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히스타민 약만 주던데… “알레르기 기침엔 소용없다고?”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송우정 교수팀 연구... "불필요한 약제 사용 줄 것 기대"

알레르기 비염이 동반된 기침이 지속될 때 비염 치료제인 ‘2세대 항히스타민제’가 흔히 사용된다. 그러나 최근 이 약이 기침 치료에는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알레르기 비염에 동반된 기침이 지속될 때 비염 치료제인 ‘2세대 항히스타민제’가 흔히 사용된다. 그러나 최근 이 약이 기침 치료에는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항히스타민제는 통상 재채기, 코 가려움증, 콧물에 효과가 있는 약제로 알려졌다. 약은 1세대와 2세대로 구분된다. 1세대는 2세대 비해 효과가 빠르고 가격이 저렴하나 상대적으로 중추신경 효과로 나타나는 졸음, 어지럼증 등의 부작용이 있다.

반면 2세대는 졸음 부작용이 적고 약효 지속 시간이 12~24시간으로 길어졌다. 대표적인 2세대 항히스타민제로 △세티리진(지르텍) △로라타딘(클라리틴) △펙소페나딘(펙소나딘) 등이 있다.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송우정·이지향 교수팀은 2021년~2022년 약 1년간 알레르기 비염으로 3주 이상 기침이 지속돼 병원을 방문한 환자 중 49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이때 두 그룹으로 나눠 25명에게는 2주 동안 항히스타민제를, 24명에게는 위약을 복용하게 했다.

기침 관련 삶의 질에 대한 질문에 환자가 응답하는 ‘레스터 기침 설문(LCQ)’을 치료 전후로 실시했다. 그 결과 항히스타민제 복용 집단은 2주 후 설문 점수가 평균 12.49점에서 15.94점으로 3.45점 높아졌다. 이에 반해 위약 복용 집단은 평균 12.77점에서 15.81점으로 3.04점 올랐다. 두 집단 모두 기침 관련 삶의 질이 상승한 정도가 거의 비슷했다고 응답한 것이다.

이때 LCQ 점수가 5점 이상 크게 상승한 환자 비율도 항히스타민제 복용 집단은 36%, 위약 복용 집단은 32%였다. 또한 증상의 정도를 환자 스스로 100mm 가로선에 표시하는 ‘시각아날로그척도(VAS)’를 활용해 기침, 목 이물감의 중증도를 측정했다. 결과는 두 집단 모두 좋아졌지만 호전 정도에 있어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는 없었다.

항히스타민제 복용 집단은 기침 중증도 VAS 점수가 평균 31점 낮아졌으며, 위약 복용 집단은 평균 25점 낮아졌다. 목 이물감 VAS 점수도 항히스타민제 복용 집단은 평균 28점 낮아졌고 위약 복용 집단은 평균 27점 낮아져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알레르기 비염이 만성 기침을 일으키는 메커니즘에 대해 정확히 밝혀진 바는 없다. 다만 그간 임상 현장에서는 알레르기 비염을 동반한 만성 기침 치료에 항히스타민제 등 비염 치료제가 사용돼 왔다. 알레르기 비염이 만성 기침을 일으킬 수 있다고 알려져 있기도 하고, 실제로 비염은 물론 기침까지 호전되는 경우가 경험적으로 많았기 때문이다.

알레르기 비염 기침환자에 흔히 처방…항히스타민제 효과 미비 

그중에서도 2세대 항히스타민제는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고 내약성이 우수해 알레르기 비염을 동반한 만성 기침 환자에게 흔히 처방돼 왔다.

그러나 2세대 항히스타민제의 기침 완화 효과에 대해서는 위약대조 임상시험이 없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연구로 알레르기 비염을 동반한 만성 기침 치료에 2세대 항히스타민제가 효과가 없다는 것이 처음으로 밝혀졌다.

연구를 이끈 송 교수는 “알레르기 비염은 만성 기침 환자에서 흔히 동반되는 문제인데, 2세대 항히스타민제는 부작용이 거의 없어 전 세계적으로 흔히 처방되고 있었다”며 “이 약이 알레르기 비염의 표준 치료제인 것은 변함이 없지만, 만성 기침 조절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결과가 만성 기침 환자에서 불필요한 약제 사용이 줄어드는 계기가 되고 추후 기침 진료 가이드라인 개정에도 반영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항히스타민제는 우리 몸에서 면역 반응, 알레르기 반응, 그외 염증 반응에 관여하는 히스타민의 작용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이 약은 일시적 억제에 그쳐 질병을 조절하기에 근본적인 해결은 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약을 5년, 10년으로 복용하는 환자도 많아 장기 복용 시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선도 많다.

송 교수는 “기본적으로 2세대 항히스타민제는 1세대에 있던 부작용을 감안해 장기간 복용이 가능하도록 개발과 검증을 거친 약물”이라며 “만성 알레르기 질환에 내약성이 좋으며, 부작용 빈도가 적고, 있더라도 경미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증상의 조절이 아니라 질병 조절이 목표라면,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함과 동시에 스테로이드 비강스프레이를 같이 처방받아 사용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유럽호흡기학회 온라인 학술지인 ‘유럽호흡기저널 오픈 리서치(ERJ Open Research, IF=4.6)’에 최근 게재됐다.

    임종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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