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활용, 백혈병 맞춤형 약 처방하고 환자 관리”

연구사업단 세미나에 울산시-유니스트 “적극 지원”

을지대 의대 김동욱 교수가 ‘혈액암 빅데이터 플랫폼과 AI 개발’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사진=백혈병 초정밀 바이오연구단]
영화 ‘사랑의 스잔나’의 추하도, ‘라스트 콘서트’의 스텔라도, ‘러브스토리’의 제니도 모두 백혈병의 희생양이 됐지만, 지금 백혈병은 불치병이 아니다. 그렇다고 만만하게 볼 수는 없다. 여러 표적 치료제 중 잘못된 약을 복용하면 부작용으로 고통을 받고, 심지어 생명을 위협받는다. 약을 쉽게 끊을 수도 없다. 백혈병 진료와 연구의 세계적 석학을 중심으로 국내 병원, 대학, 기업 등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이 문제를 해결하는 영역을 개척하고 있어 지방자치단체까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을지대 의대 혈액종양내과 김동욱 교수팀과 울산과학기술원(UNIST) 김홍태 교수팀을 중심으로 15개 연구팀이 손 모아 출범한 ‘백혈병 초정밀바이오 사업단’이 주인공. 이들은 미국, 유럽 등의 거대기업들과 경쟁에서 앞서가고 있어 조만간 인류 암 연구의 시금석이 될 결과물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들의 성과를 지켜보던 유니스트와 을지대는 물론, 울산광역시도 적극적 지원을 약속했다.

27~28일 울산 울주군 언양읍 유니스트 산업관에서 열린 ‘백혈병 초정밀 바이오연구단 세미나’는 이들의 청사진과 열망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선 김동욱, 김홍태 교수를 비롯해 60여 명의 세계적 전문가들이 연구 성과와 정보를 공유했다.

만성골수성백혈병(CML) 연구와 치료의 세계적 석학으로서 환자와 동고동락하는 의사로 유명한 김동욱 교수는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해 백혈병 환자에게 딱 맞는 약을 처방하고, 건강 상태를 제대로 관리해서 재발 없이 완치할 수 있다”며 지금껏 연구 성과와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김 교수는 “백혈병 환자를 보면서 ‘내가 이 환자를 얼마나 알고 있나’ ‘정말 제대로 치료하고 있나’는 질문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7년 전부터 데이터를 축적해왔다”고 소개했다.

김 교수는 “환자마다 특정 유전자 발현율 차이가 굉장히 큰데, 이는 같은 약이라도 환자마다 치료 효과는 물론 부작용도 다르며 용량과 부작용도 다 다르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AI를 활용하면 출생 후 백신, 질병, 건강검진 결과, 진료기록, 유전자 돌연변이까지 추적해 데이터베이스화해 맞춤형 약을 통해 제대로 치료하고 적절하게 약을 끊게 할 수 있다”며 “이들 분야에서 국내외 여러 기관들과 협력해서 세계적 성과를 축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세계 최대 규모로, CML 환자 2000여 명을 관리하고 있으며, 한국연구재단의 한국백혈병은행 과제를 수행하며 8만 건 이상의 환자 검체를 관리하고 있다. 이에 더해 아시아 17개 주요 병원의 CML 환자 데이터도 관리하고 있다.

유니스트 백혈병연구소장이자 질병 유전자 분석의 권위자인 김홍태 교수는 “이같은 AI 기반 빅테이터 플랫폼이 완성되면 치료제와 진단 시스템 개발과 각종 질병 연구에도 활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이 데이터의 분석과 진단, 치료제 개발 등과 관련한 다양한 방법에 대해서 전문가들의 강연 또는 발표가 있었다. SKT 이정용 팀장은 ‘빅데이터와 데이터베이스’에 대해서, 테라젠바이오 박찬희 박사는 ‘클라우드 환경 기반 오믹스 데이터 분석 플랫폼’에 대해서 강의했다. 또 옵토레인 이도영 대표는 속도와 정확도에 있어서 기존 PCR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는 ‘디지털 PCR’에 대해서, 이뮤노포지 안성민 대표는 혈액암 신약 개발. BCR-ABL1 유전자 중 T315I 내성을 극복할 KF1601 치료제의 개발에 대해 발표했다. 유니스트 생명과학과 이창욱 학과장은 ‘바이오 기초연구와 구조생물학’에 대해 소개했다.

연구단에 따르면 현재 이 분야의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는 물량전을 펼치고 있는 미국 IT 거대기업들. 마이크로소프트는 클라우드 기반 생물정보학 분석정보기업인 DNA넥서스(DNAnexus), 세인트 쥬드 어린이병원 등과 글로벌 데이터 공유 및 연구를 진행 중이다. 세인트 쥬드 병원은 28개국 300여 개의 연구 조직의 2000여 명의 임상의와 연구진에게 소아암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공유하는 ‘세인트 주드 클라우드’를 이끌고 있다. 또 아마존 오믹스는 생물정보학 유전자 분석 툴인 ‘Ready2Run’을 통해 방대한 자료를 축적하며 AI 연구를 대비하고 있다.

‘백혈병 초정밀 바이오 연구단’은 CML의 체계화한 데이터를 중심으로 임상, 기초연구, 관련 연구 등의 핵심 연구자들의 신속하고 적극적 협업이 경쟁력이다. 그러나 이 자리에선 이들 연구 결과가 열매를 맺을 때 데이터의 활용을 가로막는 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AI 활용을 위한 익명화 정보도 상용화를 가로막는 규제가 빨리 해결되지 않으면 환자 맞춤형 처방 및 관리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이날 세미나에서는 발표자 외에도 대한항암요법연구회장, 대한임상시험센터협의회장 등을 맡고 있는 장대영 한림대 성심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와 김용환 숙명여대 생명시스템학부 교수, 이대희 서울CRO 대표, 남기엽 파로스아이바이오 대표 등이 참석해서 최신 연구성과를 공유했다.

연구단의 움직임은 국내외에도 관심을 불러 세계 최대 제약회사인 노바티스의 유병재 한국대표를 비롯해서 BMS, 오츠카 등 글로벌 제약회사 관계자들도 참관했다. 녹십자GC에서는 한성희 진단검사센터장이 자사의 국내 최대 ‘혈액암 검사와 정밀진단 시스템’에 대해 소개하며 협력을 모색했고 대웅제약, 일양약품 등도 참여했다.

이 자리에선 유니스트 이재용 연구부총장과 안효대 울산시 경제부시장이 참석해서 각각 대학교 차원과 울산광역시 차원의 적극적 지원을 약속했다. 특히 수도권의 병원, 기업 등과 울산광역시 젊은 과학자 그룹의 기초 연구가 시너지 효과를 내면 미래 지역 경제 발전의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연구단의 행보가 학계뿐 아니라 정관계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는 것.

27일 울산 UNIST 산업관에서 열린 ‘백혈병 초정밀 바이오연구단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사진=백혈병 초정밀 바이오연구단]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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