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 전문 모더나가 그리는 ‘RNA 플랫폼 기술’의 청사진은?

[바이오VIBE] 갈리트 알터 모더나 면역학 연구부사장

갈리트 알터 모더나 면역학 연구 부사장. [사진=모더나]
긍정적인 사고의 힘은 때로 일에 대한 결과물을 변하게 만든다. 마주한 현안을 균형감 있게 바라보고, 그동안 쌓아온 경험에 비춰 열린 태도를 취할 때 비로소 가능한 일이다. 학술교류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최근 한국을 찾은 백신 전문기업 모더나의 면역학 연구 부사장 갈리트 알터 박사와의 만남이 그랬다.

20년 가까이 글로벌 명문 하버드대학교 의과대학에 근무하며 면역학자로 외길 인생을 걸어오다 최근 기업인으로의 도전을 택했다. 그는 지금의 상황을 “백신 개발 역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과도기적 시점”이라고 짚었다.

알터 박사는 예정시간을 훌쩍 넘겨 진행된 인터뷰에서 “mRNA 기술에 대한 이해도는 아직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며 “전 세계 공중보건 향상을 도모해야 하는 일대 기로에 선 상황”이라고 확신에 찬 대답을 내놓았다.

코로나19 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을 겪으며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하이테크 산업 분야가 바로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 기술이다. 다양한 바이러스 변이에 대응해 신속한 개발과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으로, 다른 유전자재조합 백신에 비해 기술 상용화도 빨랐다. 개발과 생산이 까다로운 DNA(디옥시리보핵산) 백신이나 바이러스 벡터 백신 등과는 분명한 차별점을 가진다는 평가다.

이 분야에 핵심 기술을 확보하고 시장 선봉에 선 기업 중 하나가 모더나다. 최근엔 감염병 분야 성공을 넘어 다양한 면역 염증성 질환과 난치성 암종 치료 시장에도 눈도장을 찍고 있다. 다국적제약사출입기자모임은 알터 박사와 만나 차세대 mRNA 플랫폼 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물었다.

“이런 세상을 상상해보길 바랍니다. 점막을 통해 선택적으로 면역반응을 유도하거나, 특정 면역세포의 활동을 지시할 수도 있습니다. 또 출생 후 연령에 상관없이 보호 면역 체계를 가동할 수도 있습니다. 특정 병원체에만 국한되지도 않습니다. 생소하지만 이러한 면역학적 접근 방식은 먼 얘기가 아닙니다. 우리가 지금, 면역학 치료에 집중해 연구하고 개발하는 이유입니다.”

Q. 하버드대학 의대 교수로 19년간 재직하다 기업에 합류했다. 학계와 산업계 연구에는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궁금하다.

(이하 알터 박사)-학계와 기업에서의 연구 차이는 분명하다. 학계에서 진행되는 연구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시도할 수 있다. 이를테면 백신의 여러 구성물질의 조합과 투여 방식에 대한 다양한 접근이 가능한 반면, 모더나에서는 mRNA 플랫폼에 보다 집중된 연구 전략을 구사해 나아간다. 기업에서는 정한 목표를 위해 다양한 연구 수단 및 기술을 총동원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다양한 연구와 목표에 치중된 연구를 진행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 연구자로서는 좋은 기회다. 모더나의 mRNA 기술에 대한 이해도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기술 발전의 방향성에 대한 여러 방법을 모색하면서 전 세계 공중보건 향상을 도모해 나가고자 한다.

Q. 바이러스 면역학 분야의 석학으로 코로나19 관련 수많은 연구에 참여했다. 학자로서의 길을 걷다 모더나를 선택한 결정적 계기는 무엇인가?

-전 세계 생명과학자와 면역학자들에게 2020년 3월은 커다란 경종을 울린 시기였다. 팬데믹 사태에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던 학자들이 모두 힘을 합쳐 전 인류적인 위협을 대처해야만 하는 상황을 직면하게 됐다. 연구자들은 그간 개발해 온 다양한 도구와 쌓아온 인적 네트워크, 협업 체계들을 가동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책, 즉 면역학적인 기전을 만들어내야 했다. 기업들은 그들이 개발한 후보물질이 면역체계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연구소로 프로파일링을 요청해 왔다. 이러한 분석과 연구를 진행하면서 문득 “전 인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솔루션 개발에 왜 직접 참여하고 있지는 않지?”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안드레아 카피 모더나 최고과학책임자(CSO)로부터 모더나 합류 제안을 받았을 때,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적극 동참할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Q. 모더나는 mRNA 플랫폼 기술을 개발하는 선두 기업으로 꼽힌다. 이 분야에 권위자로 해당 기술이 가진 강점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모더나가 세상에 알려졌지만, 과학계와 연구자들은 이미 10여 년 전부터 모더나의 행보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었다. 모더나는 mRNA 의약품 개발에 있어 최첨단 기술을 개발하고 시험하는 바이오테크 기업으로 인식돼 왔다.

