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음파 이어 뇌파기기도 한의사 사용 허용…

[박창범의 닥터To닥터]

[사진=클립아트코리아]
2022년 대법원은 면허 외 의료행위에 대한 새로운 판단기준을 제시하면서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이 면허 외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최근 이와 관련되어 다시 한번 유사한 판결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한의사 A는 2010년 9월 무렵부터 자신이 운영하던 서초구의 한의원에서 3개월간 치매와 파킨슨병을 진단하기 위하여 뇌파기기를 활용하였다. 한의사 A는 OO경제신문에 파킨슨병을 뇌파검사로 진단하고 한약으로 치료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는데, 그 기사에서 한의사 A가 환자에게 뇌파기기를 이용해 파킨슨병 여부를 확인하는 사진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에 관할 보건복지부는 한의사 A가 면허 외 의료행위를 하고 의료광고 심의없이 기사를 게재하였다는 이유로 3개월의 면허자격정지처분을 내렸다. 이에 한의사 A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1심에서는 파킨슨병 및 치매진단을 위하여 뇌파기기를 한의원에 사용된 것은 한방의료행위에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면서 A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2016년 2심에서는 뇌파기기의 사용에 특별한 임상경력이 요구되지 않고 그 위해도도 높지 않으며, 그 사용에 서양의학에 관한 전문지식이나 기술을 필요로 하지 않는 점에 비추어 보면 한의사가 이를 사용하더라도 보건위생상 위해우려는 없다고 했다.

원고가 한방신경정신과 진료를 하면서 짧은 기간 보조적으로 뇌파기기를 이용한 것에 불과하고, 한의학에서도 뇌파를 연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의료기술의 지속적인 발전과 의료기기 사용의 보편화 등을 이유로 한의사 면허자격정지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하였다. 대법원에서도 새로운 판단기준을 근거로 한의사의 뇌파기계 사용은 면허 외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 2023.8.18. 선고 2016두51405판결)

현재 법률에서는 한의사의 의료행위가 어디까지인지 구체적으로 정하고 있지 않다. 이에 법원의 판단기준이 매우 중요하다. 기존에는 한의사의 면허 외 의료행위에 대한 판단기준으로 1) 관련 법령에 금하는 규정이 있는지, 2) 의료기기의 개발 및 제작원리가 한의학의 학문적 원리에 기초한 것인지, 3) 해당의료기기를 사용하는 행위가 한의학의 이론이나 원리를 응용 또는 적용한 것인지, 4) 한의사가 사용하더라도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였다.

하지만 초음파 사용 판결에서 대법원은 새로운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는데 1) 해당 법령에 금하는 규정이 있는지, 2) 한의사가 사용하면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지, 3) 전체 의료행위의 경위/목적/태양에 비추어 한의사가 해당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한의학적 의료행위의 원리에 입각하여 이를 적용 내지 응용하는 행위와 무관한 것이 명백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였다.

즉, 기존에는 ‘면허범위’라는 기준에 초점을 맞추어 한의사가 초음파나 뇌파기기와 같이 서양의학에서 개발되어 사용되는 현대 진단기기를 사용해 진단하는 행위는 면허범위를 벗어난 것이고 오진가능성이 있어 국민건강에 위해를 가할 수 있다고한 반면 이번 판결은 현대 진단의료기기 사용이라는 의료행위가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초음파나 뇌파기기와 같은 현대진단기기자체는 위해성이 적고 보조적 진단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 국민건강증진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요약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이번 판결로 한의사가 초음파나 뇌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합법화된다면 이에 대한 비용을 환자에게 청구하는 것이 가능할까?

참고로 한의사의 초음파기기사용의 비용청구문제에 대하여 보건복지부는 한의사가 초음파기기를 사용하고 이에 대한 비용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한의과 행위 목록에 등재하는 절차를 걸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산하 전문평가위 평가를 거친 후 급여든 비급여 여부를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절차가 해결되기 전까지 한의사는 비록 초음파 진단장비를 사용하더라도 환자에게 비용을 청구할 수 없고 만약 청구한다면 이는 임의비급여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사실을 고려한다면 한의사가 뇌파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환자에게 그 비용을 청구할 수는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정리하면 현재까지의 대법원의 새로운 판단기준은 종전의 판단기준에 비하여 의료기기 사용자체가 위험성이 크지 않고,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한방의료행위와 양방의료행위의 중첩적인 영역을 인정하는 등 그동안 엄격하게 유지하고 있던 이원화된 의료체계의 틀을 벗어난다고 평가할 수 있다.

따라서 새로운 판단기준을 통해 의사 및 한의사 모두에게 양방 및 한방과 관련된 현대적인 진단기기를 이용한 의료행위의 폭이 더 넓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도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범위가 넓어지는 혜택은 주로 한의사가 가질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사선을 이용한 진단기기나 특수의료장비와 같이 법적으로 한의사의 사용이 제한된 진단기기나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높은 침습적인 진단기기나 치료행위의 경우 한의사의 허용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생각한다.

    박창범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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