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의 절반이 판관비로 나가니…바이오기업들 적자에 ‘허덕’

헬스케어기업 비용진단 <5>

바이오기업들이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씨젠은 지난해 국내 생물공학-생명과학도구및서비스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947억원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상위권 제약회사의 투자액과 맞먹는 금액이다.

코메디닷컴과 코스트제로가 분석한 결과 지난해 바이오기업들은 전년보다 12% 가까이 늘어난 8614억원을 경상연구개발비로 지출했다. 전체 매출(6조1340억원) 대비 14% 수준인데, 166개 제약사의 연구개발 지출 비중(6.64%)보다 2배 이상 높다. 이는 네이버페이증권에 생물공학업(58개사)와 생명과학도구및서비스업(36개사)으로 분류된 94개사의 2022년 결산자료를 분석해 얻은 결과다.

씨젠 R&D비용, 헬스케어산업 전체 12위 수준

조사에 따르면 연구개발비를 가장 많이 쓴 기업은 씨젠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대비 11.1%인 947억원을 R&D에 투자했다. 이는 전년(753억원)에 비해  25.7% 늘어난 것으로, 상위권 제약회사와 버금가는 투자액이다. 헬스케어 산업 전체에서 이보다 많은 연구개발비를 쓴 기업은 녹십자와 종근당 등 11개 제약사가 전부다.

지난해말 기준 460여명의 연구개발 인력을 확보한 씨젠의 공격적인 R&D 투자는 엔데믹 전환에 따른 전략으로 해석된다. 씨젠은 팬데믹 당시 수요가 급증한 분자진단과 관련, 1개 제품으로 다양한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다중분자진단 기술 개발 등에 힘을 쏟고 있다.

경상연구개발비 지출 순위에선 지아이이노베이션(560억원)과 레고켐바이오(511억원), 에이비엘바이오(484억원), 헬릭스미스(281억원), 제넥신(264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의 매출액(35억원) 대비 연구개발 비중은 무려 1600%에 이른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이같은 R&D 투자를 바탕으로 최근 알레르기 치료제 ‘GI-301’을 일본 ‘마루호’에 약 3000억원 규모로 기술이전했다. 향후 5년 내 4건의 기술이전을 목표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국내 바이오기업 매출 총액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이 판매관리비로 지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번 돈의 5배를 판관비에 쓴 엔케이맥스

국내 바이오기업들은 판매관리비로 3조330억원을 지출했다. 이는 전체 매출(6조1388억원)의 절반 수준(49.4% )으로, 제약사 평균(34%)보다 훨씬 높다. 기술 이전을 통해 수익을 내는 연구 중심 바이오 기업들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1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린 기업 중 판관비 지출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엔케이맥스다. 이 회사의 판관비 총액은 583억원으로, 매출(112억원)보다 5배 많다. 항목 별로는 급여 174억원, 지급수수료 101억원, 연구개발비 99억원 등이다. 이같은 대규모 지출 탓에 500억원에 가까운 영업적자를 냈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엔케이맥스가 나름 성장 동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중국 진출에 따른 시장 확대, 자회사 엔케이젠바이오텍의 나스닥 상장,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개발중인 ‘SNK01’의 임상 1상 성공 등을 근거로 제시한다.

지난 8월 KB증권 임상국 애널리스트는 엔케이믹스 관련 보고서를 통해 “임상 성공 및 상업화 여부, 개발 기간과 자금 등 바이오 기업이 가진 고유 리스크에 유의해야 한다”면서도 “향후 알츠하이머는 물론 위암, 고형암 등 임상 파이프라인의 확대 가능성 등 성장 모멘텀이 풍부하다”고 평가했다.

셀리버리는 매출(231억원) 대비 288%에 해당하는 666억원을 판관비로 썼다. 항목 별로는 연구개발 191억원, 급여 98억원 등이며 바이오기업 가운데 상대적으로 많은 162억원을 광고선전비로 지출했다. 바이오니아는 바이오기업 중 가장 많은 259억원(매출의 11.9%)을 광고선전비로 썼다.

제넥신과 고바이오랩도 판관비가 컸다. 각각 450억원(매출의 279%), 283억원(매출의 243%)을 지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기업은 시장성 있는 핵심 파이프라인에 집중해 장기 적자를 벗어나겠다는 전략이다.

제넥신은 현재 자궁경부암 백신, 림프구 감소증 치료제, 장기 지속형 성장 호르몬, 지속형 빈혈증 치료제 등 4개 파이프라인에 개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매출 50억원 이상 기업으로 범위를 넓히면 오스코텍(316억원, 매출 대비 625%), 신라젠(294억원, 588%), 아이진(268억원, 506%) 등도 매출의 5배 이상을 판관비로 썼다.

[헬스케어기업 비용진단 6편으로 이어집니다]

    장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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