직원, 아니면 의사가 커피를 들고 격리실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데 있다.

TV 뉴스를 통해 많이 보았듯, 의료진이 격리실 안으로 들어가려면 온몸을 감싸는 방호복을 입어야 한다. 소방관이 화재 진압복을 입고 뜨거운 불길 속으로 들어가는 것과 비슷하다. 그렇다 해서 A에게 ‘커피는 몸에 해로우니 드시지 마세요’라고 거절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럴 때 로봇이 이 일을 행하면 모두에게 좋다.

로봇이 자신을 소독한 뒤 격리실 안으로 들어가 A에게 커피를 전해 준다. 커피를 다 마실 때까지 그 앞에서 이야기도 나눈다. 먼저 A의 질병 상태를 알려 주고, 이후의 치료 과정을 들려주고, A가 원하면 가족과 영상 통화도 시켜 준다. A가 로봇과 대화하고 싶지 않다면 오늘의 주요 뉴스를 검색해서 읽을 수 있다. 커피를 다 마시면 로봇은 스스로 밖으로 나와서 소독을 하고 다음 일을 처리하기 위해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특히 감염병 시대에 로봇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2011년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에 로봇은 1820만 대가 있다고 한다. 12년이 더 흐른 지금은 5000 만 대가 넘을 것이다. 이 가운데 진짜 로봇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은 자동차 제조 공장이나 전자 제품 공장 등에서 사용되는 150만~200만 대 정도에 불과하다. 이것들도 고정된 상태이며, 스스로 이곳저곳으로 이동하지는 않는다. 박물관, 공항 등 공공 기관에 가면 스스로 움직이면서 사람을 상대하는 로봇이 있지만, 안내원 역할 이상은 아닌 듯싶다. 아이들은 호기심으로 한두 번 작동시켜 보지만, 시간이 좀 지나면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는다. 영화 「트랜스포머」에 등장하는 변신 로봇은 아직 영화에서만 머물고 있다.

의료 로봇은 가장 중요하면서도 활용 효율성이 높은 로봇이다. 미래의 병원은 의사들에게 각기 PC 1대씩과 AI 로봇 1대씩을 지급한다. 원인을 찾기 어려운 질병에 걸린 환자가 내원했을 때 우선 각종 검사를 한다. 혈액, 소변, 심전도, MRI, X-Ray, 유전자 검사 등등이다. 의사가 그 검사 결과를 진단할 때 AI는 충실한 진단 보조 역할을 한다.

“이 검사들이 나타내는 질병의 징후를 간단히 요약해.”

의사의 지시에 로봇은 다음과 같이 답한다.

“000 환자는 000이 의심되므로, 000의 시술을 해야 한다.”

“그 근거는 무엇인가?”

의사가 물으면 로봇은 최근 10년 동안 쌓인 수십만 건의 데이터를 보여 준다. 그 데이터에는 비슷한 징후를 보인 사람, 완치 사례, 시술에 실패한 사례, 그 이유 등을 포함해 환자 가족의 유전자 정보도 일목요연하게 담겨 있다. 그것을 분석해 내는 데에는 1분도 걸리지 않는다. 의사는 그 자료를 바탕으로 환자에게 최적의 시술을 권한다.

AI 로봇은 환자의 현재 상태, 병원의 모든 시술 스케줄, 병실 상황을 빠르게 분석해 “00월 00일 00 시에 802호에 입원한 뒤, 다음날 오전 10시에 B4호 수술실에서 시술하면 된다.”라고 알려준다. 또한 시술에 필요한 물품의 재고 현황, 함께 참여할 의사의 이름, 환자가 먹어야 할 음식, 주의 사항도 즉각 화면으로 보여 준다. 이후 시술은 그 일정에 맞춰 진행되고, 처방 약도 적시에 공급해 준다.

환자가 아바타실로 이동하면 병원은 그와 똑같은 아바타를 제작한다. 예컨대 심장 시술을 해야 한다면 그의 몸과 더불어 심장을 그대로 복제한다. 시술팀은 그 아바타를 상대로 로봇이 시술하는 시뮬레이션을 진행한다. 100%의 성공률에 이를 때까지 시뮬레이션은 반복되지만 보통 3회면 끝이 난다.

입원 일자가 다가오면 AI는 환자와 가족에게 필요한 사항을 스마트폰으로 안내하고, 당일 그 시각이 되면 안내 로봇이 1층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입원실로 안내한다. 입원 수속은 애플리케이션으로 이미 끝마친 상태이다. 다음날 수술 시간이 되면 자율 주행 베드가 환자를 싣고 수술실까지 자동으로 이동한다.

