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기 부모 사랑 부족하면 뇌 ‘이렇게’ 변한다

우울증 같은 스트레스 관련 정신질환에 걸리기 쉬운 이유

부모의 적절한 보살핌을 받지 못한 영‧유아는 성장 과정에서 우울증 같은 스트레스 관련 정신질환에 걸리기 쉽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유년기의 경험이 성인이 된 후 정신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는 자주 등장했다. 그런데 최근, 국내 연구진이 부모의 적절한 보살핌을 받지 못한 영‧유아가 성장 과정에서 우울증 같은 스트레스 관련 정신질환에 걸리기 쉬운 이유를 밝혀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연구는 국제학술지 ≪스트레스 신경생물학(Neurobiology of Stress)≫에 지난달 게재됐다.

31일 한국뇌연구원은 김정연 정서·인지질환 연구팀이 동물모델에서 모성 분리 스트레스에 대한 취약도가 개체별로 다르며, 스트레스 취약 정도에 따라 뇌의 고삐핵 영역에서 신경세포가 다르게 제어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생애 초기에 양육 결핍 스트레스에 노출된 쥐가 청소년기에 보이는 우울증 행동을 조사하고, 스트레스에 취약한 그룹과 둔감한 그룹으로 나뉘는 것을 발견했다.

이에 각 그룹의 뇌를 전기생리학 기법을 통해 분석한 결과, 정상 쥐나 둔감한 쥐와 달리 스트레스에 취약한 쥐는 뇌의 ‘외측 고삐핵’에서 신경세포의 연결부위인 시냅스의 반응이 과도하게 증가하는 것을 발견했다. 아울러 시냅스 가소성도 손상됐다. 연구팀은 생애 초기 스트레스에 의해 과활성한 고삐핵이 스트레스 취약 여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연구팀은 스트레스에 취약한 쥐의 외측 고삐핵에서 미네랄코르티코이드 수용체와 이온성 글루타민인 ‘NMDA 수용체가 증가하고, 글루탐산 수송체인 GLT-1은 감소하는 것도 발견했다.

연구팀이 약물을 처리해 고삐핵 시냅스 외부 영역의 NMDA 수용체를 활성화하자, 스트레스에 취약한 쥐는 정상 쥐보다 고삐핵 활성을 낮출 수 있는 시냅스 외부 영역의 장기 약화 현상이 더 많이 유도된 것이다.

이에 연구팀은 스트레스에 의한 시냅스 변화가 기존에 알려진 글루코코르티코이드 수용체를 통한 것이 아니라, 고삐핵에서는 미네랄코르티코이드 수용체를 통해 시냅스 약화 손상을 일으킬 가능성도 함께 제시했다.

김정연 박사는 “외측 고삐핵 내 시냅스 외부 영역의 세포 조절 기전은 스트레스 취약 정도를 진단하는 새로운 지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시냅스 외부 영역에서 NMDA 수용체 활성을 유도해 고삐핵 영역의 과활성을 억제하는 등 새로운 기전의 항우울제 개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정희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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