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각 작용하고 오래 지속되는 뇌전증 신약 나왔다

XEN1101 복용한 난치성 환자들 발작 53%까지 줄여줘

연구진은 XEN1101을 복용한 환자의 월 발작 횟수가 33%~53% 감소한 것을 발견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기존 뇌전증 치료제와 메커니즘이 전혀 다른 신약이 환자들의 발작을 크게 줄여준다는 임상시험 결과가 나왔다. 《미국의학협회 신경학(JAMA Neurology)》에 발표된 다국적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건강의학 웹진 ‘헬스 데이’가 10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해당 신약은 캐나다에 본사를 둔 제약사 제논 파마슈티컬즈(Xenon Pharmaceuticals)가 개발한 XEN1101이다. 대부분의 다른 뇌전증 치료제는 나트륨이 세포로 들어가는 것을 차단해 뇌가 흥분하지 못하게 하는 나트륨차단제다. 반면 XEN1101은 칼륨을 세포 밖으로 내보내 뇌에게 흥분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낸다.

뇌전증은 몇 초에서 몇 분간 지속되는 발작을 특징으로 한다. 뇌전증의 발작은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양측 뇌에 영향을 미치는 전신 발작과 한쪽 뇌에만 영향을 미치는 국소 발작(부분 발작)이 있다. 뇌전증 발작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국소발작은 특정 뇌 영역, 특히 측두엽 내 신경세포에서 전기신호의 갑작스러운 과잉 발생으로 인해 야기된다.

미국 뉴욕대(NYU) 랭곤의대의 재클린 프렌치 교수(신경학)가 이끄는 연구진은 국소 발작이 있는 남녀 285명에게 세 가지 용량의 XEN1101 알약과 위약을 무작위로 투여했다. 이들은 6개의 다른 약물 치료에 반응하지 않았고, 한 달에 최소 4번 이상의 발작을 겪는 환자들이었다.

연구진은 XEN1101을 복용한 환자의 월 발작 횟수가 33%~53% 감소한 것을 발견했다. 반면 위약을 복용한 환자들은 임상시험 8주 동안 발작이 평균 18% 감소하는 데 그쳤다.

임상시험 종료 후에도 약물을 계속 복용할 수 있는 옵션이 주어졌을 때 대부분의 환자가 치료를 계속하기로 선택했다. 그중 약 18%는 6개월 후에도, 약 11%는 1년 이후에도 발작이 없는 상태를 유지했다고 프렌치 교수는 밝혔다.

주요 부작용은 사람들을 졸리게 만들고 불안정하게 한다는 것. 다만 이러한 부작용은 복용량에 따라 다르며 관리가 가능하다고 프렌치 교수는 말했다.

이 약물의 또 다른 이점은 체내에서 비교적 오랫동안 지속되기 때문에 환자가 다른 항 발작제만큼 자주 복용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또한 완전히 효과를 발휘하는 데 10주까지 걸리는 현재의 약물과 달리 XEN1101은 즉시 작용하기 시작한다고 프렌치 교수는 설명했다.

프렌치 박사는 더 많은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라며 향후 몇 년 내에 이 약이 승인되어 환자들이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발작이 언제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은 사람을 위험에 빠뜨릴 뿐 아니라 사람들의 삶에 큰 지장을 주며 일과 인간관계를 방해한다”면서 “이 약을 사용하면 발작이 조절되지 않아 돌아다니는 뇌전증 환자가 훨씬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를 검토한 미국 호프스트라/노스웰 의대의 션 황 교수(신경학)는 “국제적인 의사 그룹이 잘 수행한 임상시험”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 사용 가능한 다른 약물과는 상당히 다른 새로운 메커니즘으로 작용하는 새로운 약물이 시장에 나오게 될 것으로 보인다”며 “일부 뇌전증 환자에게는 정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jamanetwork.com/journals/jamaneurology/fullarticle/2809938)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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