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불 땐 머리 아파”…기상청도 모르는 날씨 영향들

지금껏 발표된 연구결과들을 통해 비가오고, 햇빛 비치고, 바람이 불고, 춥고, 습하고, 폭풍우가 몰아치는 등의 날씨에 따라 변하는 몸의 상태를 알아본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비오기 전 삭신이 쑤신다’는 어른들의 말씀은 의학적 사실일까? 바람이 부는 날에 특히 스트레스를 더 받고, 편두통이 더 잘 생긴다? 기온이 떨어지면 얼굴이 돌아가는 안면근육실조를 조심해야한다? 비오는 날은 살을 찌게 만든다?

실제로 인간의 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날씨는 건강과도 관련이 깊다. 의과학 분야에서는 날씨가 신체와 정신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많은 연구들을 내놓고 있다. 지금껏 발표된 연구결과들을 통해 비가오고, 햇빛 비치고, 바람이 불고, 춥고, 습하고, 폭풍우가 몰아치는 등의 날씨에 따라 변하는 몸의 상태를 알아본다.

기온이 낮고 흐린 날

얼굴 한 쪽의 안면신경마비 = 구안와사 또는 안면근육실조라 불리는 안면신경마비는 갑자기 얼굴이 마비되는 현상으로 추운 날일수록 발생할 확률이 높다. 안면근육실조는 머리와 목에 분포된 12개의 신경 중에 7번 신경인 안면신경이 마비돼 얼굴근육을 움직일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겨울에 더 많이 나타나는 특정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되기도 한다.

심장병과 뇌졸중 = 급격히 떨어지는 온도와 관계가 깊다. 어느 한 이론으로만 설명하긴 어렵지만 추운 기온이 동맥을 수축하게 하고, 피의 흐름을 억제해 심장으로 가는 혈액 공급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급격히 기온히 저하되면 심장의 움직임을 더 어렵게 만드는데 몸의 열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산소가 필요하다. 이는 심장발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며, 특히 나이 든 사람들은 이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추운 날씨로 인해 혈관계 염증과 관련있는 두 화학 물질, 즉 C반응성 단백질과 인터루킨-6 수치가 증가하는 것도 하나의 이유다. 이 두 물질의 수치 증가로 심장병 위험이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뇌졸중 역시 날씨가 추우면 더 잘 발생하는 경향이 있다. 추운 날씨로 인한 혈관 수축 때문인데 이는 관상동맥경화증과 뇌혈전증의 위험을 높이기 때문이다.

감기와 독감 =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겨울 추운 날씨에는 감기가 잘 걸린다. 차가워진 코가 코에서 감염균과 싸우는 세포를 느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독감 바이러스는 추운 날씨에 유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믿고 있다. 독감은 전염성이 강해 일시에 많은 환자들이 발생한다.

햇빛 비치는 날

= 대부분의 사람들이 햇빛이 있는 날에는 피부암에 걸릴 위험이 높다고 알고 있지만 햇빛은 오히려 다른 암의 발생위험을 막아줄 수 있다. 노르웨이 오슬로에 있는 암연구협회가 1964~2000년까지 3년 안에 사망할 위험이 높은 전립선암, 유방암, 대장암, 폐암, 호지킨 림프종 등의 암 진단을 받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구했다. 그 결과 암 발병 확률이 햇빛이 잘 비치지 않는 겨울에 비해 햇빛이 잘 비치는 여름과 가을에 50% 더 낮게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비타민 D의 영향 때문인 것으로 분석 된다”며 “몸이 햇빛에 노출되면 체내에 비타민 D가 축적돼 종양이 자라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람이 부는 날

스트레스=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에는 심장박동수가 증가하고, 감정의 기복이 심해진다. 바람부는 날 우리의 몸은 이른바 ‘투쟁 도주 반응 (fight or flight)’을 일으킨다. 투쟁도주반응은 갑작스런 자극에 대해 투쟁할 것인가 도주할 것인가의 본능적 반응을 말한다. 몸이 바람에 적응할 것인가 아니면 피할 것인가의 갈등을 벌여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편두통= 바람 부는 날엔 편두통이 잘 생기는 경향이 있다. 이는 시상하부의 영향 때문이다. 시상하부는 뇌에서 몸의 기능을 조정하는 부위로, 머리에 있는 혈관의 압축과 팽창을 이끄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고통이 유발된다. 캐나다 캘거리 대학교의 연구진에 따르면 겨울~봄에 걸쳐 부는 따뜻한 남서풍인 치누크 바람의 영향 때문에 캐나다에서는 편두통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이 치누크 바람의 영향을 받는 날씨에는 평소 때와 달리 편두통을 더 자주 겪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비가 오는 날

살이 찐다= 영국 애버딘대학교 연구진은 비오는 날씨가 살을 찌게 하는 주범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비가 올 때에는 햇빛이 비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이 햇빛에 노출될 기회가 적어지며 이로써 비타민 D의 생성 확률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체내 비타민 D 함유량이 적으면 뇌에서 포만감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호르몬인 랩틴의 발생률이 줄어들기 때문에 살을 더 찌도록 만든다고 밝혔다. 체내 비타민 D 함유량이 적은 이들은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음식을 많이 섭취하게 돼 살 찔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관절이 아프다 = “비가오려나, 삭신이 쑤시네” 이런 오래된 속설에서도 알 수 있듯, 축축한 날씨는 관절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며, 골관절염을 더 악화시키기도 한다. “이를 설명할만한 명백한 증거는 아직 없지만, 혈관 벽에 위치해 압력의 변화를 감지하는 지각 신경인 압력 수용체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날씨가 건조하다가 습하게 변할 때 이 압력 수용체에서 대기의 압력을 감지한다. 관절의 유연성은 날씨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 신경에서 고통을 유발하는 것이다.

매우 더운 날

자살을 조심해라 = 정신의학회에 따르면 날씨가 더우면 자살률이 증가한다. 평균 썹씨 18도 이상의 기온을 보일 때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의 수도 증가한다고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자살은 술에 취해있을 때 발생되며, 날씨가 더울 때도 발생할 확률이 높다. 기온이 올라가면 몸과 마음의 상태가 불안정하게 되므로 충동적 자살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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