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에 안들면 나쁜 사람?”…이분법 생각이 우울증 불러

[채규만의 마음이야기]

흑백논리는 말 그대로 삶을 검거나 하얀 것으로만 판단한다. 인간의 삶은 성공하거나 실패인 삶이고, 좋거나 나쁠 뿐이며 중간 지대는 없다. 사회적인 형상도 정의 또는 불의라고 판단하고 평가한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우울증에는 기분이 저조하고 우울한 감정을 지속적으로 느끼지만 현실적인 삶을 유지하고 살아가는 만성적인 우울증이 있고, 우울증이 아주 심각해서 사회적 기능을 할 수 없고, 자살사고와 자살 충동 및 실제로 자살로 이어질 수 있는 주요우울장애가 있다. 상담자가 상담할 때 가장 많이 신경을 쓰는 우울증은 주요우울장애다. 상담이나 심리치료의 목적은 생명을 살리고 보호하고 풍성하게 하는 기능인데, 내담자가 자살로 생명을 마감한다는 것은 상담자나 심리치료자에게 치명적이다.

대한민국의 자살률은 일본보다 약 1.5배 높고 중국, 홍콩과 폴란드, 미국보다 2배 높고 바레인이나 그리스보다는 10배 높다고 한다. 그리고 OECD 회원국 평균 2배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 국방성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이라크 전쟁 참여로 공포와 스트레스에 의한 외상의 후유증으로 자살한 미군은 인구 10만 명당 19.9명이었는데, 같은 해 대한민국은 OECD 기준으로 2005년 31.6명, 2018년 한국 자살률은 25.5명이었다. 한국의 자살률이 참전 미군보다 더 높았다.

주요우울장애는 소리 없이 찾아와 우리의 목숨을 앗아간다는 치명적인 심리 장애이다. 이러한 자살 통계를 보면서 병원이나 주위에 보면 암이나 죽을병에 걸렸어도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하는 사람들과 너무나 대조된다. 우리는 자신에게 주어진 어떤 형태의 삶이던지 즐겨야 한다. 우리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는 우울증은 박멸해야 한다.

우울증을 초래하는 사고의 종류와 수정 방법

▸이분법적 사고(All-or-nothing thinking)
이분법적인 사고는 흔히 흑백논리(Black-and-White Thinking), 양 극단적 사고(Polarized Thinking), 분열(Splitting)적 사고라고도 한다. 흑백논리는 말 그대로 삶을 검거나 하얀 것으로만 판단한다. 인간의 삶은 성공하거나 실패인 삶이고, 좋거나 나쁠 뿐이며 중간 지대는 없다. 사회적인 형상도 정의 또는 불의라고 판단하고 평가한다. 흑백논리로 인간관계를 맺는 사람은 상대방이 자신의 요구나 자신의 의견에 일치하면 좋은 사람, 자신의 의견과 다른 사람은 나쁜 사람이라고 판단한다. 자신의 마음에 들면 도덕적으로 인간적으로 훌륭한 사람, 마음에 안들면 형편없고 비도덕적이고 나쁜 사람이다. 이렇게 극단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들은 인간관계도 경직되고, 소외되고, 주위 사람들이 불편해 한다.

▸이분법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은 정서적으로 미숙하다.
발달과정에서 이분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기는 3~4살 정도의 유아이다. 이들은 엄마가 자신이 원하는 사탕을 주거나 장난감을 사주면, 좋은 엄마이고, 안 사주면 나쁜 엄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못 가지면 울고 떼를 쓰고 부모님의 재정 상태는 고려하지 못하고 이기적이다. 성인이 주위의 모든 사람이나 세상을 흑백논리로 보면서 남을 향해서 흑백논리를 적용하면 대인관계가 융통성이 없고, 고지식하고 경직되기에 대인관계가 어렵고, 자신에게 흑백논리를 엄격하게 적용하면 자신의 부족한 점이나 취약점을 보면서 자신을 비난하고 평가하고 심한 경우 자신이 자신을 저주하고 공격하면 자살로 이어지는 것이다.

우울증을 초래하는 이분법적인 사고는 자신의 삶이 기대에 못 미치거나,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한 가지를 상실하면 생각하면 자신의 인생은 실패작이라 여기면서 쉽게 실망하고 절망하고 살 가치가 없다고 느낀다. 흔히 하는 말로 물이 컵에 반이 차 있어도 물이 컵에 없다고 생각하고 절망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 모든 것이 후회스럽게 실망스럽다. 살고 싶지 않다.

