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마돈나를 성형중독이라 하는가?

[박준규의 성형의 원리]

마돈나가 최근에 자신의 소셜미디어 X(과거 트위터)에 올린 사진 [사진=마돈나 소셜미디어]
우리에게도 ‘마돈나’는 낯선 이름은 아니지만, 가수 ‘마돈나’에 관심이 깊은 한국인은 그리 많지 않아 보입니다. 그러다 보니, 종종 들리는 마돈나의 뉴스도 ‘기행’이나 ‘성형’과 관련된 것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최근 마돈나가 화제가 된 것도 2023년 그래미 시상식 때였습니다.

올해 2월 그래미 시상식 당시 마돈나. 달라진 얼굴로 수많은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렸다.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주름 하나 없이 팽팽한 얼굴과 빵빵하게 솟아오른 볼 사진과 함께, ‘마돈나의 성형’에 대한 기사들이 쏟아졌습니다. 당시 많은 한국인들의 반응은 ‘언제 적 마돈나인데, 또 성형인가?’였던 것 같습니다.

기사 제목들도 자극적이었습니다. ‘성형으로 기괴해진 얼굴’, ‘성형으로 달라진 얼굴 충격적’, ‘괴물 된 마돈나, 성형 욕심이 부른 대참사’ ‘마돈나 성형중독, 중독되면 어떤 일 생기나’

대체 어떤 성형수술을 받았다는 건지 궁금해서 기사들을 찾아봐도, 수술에 대한 확실한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영미권의 독자라면 ‘데일리 메일’이나 ‘페이지 식스(뉴욕 포스트의 가십 칼럼)’는 기사 내용을 한 귀로 반쯤 흘리고 듣는, 유명한 타블로이드지(황색언론)입니다. 이런 타블로이드 지 몇 곳에 ‘마돈나가 이런저런 시술을 받았을 수 있다’라며 성형외과 의사 누가 얘기했다는 정도의 가십성 기사들이 실려있었습니다.

그런데, 국내에선 마치 성형수술을 받은 것이 확실한 듯 제목을 달고, 타블로이드지 기사를 인용한 기사들이 서로를 다시 인용하고 있었습니다. ‘볼이 통통해지기 위해 마돈나가 필러에 집착하고 있다’라고 지인이 폭로했다는, 신뢰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 기사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2주 뒤 소셜미디어에 올린 사진 [사진=마돈나 소셜미디어]

하지만, 성형외과 의사가 보기에 이는 좀 이상합니다.
잘 알려져 있듯, 마돈나는 철저한 자기 관리로 유명합니다. 마돈나는 올해 65세이지만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수십 년 동안 빡빡한 스케줄 하에 하루에 수시간씩 운동을 지켜온 것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자기관리에 그렇게 철저한 마돈나가, 볼이 돌출되도록 필러를 넣는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사진처럼 필러를 넣으면, 피부가 늘어지며 오히려 노화를 가속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쁘지 않은 것은 물론입니다.

때문에, 그래미 시상식 날 얼굴이 어색했던 원인은 ‘부기’일 가능성이 큽니다. 실제 약 2주 후 마돈나는 확연히 부기가 줄어든 얼굴 모습을 SNS에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본인도 ‘swelling from surgery(수술 부기)’라고 쓰며 수술 받은 것을 부정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부어오른 얼굴이 성형수술의 결과는 분명 아니었습니다.

마돈나는 예전부터 성형수술을 받는 것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수십 년 동안 얼굴의 변화를 보면 몇 차례 큰 수술이 있었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습니다.

성형외과 의사가 보기에, 여러 번 성형 수술을 받은 마돈나의 얼굴이 아주 편해 보이지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쉽게 늘어지고 처지는 백인 피부에서, 40년 동안 가수 생활을 하며 여러 차례 수술받은 결과로서는, 크게 어색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할리우드에서 잘못된 성형수술로 순식간에 사라져간 스타들이 훨씬 많다 보니, 마돈나의 수술은 오히려 철저하게 관리되었다는 느낌입니다.
한국인들에게 마돈나가 그리 익숙지 않다 보니, 흔히 간과하는 사실이 있습니다.

