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라자VS타그리소, 폐암 1차약 임상 경쟁…“전체 생존율 개선이 관건”

[ESMO 2023]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 결과 선공개...평가 엇갈려

렉라자 제품. [사진=유한양행]

폐암 발생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시장에서 1차약(우선 처방 약물) 임상 경쟁에 더욱 불이 붙을 전망이다. 아직 충분한 임상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아 약물간 직접 비교는 어려운 상황이지만, 폐암약의 효과를 가늠할 수 있는 ‘전체 생존율(OS)’ 개선 지표가 경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비소세포폐암(EGFR 변이) 1차 표적약 경쟁 구도는 2강 체제로 굳혀졌다. 국내 기업 유한양행이 내놓은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와 다국적 제약기업 아스트라제네카가 만든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가 주인공이다. 최근 두 기업 모두 세계 최대 규모의 암학회 중 하나인 유럽종양학회(ESMO) 학술대회에서 주요 1차약 임상 발표를 앞두고 있다.

그런데, 학회 개막 일정에 앞서 공개된 일부 임상 결과 렉라자 병용요법이 먼저 승기를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새롭게 폐암을 진단받은 환자에서 렉라자 병용요법을 분석한 결과, 암의 진행을 늦추는 효과에 있어 타그리소를 압도한 것이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결국 전체 생존기간 개선이 중요한 항암제 시장에서, 암이 더이상 진행하지 않고 생존하는 ‘무진행생존기간(PFS)’ 지표만을 가지고 섣부른 판단을 내릴 수 없다는 게 주장의 골자다.

18일 유한양행의 임상개발 협력사인 존슨앤드존슨(J&J) 이노베이티브 메디슨(구 얀센)은 렉라자와 이중항암항체 신약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를 병용하는 글로벌 임상 3상 마리포사1(MARIPOSA1) 연구의 톱라인 결과를 공개했다. 오는 20일(현지시간)부터 열리는 ESMO 2023 학술대회 발표 논문들의 초록이 선공개되면서 함께 베일을 벗었다.

주요 결과를 보면,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표적 약물인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은 항암제 효능 평가의 주요 지표 중 하나인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이 23.7개월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비교군으로 설정된 타그리소 단독요법 16.6개월과 비교해 mPFS 지표를 7.1개월 연장시키며 질병 진행 및 사망의 위험을 30% 낮춘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자들은 초록에서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을 평가한 마리포사 임상을 통해 EGFR 변이 진행성 비소세포폐암에 새로운 1차 표준 치료법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해당 결과는 오는 23일 학술대회의 주요 임상발표 세션에서 전체 데이터가 발표될 예정이다.

현재 마리포사1 연구의 톱라인 결과가 발표된 직후 업계의 관심도 뜨거운 상황이다. 타그리소 독점 시장을 깰 약물로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은 고무적인 결과를 제시했다는 반응이다.

시장분석업체 리링크 파트너스의 애널리스트 앤드류 베렌스 박사는 제약전문지 피어스 파마와의 인터뷰를 통해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의 작용 메커니즘을 고려할 때 PFS 지표는 더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렉라자는 타그리소와 마찬가지로 EGFR을 억제하는 저분자 약물이며, 리브리반트는 EGFR과 MET에 이중으로 작용하는 항체다. MET는 EGFR 탈출 경로로도 알려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들 병용요법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에 생명을 연장시키는 고무적인 추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사망 위험도를 놓고 타그리소와 비교했을 때 아직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치에 도달한 것으로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특히, 해당 임상 데이터에서 두드러진 PFS 지표 비교를 놓고도 렉라자 병용요법의 효과가 우세하다고 판정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전했다. 그는 “마리포사 임상 발표 전 타그리소의 임상 3상 FLAURA2 연구에서는 타그리소와 화학요법을 병용한 경우 타그리소 단독요법보다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38%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타그리소에 화학요법을 추가하면 mPFS 지표를 9개월 가량 연장시킨 결과였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럼에도 마리포사 임상 결과는 FLAURA2 연구와 비교해 사망 위험 감소 등의 혜택에 있어 더 나은 개선효과를 보이긴 했다”며 “관건은 해당 폐암 환자에서 치료제를 선택할 때 여전히 중요한 것은 암 진행을 늦추는 효과에 더해 전체 생존율을 개선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아직은 마리포사 임상 결과에서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환자 생존율을 기대할 수는 없다”며 “앞으로 두 치료제의 생존기간 개선효과가 어떠한 추세를 보일지가 중요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원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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