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을 초래하는 인지 왜곡, ‘필터링’이란?

[채규만의 마음이야기]

우울증을 초래하는 인지 왜곡 중 필터링은 우리가 어느 한 상황을 평가하고 접촉할 때 부정적인 부분에만 선택적 통과시키면서 집중하고, 자신과 환경에 대한 평가에서 긍정적인 부분은 걸러내는 것을 현상을 말한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의 우울증에 관한 통계를 보면 자살이 10대와 30대의 사망 원인 1위라고 한다. 10대의 경우는 2008년 자살률이 42%나 증가하면서 2009년에는 ‘자살’이 사망의 제1 원인이 되었고, 30대 역시 자살이 사망의 제1 원인이 되었다. 이러한 통계를 보면 사회 복지 수준이 잘 되어 있고, 자살 예방 프로그램 역시 잘 구축된 한국에서 젊은 층에서 자살로 생명을 제일 많이 잃는다는 것이 아이러니한 현실이고 한편으로는 슬픈 현실이다. 한국의 사회의 양극화 현상과 환경적, 경제적 어려운 현실을 전 연령층이 동일하게 경험하고 있는데 왜 젊은 청년층은 자신의 삶을 쉽게 포기하고 심지어는 집단 자살까지 시도하는 것일까?

10대는 학업 스트레스와 또래 관계에서 왕따 등이 주요 원인일 수 있고, 30대는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구하고 사회생활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자살을 선택하는 것 같다. 환경적, 사회적 어려움 때문에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어려움 삶을 극복하고, 스트레스를 대처하고 회복하는 탄력성이 취약하다고 할 수 있다. 우울증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삶의 역경에 대처하는 악착같은 끈기, 근성, 인내력, 오뚝이처럼 실패를 디디고 일어나는 심리적인 탄력이 취약할 때 생기는 심리적 증상이다. 우리는 심리적인 근육을 강하게 훈련해서 역경을 극복하고 자기실현을 성취하는 탄력성을 길러야 한다.

우울증 사고 원인 중 필터링(Filtering)이란 무엇인가?

우울증을 초래하는 인지 왜곡 중 필터링은 우리가 어느 한 상황을 평가하고 접촉할 때 부정적인 부분에만 선택적 통과시키면서 집중하고, 자신과 환경에 대한 평가에서 긍정적인 부분은 걸러내는 것을 현상을 말한다. 이렇게 되면 자신을 포함한 온 세상은 부정적이고 절망적으로 보이고 불안하고 우울하다.

상담 사례 : A라는 내담자는 우울과 불안증세로 필자에게 상담을 받게 되었는데, 그는 직장에서 주어진 프로젝트에 관해서 상사들 앞에서 최선을 다해 발표했다. 상사와 동료들은 약간의 비판과 함께 대부분 칭찬과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었다. 그러나 A 씨는 그날 이후로 잠을 설치고, 직장에 출근해서도 주위의 눈치를 보면서 안절부절못하면서 자신의 업무에 집중할 수 없었다. 그래서 불안하고 우울한 나머지 상담실을 찾아서 도움을 요청했다.

A 씨가 불안과 우울증을 경험하게 된 인지 왜곡을 필터링이라고 부른다. 즉 자신이 발표한 내용에 대해서 청중은 긍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이 이었지만, 이 부분은 사고의 정수기로 걷어내고, 부정적인 내용에만 집중하였기에 불안하고 우울한 증상을 보였다. 다른 말로 하면 자신에 관해서 편중된 사고로 균형이 있는 시각으로 자신과 사물을 바라보지 못했기에 우울하고 불안했다. 우울과 불안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필터링을 알아차리고 균형 있게 자신을 바라보거나 오히려 역 필터링 즉 부정적인 반응은 걸러내고 긍정적인 반응에 집중하고 더 자신을 개발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필터링이 심한 사람들의 특징과 대책

▸완벽주의적 성향: 완벽주의적인 성향을 지닌 사람들은 주위 사람들이 그를 칭찬도 하고 괜찮다고 하는데 자신은 자신에 불만족하고 자신의 부족한 부분에만 집중한다. 즉 자신은 사람들 앞에서 완벽하고 완전해야 하는데, 조그마한 부정적인 반응을 경험하면 자신 전체가 망가졌다고 생각하고 실망하고 절망하고 우울증에 빠진다. 필자는 완벽주의적인 내담자에게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신의 아들인 예수님과 같이 완벽한 존재라도 사람들은 예수님을 완벽한 존재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유대인도 있었지만, 예수님을 자신이 믿는 신을 모독한다고 누명을 씌워서 살인까지 했다. 당신이 모든 사람에게 완벽하게 보여야 한다는 생각은 비현실적인 인지 왜곡이기에 수정해야 한다.”라고 조언을 해 준다. 그렇다! 자신의 긍정적이고 좋은 점은 걸러내고 부정적인 면만 선택적으로 집중해서는 안 된다. 자신을 전체적인 맥락에서 평가하고 수용해야 한다. 타인의 부정적인 평가에 너무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인간은 자신에게 잘해 주고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좋은 평가를 해 주고, 자신에게 손해가 된다고 생각하면 즉각적으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타인의 평가가 항상 객관적인 것은 아니기에 너무나 타인의 평가와 인정에 매달리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자신을 다른 사람들과 항상 내면적으로 비교하면서 열등감에 빠진다. 이러한 사람들은 자신이 “나는 부족하다, 형편없다.”라고 평가하는 경향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말이나 태도를 오해하고 부정적인 면은 통과시키고 타인들의 긍정적인 면은 걸러내기에 사람들과 같이 있어도 불안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또한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무시하지 않을까 하는 선입관 때문에 상대방이 약간의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 상대방이 자신을 무시한다는 인지 왜곡을 보이면서 화를 내고, 심하면 낯선 사람들에게도 폭력적인 반응을 보이거나 심할 때는 “묻지마 살인”까지 한다.

사회심리학의 중요한 원리에 의하면, 인간은 자신에 대한 태도가, 타인에 대한 태도에 많은 영향을 준다고 주장한다. 즉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가 강하면, 타인도 자신을 부정적으로 대할 것이라는 선입관을 가지고 산다는 것이다. 자신의 긍정적인 면은 필터링하면서 부정적인 면에만 집중하면 자존감이 떨어지고, 다른 사람들의 반응에 민감하면서 우울, 불안, 분노의 반응을 보인다.
이러한 사람들은 역으로 자신의 부정적인 면을 여과해서 걸러내고, 긍정적 면을 바라보면서 기분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또한 인간은 누구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공존한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자신을 균형 있게 바라보면서 오히려 긍정적인 면에 집중하고 자신을 더 개발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우리가 인간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보면, 대체로 인간의 모든 행동은 80%는 긍정적이고 괜찮은 면이 있고, 약 20%만이 부정적이라고 하니까 좀 외모나 능력이나 모든 면을 부정적인 필터링을 하지 말고 좀 더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기 바란다. 대인관계에서 필터링이 심해서 우울한 감정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 자체에 본질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고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면을 필터링하면서 부정적인 면에 집중하고 있는 자신의 자신에 대한 태도와 생각을 바꾸도록 노력해야 한다. 우울증은 생각을 바꾸면 극복할 수 있다.

    채규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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