마돈나는 대중음악 역사상 상업성과 음악성 양쪽에서 누구도 근접하기 힘든 업적을 이룬 ‘거대한’ 아티스트라는 것입니다. 팝의 여왕(Queen of Pop)이라는 별칭은 마돈나의 위상을 잘 보여줍니다. 세계적으로 3억 장 이상의 음반과 1억 2천만 장의 싱글을 판매하여 역대 가장 많은 음반을 판매한 여성 아티스트로 기네스북에 올라 있습니다. 미국 빌보드 핫 100 차트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솔로 아티스트, 콘서트 티켓 수익이 미화 15억 달러를 넘어서면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리는 여성 투어 아티스트, 등 수많은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포브스는 마돈나를 198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40년 동안 총 11번이나 연간 최고 수입을 올리는 여성 뮤지션으로 선정했습니다. 미국 대중음악 최고의 상인 그래미에서 28회 후보에 오르고 7회 수상하는 등 수많은 상을 받아온 최고의 스타입니다. 모든 여성 팝 아티스트들의 롤 모델이자 우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위에 적은 내용이 아주 일부에 불과할 정도로 마돈나의 수상과 음반 및 공연 기록은 어마어마합니다.

이렇게 굳이 마돈나의 업적을 길게 쓰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그만큼, 한국인들은 ‘마돈나’가 어떤 의미인지 알지 못하고, 애정도 관심도 없다는 것입니다.

마돈나의 인기가 최정상을 달리던 1980년대, 우리는 건전한 음악만을 소비할 수 있는 나라였으니, 마돈나의 전성기를 함께 한 기억이 우리에겐 없습니다. 40여 년간 팝의 여왕으로 군림하는 동안 치세를 함께 해온 추억도 없습니다.

1987년 발매된 마돈나 음악엘범 표지 [사진=마돈나 소셜미디어]
영미권 매체에서는 ‘ 마돈나의 성형’을 다룰 때 마저도, 애정과 존중, 경의와 우려가 함께 담겨있는 느낌입니다.

그런데, 우리에게 마돈나는 ‘튀는 옛날 가수’ 정도로 생각되며, 가끔씩 보이는 성형 관련 이슈를 소비할 따름입니다. 우리 언론들 또한 마치 ‘철없는 성형중독녀’처럼 대한다는 느낌입니다.
우리가 성형 이야기나 하는 중에, 마돈나는 2023년 6월 신곡 ‘Popular’로 빌보드 핫 100 차트에 진입했습니다. 198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50년 연속 빌보드 핫 100에 진입하는 대기록을 세운 것입니다.

2023년 10월부터, 가수 생활 40년을 기념하는 마돈나의 월드 투어가 6개월간의 대장정에 들어갑니다. 78회에 달하는 공연의 표는 이미 거의 매진 상태라고 합니다.

지난 6월 말 마돈나가 중환자실로 이송되었다는 뉴스가 났습니다. ‘더 선’에 따르면 월드 투어를 앞두고 12시간의 리허설을 진행한 것이 원인이라고 합니다. 진정 마돈나가 중독이라면, 성형중독이 아닌 연습 중독일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마돈나가 이제는 세월에 조금은 자유로워져도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람도 해봅니다. 하지만, 최고의 무대를 선보이기 위한 완벽주의자의 노력을 폄하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역시 자기관리에 철저하기로 유명한 소프라노 조수미 씨는, 최고의 무대를 만들기 위해 많은 무대의상을 준비하고, 곡 사이사이 물 마실 시간도 없이 드레스를 갈아입어가며 공연한다고 합니다. 최선을 다하는 프로의식과 무대 매너에 대해, ‘옷 자랑하느냐’라고 말한다면 단편적이고 피상적인 시각 아닐까요?

 

    박준규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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