▸이분법적으로 사고하는 사람은 감정 기복이 심하다.
자신의 삶을 바라보면서 이분법적으로 극단적인 사고를 감정 기복이 심하고 조울증의 특징을 보인다. 조울증이란 비현실적으로 긍정적인 감정을 가지다가, 갑자기 기분이 저조해서 우울증을 보이는 것을 주기적으로 반복하는데, 이렇게 된 이유는 극단적인 사고가 작용하고 있다. 예를 들면 자신이 원하는 일에 성공하면 “나는 모든 일을 완벽하고 최고로 성취할 수 있다.”라고 생각하면 기분이 최고조에 이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서 자신의 약점이 문제가 생기면 “내 존재는 실패작이다.”라고 생각하면서 심각한 우울증에 빠진다. 이러한 극단적인 사고가 반복되면 감정 기복이 심할 수밖에 없다.

우울증의 원인인 이분법적인 사고에 대한 수정 방법

▸극단적인 사고 대신에 “좀 더 좋고, 좀 더 나쁘고(More or Less)”의 현실적인 사고방식이 중요하다. 즉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성취하거나 성공하면 “내가 원하는 것이 이루어져서 좀 더 기분이 좋다(More)”라고 생각하고, 자신이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좀 더 기분이 안 좋다(Less).”라고 생각하면 그렇게 나쁘지 않다. 사실 엄격하게 따지고 보면 우리 인생은 어느 것이든지 항상 좋은 것만 있지 않다. 모든 것은 장단점이 있다. 흔히 돈이 많으면 행복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돈이 많아서 방탕한 삶을 살 수도 있다. 여성이 예쁘면 행복할 것 같지만, “가인박명(佳人薄命)이다.”란 말이 있듯이 여성이 너무 예뻐도 여성의 운명이 순탄치 않을 수도 있다. 건강하면 행복할 수도 있지만, 자신의 건강을 너무 자만하다가 무리한 운동을 하거나 모험적인 행동을 해서 치명적인 손상을 볼 수도 있다.

내 인생은 실패작이기에 살만한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우울에 빠진 사람이 있다면, More or Less로 자신의 삶을 재해석하기를 바란다. 즉 “내 인생은 내가 원하는 만큼 이루어지지 않고 소중한 사람을 상실해서 좀 더 기분이 안 좋고, 좀 실망스럽네. 그래도 나는 가진 것이 많고 원하는 것을 많이 이루고 살기에 열심히 살아가자.”라고 생각하면 우울증에 빠져들지는 않는다.

▸실패하거나 실망하면 “다음에 잘하면 돼”라는 생각을 하면 우울증에서 빠져 나 올 수 있다. 필자는 골프를 오래 쳤지만, 아직도 점수 면에서 보면 내 기대에 많이 못 미치고 실망스럽다. 새로운 라운드 골프를 칠 때마다, 이번에는 좋은 점수를 내자는 각오를 가지고 시작하지만, 어느 홀에서 실수해서 골프공이 해저드에 들어가거나 물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또 실수하다니 너는 바보 병신 아냐!”라고 스스로를 질책하는 대신에 “다음 샷을 잘하면 돼!”라고 외치면서 다음 샷에 집중하니 근육의 긴장이 풀리고 실제로 좋은 점수로 라운딩을 마칠 수 있었다.

우리가 살다가 보면 모든 것이 자신의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고 속상할 때가 너무나 많다. 이러한 경우에 “다음에 잘하면 돼!”라고 마음속에 외치면서 도전을 계속하면 우리는 우울증에 빠지는 대신에 도전해서 성공을 할 수 있다. 혹시 자신의 삶을 흑백논리도 보면서 우울증에 빠진 분이 있다면, “내가 원하는 데로 삶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좀 실망스럽네. 다음에 잘하면 돼”라고 하면서 우울증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 혹시 다음에 잘하려고 했는데 또 실패하면 “또 다음에 잘하면 돼”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이룰 때까지 “다음에 잘하면 돼”하면서 자신을 무한히 격려하기를 바란다. 우울증을 극복하려면 생각을 바꾸면 된다. 우울증 생각이 잘 안 바뀌어도 “다음에 잘 바꾸면 돼!”하면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다

    채규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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