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발견된 빈대, 유럽發아냐…지하철에도 있을까?

서울 18개 자치구서 방역 작업... 과거에도 발견된 동남아 빈대, 확산은 처음

지난 25일 서울 영등포구 한 고시원에서 진행한 빈대 방역작업 모습. 벽면 콘센트를 뜯어내자 안쪽에서 빈대와 탈피 허물, 배설물 등이 발견됐다. [사진=원스톱방역]
15년 만에 서울에 빈대가 출몰하고 있다. 빈대는 1970년대 이후로 서울을 비롯해 국내에서 거의 박멸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에선 지난 9월 대구 계명대 기숙사에서 처음 보고된 후 전문가들 사이에선 사실상 전국 확산이 시간 문제란 우려를 내놓기도 했다. 실제 지난달 13일에는 인천 서구의 한 사우나에서도 빈대가 발견되며 수도권 등지로의 확산도 현실화했다.

지난달 하순부턴 서울 내 신고 사례도 늘고 있다. 이전까지 서울 내 빈대 발생 보고 사례는 2008년 이후 전무했다. 10월 말을 기준으로 서울 25개 자치구 보건소 중 6곳에서 총 15건의 빈대 발생 신고가 접수됐다. 민간 방역업체가 작업했다고 알려진 내역까지 종합하면 10월 한달간 18개 자치구에서 빈대 출현을 확인됐다. 아직 신고 사례가 없던 자치구는 강동구, 도봉구, 마포구, 송파구, 서대문구, 성동구 정도다.

이에 수도권 지하철 등 대중교통 시설에도 빈대가 확산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시민들도 늘고 있으나, 아직 국내 지하철 내 관련 신고는 접수되진 않았다. 서울교통공사는 “직물 소재의 의자는 고온 스팀청소를 하는 등 주기적으로 방역을 진행하고, 오는 2일부턴 외부 방역업체를 통해 빈대 서식 유무를 진단할 예정”이라는 입장이다.

열대빈대, 과거에도 발생했으나 확산 상황은 처음

한편, 최근 영등포구의 한 고시원에서 빈대가 발견돼 대대적인 방역 작업을 진행한 사실도 알려져 화제가 됐다. 지난달 25일 해당 고시원의 방역 작업을 진행했던 민간 방역업체인 원스톱방역 측은 코메디닷컴에 당시 상황을 전하면서 최근 확산하는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유입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당시 서울 영등포구보건소에는 해당 고시원의 이불과 장판, 옷가지 등에서 빈대가 나타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현장을 방문한 보건소 관계자들은 4개 방에서 빈대를 확인해 고시원 내 상당히 확산했을 것으로 봤다. 이후 방역 작업에서 원스톱방역 측은 침대 매트리스와 소파, 벽지 내부, 벽면 콘센트 안쪽, 천장 화재 감지기 등에까지 빈대가 퍼진 것을 확인했다. 원스톱방역 정의석 대표는 “해당 고시원엔 현재 동남아권의 외국인 근로자가 많이 거주하고 있었다”면서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해 완전히 장담할 순 없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서울 영등포구 한 고시원에서 진행한 빈대 방역작업 모습. 벽지 속에도 빈대가 숨어있었다. [사진=원스톱방역]
다만, 업체는 이번 확산 이전에도 국내에 빈대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실제 해당 업체는 지난 2016년부터 수도권 경기도 지역에서 꾸준히 빈대 방역 작업을 진행해왔다. 이외에도 서울 내 고시원과 쪽방촌 등에서 종종 빈대가 발생한 과거 사례를 보건소와 시민단체 등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정 대표는 “이전에도 국내와 수도권에서 빈대가 종종 발생해 방역작업을 해오긴 했지만, 지금과 같은 ‘확산’ 수준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발견되는 빈대 종류 역시 몇 년 전까진 일반 빈대(Cimex lectularius)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 들어선 열대 빈대라고 불리는 ‘반날개 빈대'(Cimex hemipterus)가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건 당국 역시 최근 두 종류의 빈대가 전국적으로 반반씩 발견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기후 온난화의 영향과 함께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해외 여행과 교류가 늘어난 탓이다.

반날개 빈대는 우리나라에서 주로 발견되던 일반적인 빈대보다 온도 적응력과 생존력이 뛰어나다. 반날개 빈대는 알에서 깬 순간부터 피를 빨고 흡혈하지 않고도 100일가량 생존한다. 온도가 따뜻할수록 활동과 번식이 활발해지기에 확산 속도도 더 빨라 박멸이 더욱 쉽지 않다.

원스톱방역 정의석 대표는 빈대를 발견한다면 전문적인 방역 작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발견된 빈대의 종류와 확산 정도를 확인하고 약제 테스트를 통해 약효가 좋은 살충제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 살충제를 지나치게 많이한 탓에 기존의 일반 빈대조차 살충제 내성이 생겨 가정용 살충제론 박멸이 어렵다.

이외에도 빈대 예방을 위해선 빈대가 주로 확산하는 찜질방과 사우나, 모텔 등의 다중이용시설 사용을 당분간 자제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일반 가정에선 이불과 침대보, 옷 등에 빈대가 서식하는지 확인해보면 좋다.

빈대가 발견된 직물 종류는 70도 이상의 뜨거운 물로 세탁하고 건조기 등을 이용해 2시간 이상 고온 열풍을 쬐어주면 좋다. 만약 다량의 빈대가 서식하는 것을 확인한다면 관할 자치구 보건소에 신고하거나 전문 방역업체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

지난 25일 서울 영등포구 한 고시원에서 진행한 빈대 방역작업 모습. 천장 화재감지기 속에서도 빈대를 발견했다. [사진=원스톱방역]
    최지현 기자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