모더나의 mRNA 플랫폼의 특장점은 첫 번째가 속도와 유연성이다. 플랫폼에 디지털 정보 등의 빠른 적용이 가능하며 이는 백신 개발에도 적용돼 면역 반응이 탄탄하게 나타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두 번째는 mRNA 플랫폼으로 개발된 백신은 광범위한 보호 효과를 제공할 수 있다. 기존에 개발된 여러 백신과 비교해 더 뛰어난 면역원성을 유발한다.

안전성도 특장점 중 하나다. 간혹 미디어를 통해 mRNA 백신 부작용 등에 대한 소식이 전해지고 있지만 짧은 기간 안에 수억 회분의 도오즈가 이미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mRNA 백신이 가져오는 면역원성 및 보호 효과는 보고되는 부작용 대비 매우 적은 수준이다. 탄탄한 안전성과 훌륭한 면역원성, 효과의 지속성과 더불어 mRNA 플랫폼의 확장성이 강점이다.

Q. 팬데믹 사태를 기점으로 mRNA 백신 개발이 가속화됐다. 장기적인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평가는 어떤가.

팬데믹과 엔데믹에서의 백신 활용 접근 방식은 다르다. 팬데믹 시기에는 최대한 많은 인원이 면역 체계와 보호 효과를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백신의 추가 접종을 통해 지속적으로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야 하며, 이를 통해 출현할 변이에 대응력도 갖출 수 있다.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는 접근과 유사하다.

반면, 엔데믹 시기에서는 면역학적, 건강 의료적으로 취약한 인구에 집중한다. 이런 사람들은 건강한 일반인에 비해 면역 반응이 충분히 나타나지 않을 수 있어 백신의 추가 접종을 통해 등장하는 변이에 따라 필요한 면역 반응을 생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모더나는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여러 활동들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안전성 관련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백신을 연구 개발하는 단계를 넘어서 생산 및 공급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안전성을 면밀하게 관리하고 있다. 전 세계 여러 곳에서 안전성과 백신 효능과 관련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으며, 모더나의 임상시험팀뿐만 아니라 면역학자들도 안전성 분석을 위해 면밀히 협업하고 있다.

백신 접종에서 나타나는 반응원성은 사람마다 차이를 보이며 주사 부위 통증, 피로감 등 접종 초기 반응을 안정화하기 위해 여러 노력이 투입된다. 실제로 새롭게 업데이트된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은 그동안 수집한 실사용 데이터(Real World Data)와 대규모 임상 연구 등을 기반으로 개발돼 mRNA 항원의 양을 줄였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향후 상용화될 RSV 백신 등은 주사 부위 통증 등 부작용이 상당히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Q. 코로나19 등 감염성 질병 외에도 다양한 질환 분야에서 mRNA 백신 임상이 진행 중이다. 잠재력과 가능성을 어떻게 바라보나?

-모더나는 현재 47개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으며, 그 중 36개는 임상 시험 중에 있다. 후보물질 중 상당한 규모와 잠재력을 가진 시장에 진입할 6개의 주요 백신 제품을 향후 몇 년간 출시할 예정이다. 최근 호흡기 세포융합 바이러스(RSV) 백신 후보물질 mRNA-1345 허가를 위해 미국을 포함해 유럽 EMA, 스위스, 호주 등 전 세계에 판매 승인 신청서를 제출했다. 뿐만 아니라 mRNA 플랫폼을 이용해 설계한 최초의 치료법 중 하나인 개인 맞춤형 신생 항원 치료제(Individualized Neoantigen Therapy, mRNA-4157)에 대한 기대도 크다. 올해 흑색종에 대한 임상 3상을 시작하며 비소세포폐암을 포함한 다른 유형의 종양으로도 빠르게 확장할 계획이다.

희귀질환 분야에서는 프로피온산혈증 mRNA 치료제 후보물질 mRNA-3927의 임상 1/2상은 용량 확장 임상 단계로 넘어갔다. 모더나는 후보물질에 대한 안전성, 효과성을 평가하고 추후 임상시험을 위해 권장 용량 여부를 결정하는 용량 확장 임상 단계에 접어들며 mRNA-3927의 고무적인 결과를 계속 관찰하고 있다. 전신 세포내 치료제 분야에서는 모더나의 당원병 1형 mRNA 치료제 후보물질 mRNA-3745의 임상 1/2상에서 안전성 데이터를 확인했으며, 메틸말론산증 mRNA 치료제 후보물질 mRNA-3705에 대한 임상 1상도 진행되고 있다. 메틸말론산증 치료제 후보물질은 202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희귀의약품 및 희귀 소아질환 의약품으로 지정을 받았다.

Q. 모더나가 면역학 분야에 그리는 청사진이 있다면?

-면역학 연구의 청사진은 세 가지 도전 과제로 정리할 수 있다. 우선 우리의 플랫폼 기술을 이해하고 혁신을 일으키는 것이다. mRNA가 모든 질병과 싸우기 위해 면역 시스템을 프로그래밍하고 재프로그래밍하는 데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두 번째, 백신이 어떻게 질병과 싸우는지 이해하는 것이다. 여러 임상시험을 통해 최상의 백신 개발을 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mRNA에 대해 더 깊이 배우고 세포, 분자 하나의 상호작용을 이해해 궁극적으로 mRNA 의약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다.

    원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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