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기’ 풀자 뎅기열 발병률 94% 감소

월바키아 감염 모기 방사한 3개 도시에서 뎅기열 발병률 급감

월바키아에 감염된 모기는 박테리아가 이러한 바이러스와 경쟁하기 때문에 뎅기열 및 지카 바이러스와 같은 질병을 전염시킬 가능성이 훨씬 적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한 자료사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구온난화로 모기가 옮기는 뎅기열 환자가 급증한 가운데 바이러스와 박테리아에 감염되지 않은 ‘변형 모기’를 풀어놓은 남미 콜롬비아 3개 도시지역에서는 뎅기열 발병률이 94% 이상 줄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이번 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 열대의학 및 위생학회((ASTMH) 연례 회의에서 소개된 세계모기프로그램(WMP) 연구진의 발표문을 토대로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27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발표를 맡은 호주 모나시대의 케이티 앤더스 교수(전염병학)는 콜롬비아의 3개 도시에서 월바키아 (Wolbachia)라는 세균에 감염된 이집트숲모기(Aedes aegypti)를 방출한 뒤 뎅기열 발병률이 크게 줄었다고 보고했다. 월바키아 감염 모기가 잘 서식하는 지역에서는 뎅기열 발병률이 94~97%까지 감소했다.

월바키아에 감염된 모기는 박테리아가 이러한 바이러스와 경쟁하기 때문에 뎅기열 및 지카 바이러스와 같은 질병을 전염시킬 가능성이 훨씬 적다. 또한 모기는 박테리아를 자손에게 물려주기도 하기에 전염병 예방효과가 더 좋을 수 있다.

비영리단체인 WMP는 2015년 콜롬비아 북서부 아부라 계곡에 처음으로 월바키아에 감염된 변형 모기를 방사하기 시작해 2020년 말까지 단적적으로 이를 확대했다. 그 결과 총 면적 135㎢에 330만 명이 거주하는 벨로, 메데인 이타구이 3개 도시를 아우르는 전역에 방사가 이뤄졌다.

앤더스 교수는 “대상 인구와 면적을 고려할 때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월바키아 모기를 지속적으로 방사한 것 중 가장 큰 규모”라고 밝혔다. WMP는 호주, 브라질, 인도네시아, 베트남에서도 비슷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WMP연구진은 변형 모기가 방사되는 곳마다 야생 개체군과 교배하여 월바키아를 가진 모기의 수가 결국에는 월바키아를 갖지 않은 모기의 수를 능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구진은 지역 모기의 60% 이상이 월바키아를 가지고 있을 때 완치 지역으로 간주한다. 벨로와 이타구이는 도시 전역에서, 메데인에서는 절반 면적에서 이를 달성했다.

연구진은 완전히 치료된 지역의 뎅기열 발병률을 개입 전 10년 동안 같은 지역의 뎅기열 발병률과 비교한 결과 벨로와 메데인에서는 95%안팎, 이타귀이에서는 97% 감소한 것을 발견했다. 프로젝트가 시작된 이후 이들 지역에선 뎅기열이 크게 유행하지 않았다. 앤더스 교수는 “6년 동안 뎅기열이 지속적으로 억제되고 있다”며 “우리는 월바키아 모기의 실제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뎅기열 발병률은 수년에 걸쳐 자연적으로 변동하기 때문에 이러한 개입이 뎅기열 발생률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는 것은 까다로울 수 있다. 미국 노트르담대의 알렉스 퍼킨스 교수(역학)는 “이러한 공중보건 개입 후 발병 사례가 감소한 것은 단순한 우연일 수도 있지만 이러한 패턴이 지속될 경우엔 고무적 결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중 보건 개입의 효과를 평가하기 위한 표준은 무작위 대조 시험이라고 지적했다 WMP는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에서 모기를 도시의 일부 지역에 방사하고 뎅기열 발병률을 방생하지 않은 지역과 무작위 대조시험을 실시했다. 그 결과 이 기술이 뎅기열 발병률을 77%까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WMP는 현재 브라질 벨루오리존치에서도 비슷한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긍정적인 결과에도 불구하고 월바키아 모기는 아직 세계보건기구(WHO)의 공식 승인을 받지 못했다. 이 기술은 WHO의 벡터 통제 자문 그룹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WMP는 프로젝트를 확장할 계획이다. 올해 초 WMP는 브라질에 공장을 건설하여 향후 10년 동안 브라질의 많은 도시 지역에 방사할 변형 모기를 생산할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각 지역의 지리적, 사회적 상황에 맞게 모기를 배치하는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등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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