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쪽 콧구멍으로 냄새 맡으면 ‘뇌’가 더 빨리 인식한다 (연구)

냄새가 양쪽 콧구멍에 동시에 전달...향기 더 빠르게 인식

최근 사람의 코도 귀와 비슷하게 스테레오로 냄새를 채취한 뒤 뇌에서 하나의 후각정보로 통합한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람의 귀는 소리를 양쪽 귀가 각각 청취한 뒤 뇌에서 이를 종합해 일치된 청각정보를 생산한다. 사람의 코는 어떨까?

최근 사람의 코도 귀와 비슷하게 스테레오로 냄새를 채취한 뒤 뇌에서 하나의 후각정보로 통합한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현대생물학(Current Biology)》에 발표된 미국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과학전문지 《Nature(네이처)》가 3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대뇌피질의 두 반구에 걸쳐 있는 조롱박피질(piriform cortex)은 냄새에 대한 정보를 수신하고 처리하는 후각 피질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조롱박피질의 양쪽이 함께 냄새에 반응하는지 아니면 독립적으로 반응하는지 확실하지 않았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의 나즈 디케클리길 연구원이 이끄는 연구진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뇌전증 발작을 일으키는 뇌 부위(간질 초점 부위) 절제술을 앞둔 뇌전증 환자를 모집했다. 참가자가 수술을 위해 깨어 있는 상태에서 연구진은 각 콧구멍에 약 1cm 길이의 작은 튜브를 통해 한쪽 또는 양쪽 콧구멍에 커피, 바나나, 오렌지의 향을 전달했다. 그리고 참가자의 뇌에 삽입된 전극을 통해 조롱박피질의 활동을 측정했다.

현실에서는 냄새가 한쪽 콧구멍에만 도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만 냄새를 살짝 먼저 맡는 콧구멍이 있을 수 있다. 디케클리길 연구원은 “뇌가 이런 잠재적 차이를 활용하는지를 알고자 한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뇌가 서로 다른 도착 시간을 활용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한쪽 콧구멍에 냄새가 전달되면 그 콧구멍에 가장 가까운 뇌 쪽이 먼저 반응하고 반대쪽 뇌에서 반응이 이어졌다. 디케클라길 연구원은 “실제로 각 콧구멍에서 나오는 냄새 정보에 해당하는 두 가지 냄새 표현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냄새가 양쪽 콧구멍에 동시에 전달됐을 때가 한쪽 콧구멍으로만 전달됐을 때보다 뇌가 더 빨리 향기를 인식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한쪽이 다른 쪽보다 향기를 인코딩하는 데 뒤처지더라도 양쪽 콧구멍이 어느 정도 시너지 효과를 낸다는 것을 시사한다.

논문을 검토한 미국 모넬화학감각센터(Monell Chemical Senses Center)의 케빈 볼딩 연구원(신경과학)은 “인간의 후각 피질에서 직접 전기 기록을 볼 수 있는 것은 드문 일”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다른 연구자들이 동물 모델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와 일치하기 때문에 이 연구에 신빙성을 부여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뇌는 각 귀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비교해 사람들이 소리의 위치를 찾아내는 데 도움을 준다. 냄새에 대해서도 유사한 시스템이 작동하는 걸까? 그러나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냄새의 방향을 잘 식별하지 못한다. 연구자들이 오른쪽이나 왼쪽 콧구멍을 통해 냄새를 전달하고 연구 참가자들에게 어떤 콧구멍에서 냄새가 나는지 물었을 때, 그들은 무작위로 추측한 것보다 정답을 제시하는 확률이 떨어졌다.

그러나 이중 신호가 오류를 확인하는 메커니즘을 제공할 수도 있다. 우리의 두뇌는 “우리 주변의 냄새 원인을 정확하게 식별할 수 있도록 우리가 냄새를 맡고 있는 것에 대한 확증적인 증거를 수집할 수 있다“고 볼딩 연구원은 말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cell.com/current-biology/fulltext/S0960-9822(23)01379-9?_returnURL=https%3A%2F%2Flinkinghub.elsevier.com%2Fretrieve%2Fpii%2FS0960982223013799%3Fshowall%3Dtrue)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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