수술 진행에는 담당 의사의 원 팀이 함께 참여한다. 이미 수십 년 동안 함께 수술을 진행해 온 팀이기에 눈빛만으로도 손발이 척척 맞는다. 그러나 실제 수술은 로봇이 한다. 사람의 팔은 두 개이지만 로봇은 4개 일 수도 있고, 필요에 따라 6개도 만들 수 있다. 수술 베드에 오른 환자의 복부를 절개하고, 몸속 장기를 시술하고 마무리까지 척척 진행한다. 의료진은 그 로봇이 시뮬레이션에 따라 시술을 차질 없이 진행하는지 감독, 관리한다. 혹여 발생할 수 있는 실수나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철저한 주의를 기울인다. 약 1시간 후 수술은 성공리에 끝난다. 환자는 다시 자동 주행 베드를 타고 회복실로 이동한 뒤 2~3시간이 지나면 입원 병실로 간다.

이후의 과정에도 로봇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수술할 때 보통 전신 마취를 하기에 환자는 수술 뒤 깨어난지 5~6시간이 지나도 졸음이 엄습한다. 이럴 때마다 빠른 회복을 위해 의식을 깨워야 한다. 마취제를 주사하고 잠을 못 자게 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래서 보통 보호자가 옆에 머물며 환자가 계속 잠을 자지 못하도록 한다. 이는 두 사람 모두에게 그야말로 ‘고문’이다. 로봇이 이 역할을 맡아 주면 환자와 보호자 모두 편안하게 잠을 이겨 낼 수 있다.

로봇은 이후에도 시술을 받은 환자의 치유 경과를 모니터링하고 이상 징후나 시술 부작용이 발견되면 즉시 경고한다. 퇴원할 때까지 음식을 조절하고, 약이 정확히 조제되었는지 확인하고, 그에게 정해진 시간에 배달해 주고 먹는 것까지 확인한다. 수술 로봇 외에도 환자 운반 로봇, 간병 로봇, 청소(소독) 로봇, 엔터테인 로봇, 폐기물 전용 운반 로봇, 경비 로봇, 주차 로봇 등 다양한 종류의 로봇이 환자를 돌보면서 병원을 최적의 상태로 만들어 준다.

퇴원 후에도 로봇은 원격으로 환자를 계속 관찰한다. 일상에서 지켜야 할 사항들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지, 음식을 잘 조절하고 있는지, 약은 제 시간에 복용하고 있는지 등을 살핀다. 만약 약을 먹지 않았다면 스마트폰으로 약을 먹으라고 알려 준다. 몸에 이상 신호가 나타나면 즉시 의료진에게 알려 조처할 수 있게 한다. 이처럼 의료 로봇은 환자의 내원에서부터 진찰-검진-수술-입원-퇴원 후 건강 관리까지 모든 과정을 총괄한다. 이 과정에서 실수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반면 인간은 실수하는 존재이다. 의사도 마찬가지다. 의료 과오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실수도 그중 하나이다. 십수 년 전만 해도 수술용 도구를 배 안에 넣어 두고 봉합하는 어처구니없는 실수가 가끔씩 저질러지기도 했다. 하지만 인간은 실수를 통해 점차 지식과 지혜를 넓혀 나간다. 윈스턴 처칠은 “일찌감치 실수하면 우리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라고 말했다.

로봇과 AI는 혹여 의사나 간호사가 일으킬 수 있는 실수나 과오를 미리 방지해 준다. 수십만 건에 이르는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어떤 치료 방법과 시술이 환자에게 적합한지 의견을 제시한다. 물론 최종 결정은 의사가 내린다. 의사는 인간의 감정과 직관을 통해 로봇과 AI가 놓치는 것을 잡아낸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사의 경험과 숙련이 필요하고 환자를 대하는 마인드가 개방적이어야 하며, 인문학적 사고도 갖추어야 한다.

로봇에 거부감을 가지는 사람들도 있다. 어떤 부득이한 상황에 부딪혔을 때 인간에게 호소하면 통과되고 처리될 수 있는 것들이 로봇에게는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래의 로봇은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고, 상황을 파악해 적절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정도까지 진화할 듯하다. 인간을 통제하는 로봇이 아니라 인간과 함께 어울리고,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해 주는 로봇이 상용화할 날도 머지않았다. 특히 미래 병원이 이를 선도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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