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 속 엄마 A씨는 우연히 딸과 그 남자친구와 나눈 음란 대화 메시지를 발견했다. 충격을 받은 A씨는 딸에게 “그 남자애와 어울리지 말라”며 휴대폰을 압수했다. 며칠 뒤 딸은 “잘못했다”며 “처음에는 (남자친구가) 만지려고 해서 싫다고 했는데 몇 번 그런 일이 있게 된 후 성관계까지 하게 됐다”고 엄마에게 털어놨다.
(딸이) 추행을 당한 게 아니고 합의 하에 했다는데 이걸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 A씨의 심정. 아이한테는 ‘올바른 행동은 아니다’라고 얘기했지만 당황해서 제대로 이야기도 못했다고. 밤새 울다가 정답을 모르겠고 생리도 하는 아이라서 걱정도 된다고 전했다.
갈수록 어려지는 첫 성관계 나이…부모와의 대화가 중요해
만약 10대 자녀가 성관계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A씨처럼 충격에 휩싸이기 쉽다. 성적 활동은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지만, 어떤 부모들은 소중한 아이가 성관계를 한다는 생각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 화를 내거나 자녀의 남자친구 혹은 여자친구에게 따지는 일도 발생한다.
국내 청소년이 처음 성관계를 시작하는 연령은 평균 13.6살(질병관리본부 조사_2018년 기준)이다. 청소년 100명 가운데 5명은 성관계 경험이 있다. 평균 첫 성관계 경험 나이는 13세로, 초등학교 6학년이다. 피임은 잘하고 있을까. 여자 청소년 중 성관계 경험자가 “항상” 피임을 한다고 대답한 비율은 26.5%에 불과했다. “항상 또는 대부분”을 답한 여성 청소년도 48.8%로 절반을 넘지 못했다.
이처럼 청소년 성경험은 점점 더 빨라지고, 많아지고 있다. 부모는 주의를 당부할 수 있지만 자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제재하며 전적으로 막을 수도 없는 일이다. 성 활동에 관해서 자녀와 어떻게 대화를 나눠야 할까? 부모는 어색함 때문에 모호하게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으며, 자녀는 애매모호한 부모의 말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부모가 자녀에게 성교육을 하기란 쉽지 않지만 역설적으로 자녀는 부모한테 성에 대해 배우기를 원한다”고 말한다. 연구에 따르면 부모가 자녀와 성에 관해 직접 대화하면 자녀의 첫 성관계 시기를 늦출 수 있고 성적 행동이 문제를 일으킬 위험도 적어진다.
자녀가 15~18세 일 때보다 10~13세 일 때부터 단계적으로 성교육을 하는 것이 좋다. 자녀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궁금해하는 주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대화를 처음 시작하기는 어렵지만 계속 이어지면 더 수월해진다.
미국 웨스트 블룸필드 헨리포드 행동건강통합 프로그램의 소아과 어린이 및 청소년 심리학자 칼리오피 멜리스타스 박사는 “자녀의 성관련 행동에 반응적이고 위협적인 부모의 행동은 더 위험하다”며 “위협적으로 대응하는 부모로 인해 청소년들이 성 관련 활동에 대해 지나치게 거부감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자녀의 성관계 경험을 알게 되면 일단 침착한 마음가짐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는 것이 멜리스타스 박사의 조언이다.
만약 자녀가 데이트를 시작한 것을 알면 건강한 남녀 관계 및 성에 대해 설명하고, 건강하지 못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유형의 학대나 잠재 위험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임신, 성병의 위험, 언제 어디서 성관계를 가질 수 있는지, 섹스팅과 소셜 미디어의 위험에 대한 대화도 필요하다. 이런 류의 대화에서 중요한 것은 현실적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멜리스타스 박사는 “현실은 자녀가 집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모든 것에서 그들을 보호할 수 없다 점”이라며 “부모로서 역할은 자녀에게 최대한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그 결정에 대한 안내를 돕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부모가 자녀에게 데이트를 허용할 시 이후 행동 변화에 주의해야 하며, 그 관계로 인해 자녀의 상태가 뭔가 불안정하다면 그 징후를 찾아야 한다.
보통 자녀가 잠을 못 자고, 음식을 못 먹고, 기분이 안 좋아 보이는 것이 그 첫번째 신호다. 태도의 변화, 모든 시간을 아이 한 명에게 헌신하거나 이전에 가족과 함께 즐기던 활동을 포기하는 것도 경고 신호다.
부모가 자녀의 성관계 사실을 수집하면, 어떻게 도움을 줘야하는지 파악하는 것이 가장 좋다. 멜리스타스 박사는 “자녀가 상대와 안전하게 성관계를 가지고 있는지, 피임 도구를 사용하는지 등 현실적으로 묻는 것”이라며 “이 시점에서 강압적으로 성관계를 하지 말라고 꾸중을 하는 것은 자녀에게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성관계를 하기로 한 결정에 대한 이후 책임을 자녀에게 제대로 이야기할 줄 도 알아야 한다. 성관계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을 설명하고, 피임을 해도 임신할 수 있으며, 감정적 연결과 그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건강상의 문제 등 부수적인 설명도 있어야 한다. 그럴려면 부모가 제대로 된 성관념을 갖고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공부를 하는 자세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