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환자 생존 갈림길…‘뇌전이’ 문제 해법 없나?

국내 환자 5년 동안 30.9% 증가...ALK 양성 폐암 4명 중 1명 뇌전이 경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매년 10월 둘째 주 수요일은 ‘폐의 날’로 폐 질환으로 힘들어하는 환자들의 치료 환경을 개선하고, 관련 질환에 대한 인식 증진을 위한 노력들이 이어지고 있다.

폐암은 전 세계적으로 유병률이 높은 암으로 손꼽힌다. 2020년 미국 국립암연구소 조사 결과 전체 암의 12.2%를 차지했다. 국내에서도 국가암정보센터 통계 결과 암 발생률 2위에 오른 동시에 사망률 1위로 집계되고 있다. 국내 폐암 환자 수는 2017년 8만4298명에서 2021년 11만376명으로 30.9% 증가했으며, 2021년 암으로 사망한 환자 중 폐암이 가장 높은 비중(22.9%, 1만8902명)을 차지했다.

이처럼 폐암 치료를 어렵게 만드는 주된 요인 중 하나가 ‘전이’다. 폐는 동맥과 연결돼 있어 암 세포가 심장을 통해 전신으로 퍼지기가 쉬운데, 특히 폐암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은 뇌전이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23.8%…“첫 진단 시 이미 뇌전이 경험”

여기서 역형성 림프종 인산화효소(ALK) 변이는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5%에서 나타나는 주요 돌연변이에 해당한다. 더욱이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의 경우 뇌전이 발생률이 높다는 특징을 가진다. 실제로 해당 변이 환자의 23.8%는 진단 시 이미 뇌전이가 있는 상태였으며, 환자의 45.5%는 2년 이내에 뇌전이가 발생하는 문제를 겪는 것으로 조사된다.

문제는 이들 환자는 치료 예후가 좋지 않으며, 다른 전이 부위에 비해 삶의 질을 더욱 떨어트리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뇌로 전이된 폐암은 환자들의 생존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으며, 두통을 비롯해 국소적인 신경학적 기능 장애와 뇌졸중 등의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비교적 치료법은 명확하다. 표적 치료제인 티로신 키나제 억제제(TKI)의 등장으로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은 1세대 및 2세대, 3세대 약물의 순차 치료를 통해 생존기간이 약 7년으로 연장됐다.

하지만, 뇌전이를 비롯한 중추신경계(CNS) 전이는 여전히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의 삶의 질과 신경 인지 기능, 생존 등에 큰 위협으로 작용하는 게 현실이다. 1세대 표적 치료 이후에도 50~60% 환자가 중추신경계 전이를 겪은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3세대 약물 진입, 생존 개선 및 뇌전이 줄여…“글로벌 지침 1차 치료 권고”

NCCN 가이드라인 발췌. [사진=NCCN]
현재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분야에 3세대 TKI 치료제는 로비큐아(성분명 롤라티닙)다. 로비큐아는 다른 ALK 저해제에 대한 내성을 유발하는 돌연변이를 억제하고, 혈액뇌장벽(BBB) 통과가 용이하도록 설계된 최초의 3세대 치료제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글로벌 임상 3상인 CROWN 연구에서 뇌전이 환자들을 대상으로 기존 크리조티닙 약물 대비 생존기간을 개선할 뿐만 아니라 뇌전이 발생 위험을 수치적으로 낮추었다는 대목이다.

치료 경험이 없는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해당 연구의 3년 추적 결과에서 로비큐아의 무진행생존기간(PFS)은 64%, 크리조티닙군은 19%였으며 로비큐아군에서 PFS 중앙값은 도달하지 않았다. 또한 로비큐아 치료군은 질병 진행 및 사망의 위험성을 대조군에 비해 81% 가량 감소시켰다.

특히, 이러한 치료적 혜택이 뇌전이 유무와 관계없이 관찰됐다는 부분이다. 연구 시작시점에서 예후가 좋지 못한 뇌전이가 있는 환자를 대상으로 IC-CR(두개 내 반응률)은 71%를 보였다. 뇌전이가 없는 환자에서도 뇌전이 발생 위험을 낮춘 것으로 나타났는데, CROWN 연구의 사후 분석 결과에 따르면 로비큐아 치료군의 12개월 누적 CNS 전이 발생률은 1%, 크리조티닙 치료군에서는 18%로 확인됐다.

이 같은 임상근거를 바탕으로 지난해 업데이트된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및 유럽암학회(ESMO) 임상지침에는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의 1차 치료로 2세대 알렉티닙, 브리가티닙과 함께 3세대 로비큐아가 선호되는 치료 옵션으로 이름을 올렸다.

실제로 글로벌 암 치료 지침을 주도하는 NCCN이 2022년도 발행한 비소세포폐암 임상 가이드라인에서는 1차 치료 요법에 대한 선호도를 계층화해 알렉티닙, 브리가티닙과 더불어 롤라티닙을 1차 치료 옵션에 ‘카테고리 1(선호)’ 등급으로 추천했다.

이어 세리티닙은 ‘기타 권장’ 옵션으로, 크리조티닙은 ‘특정 상황에서 유용’할 수 있는 치료 옵션으로 추가 권고했다. 선호요법의 경우 무작위 3상 임상시험과 같은 높은 수준의 임상 근거를 바탕으로 전문가 논의에서 일관된 합의를 본 약물이 해당된다.

작년 개정된 ESMO 임상 지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ALK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초기 치료로 2세대인 알렉티닙과 브리가티닙, 3세대인 롤라티닙이 선호되는 옵션으로 강력 권고(A)됐다. 크리조티닙과 세리티닙은 일반적인 수준으로 권고(B)됐다. 권고등급상 A는 ‘강력한 권고’를, B는 ‘일반적인 권고’ 수준을 말한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안진석 교수는 “ALK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의 뇌전이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높은 가운데, 로비큐아는 혈액뇌장벽 통과에 용이하도록 설계되어 뇌전이 유무와 관계없이 유의미한 두개 내 효과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CROWN 임상의 3년 추적 결과에서도 PFS 중앙값이 아직 도달하지 않아 향후 추적 관찰 결과가 더욱 기대되는 상황”이라며 “주요 글로벌 임상 지침을 반영해 1차 치료로 로비큐아를 사용할 수 있도록 급여가 확대된다면 국내 환자의 생존과 삶의 질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원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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