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의료 벤처 투자 ‘반토막’…생존 위해 어디로 뛰어드나?

파이프라인 정비와 시장 확대 등으로 생존전략 모색

바이오 및 의료업계에 대한 투자 규모가 줄어들며, 각 기업이 생존전략 모색에 나섰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헬스케어 분야에 대한 투자액 규모가 줄며 국내 헬스케어 기업들이 제각기 생존 전략을 찾고 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가 22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바이오·의료 분야 벤처 투자 금액은 5961억 원이었다. 2021년 상반기 1조8101억 원, 2022년 상반기 1조3159억 원에 비해 크게 줄었다.

한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오르고 경기가 침체되며 투자 규모가 줄어드는 현 상황에서 개별 기업이 생존을 위해선 더 과감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신약 개발 기업들 “시장 가능성 높은 파이프라인에 집중”

실제로 일부 기업들은 파이프라인을 재정비하는 등 비용 줄이기에 나섰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지난달 자사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후보물질 ’BBT-176’과 안저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BBT-877’의 개발 중단을 결정했다.

지씨셀 역시 지난 7월 판상형 건선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줄기세포치료제의 임상1상을 조기종료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사업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선언했다. 같은달 네오이뮨텍이 교모세포종 치료제 등 파이프라인 3종을, 고바이오랩이 면역질환 치료제의 임상 중단을 결정했다.

기업들의 잇따른 임상 중단은 시장 가능성이 더 높은 후보물질에 전사적인 연구개발 역량과 자금을 집중하고자 위함이다. 개발을 위한 자원은 한정적이지만, 희귀질환 대상 신약은 환자 모집과 수요 확보에 난항을 겪어 매몰 비용을 높인다는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장 진출 노리는 피부미용·의료기기 기업

한편 피부미용과 의료기기 업계는 블루오션으로 평가받는 ‘아세안 시장’ 발굴에 여념이 없다. 아세안 시장은 8억 명 이상의 인구에 더해 1인당 연간 지출 의료비(경상 의료비)가 연평균 9% 이상 성장하고 있는 등 헬스케어 시장에 대한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

동구바이오제약은 올해 1월 라오스의 최대 규모 민간기업과 MOU를 체결하며 자사의 피부과·비뇨기과 파이프라인의 차세대 고객으로 아세안 헬스케어 시장을 낙점했다.

룰루랩과 셀론텍(SC엔지니어링 자회사)은 각각 자사의 AI 피부 미용 진단 솔루션과 콜라겐 관절강내주사 유통을 위한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룰루랩은 하노이대 의료원 산하 병원과 셀론텍은 현지 유통기업 캉람과 계약을 맺었다. 대웅제약의 보톡스 ‘나보타’도 지난 8월 말레이시아에서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국내 정통제약사 “새 먹거리 필요해”

딥러닝, 머신러닝 등 IT기술과 헬스케어를 접목한 디지털 헬스케어도 제약사들의 새로운 먹거리로 각광을 받는다. 시장조사업체 GIA가 예측한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2027년 약 680조 원 이상이며, 연평균 18.8%의 성장이 예상된다.

이러한 기대감은 투자 유치 흐름에도 반영됐다. 한국바이오협회의 ‘2023년 상반기 국내외 바이오제약 산업 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비상장 바이오벤처 및 헬스케어 기업에 대한 투자 약 3224억 원 중 50% 이상이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에 대한 투자였다.

국내 제약사들도 연이어 디지털 헬스케어로의 사업 확장에 몰두하는 추세다. 디지털 치료제 기업 ‘디지털팜’에 투자한 한미약품, 전자의무기록(EMR) 솔루션 기업 ‘에이치디정션’과 MOU를 체결한 대웅제약, 디지털 치료제 개발 기업 ‘하이(HAII)’에 투자한 동화약품 등이 대표적이다.

제약업계는 이와 같은 움직임을 통해 투자 규모 축소의 위기를 사업 다양화의 기회로 삼겠단 계획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의약품을 바탕으로 한 치료 영역뿐만 아니라 디지털 디바이스를 통해 데이터 기반의 질환 예측, 예방, 진단, 사후관리까지 관장하는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을 지속적으로 확장할 것”이라고 전했다.

    장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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