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후 내 모습을 봤다”…꿈 아닌 실제라니

죽다 살아남은 사람의 40% 뇌활동 급증…21%는 임사체험 기억

연구진은 3년간 입원 중 심정지가 온 500여명 중 심폐소생술로 소생한 사람의 40% 가까이가 의식자각 증상을 보고했고 21%는 초월적 임사체험을 명료하게 기억했다고 보고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소생한 사람 중에 자신의 의식이 몸에서 분리돼 누워있는 자신을 보게 되거나 매우 밝은 빛을 보게 되는 임사체험을 토로하는 사람이 많다. 이 임사체험에 대한 연구가 공식 학술지에 발표됐다. 최근 응급의학 학술지《소생(Resuscitation)》에 발표된 미국 뉴욕대(NYU) 그로스만의대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CNN이 14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연구진은 3년간 입원 중 심정지가 온 500여명 중 심폐소생술로 소생한 사람의 40% 가까이가 의식자각 증상을 보고했고 21%는 초월적 임사체험을 명료하게 기억했다고 보고했다. 연구진은 또 이들의 뇌파가 고도의 정신적 기능을 수행할 때와 유사하다는 점에서 임사체험이 환각, 망상, 꿈과 또 다른 실제적 경험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구를 이끈 그로스만의대의 샘 파르니아 교수(응급의학)는 “이러한 자각 경험은 뇌의 장애나 죽어가는 뇌의 속임수로 볼 수 없으며, 오히려 죽음 직전에 나타나는 인간의 독특한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구 결과는 죽음을 목전에 두고 혼수 상태에 있는 동안에도 고통 없이 자각하는 등 독특한 내적 의식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증거를 제시한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2017년 5월~2020년 3월 미국과 영국의 25개 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 중 심정지가 온 환자를 위한 심폐소생술(CPR) 장치에 의식에 대한 독립적 시청각 테스트와 실시간 뇌파(EEG) 및 대뇌 산소포화도(rSO2) 모니터링 기능을 부착했다.

해당 기간 567명이 심정지가 왔고 그중 53명(9.3%)이 생존했다. 이들 53명 중 28명(52.8%)이 연구진의 심층인터뷰에 응했다. 28명 11명(39.3%)이 의식을 암시하는 기억/지각을 보고했으며 이중 21.4%에 해당하는 사람이 초월적 임사체험 현상을 또렷이 기억했다.

이들이 보고한 임사체험은 신체와 분리된 듯한 느낌이 포함됐다. 이들은 고통이나 괴로움 없이 사건을 관찰했다고 밝혔다. 또 그 시간에는 삶에 대한 의미 있는 평가도 이뤄졌다고 말했다.

연구진이 심정지가 왔을 때 이들의 뇌활동을 분석한 결과 심폐소생술 후 최대 1시간 동안 뇌 활동이 급증하는 것을 발견했다. 여기에는 알파, 베타, 세타, 델타, 감마 파가 모두 포함됐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러한 뇌파 중 일부는 일반적으로 의식이 있고 사고, 기억 검색, 의식적 지각 등 고도의 정신 기능을 수행할 때 발생한다.

파르니아 교수는 “이러한 회상 경험과 뇌파 변화는 소위 임사 체험의 첫 징후일 수 있으며, 대규모 연구에서 처음으로 이를 포착했다”며 이는 인간의 자아 감각과 의식이 죽음의 순간에도 완전히 멈추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회의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임사체험을 30년 넘게 연구해온 미국 버지니아대 의대의 브루스 그레이슨 명예교수(신경행동과학)는 “임사체험을 보고한 환자는 그에 해당하는 뇌파를 보이지 않았고, 뇌파를 보인 환자들은 임사체험을 보고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네덜란드의 심장전문의 핌 판 로멜 박사도 “인터뷰 대상자 28명 중 2명은 뇌파 데이터가 있었지만 명시적인 인지 기억을 가진 사람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그레이슨 명예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밝혀진 것은 일부 환자에서 다른 환자들이 임사 체험을 경험했다고 보고하는 것과 같은 기간 동안 머릿속에서 지속적인 전기 활동이 발생한다는 사실뿐”이라고 말했다.

파르니아 교수는 “대부분의 사람이 생존하지 못했기 때문에 샘플 크기가 너무 작았다”는 한계로 인해 전기적 활동과 임사체험이 일치하는 환자를 발견하지는 못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생존해 있고 심전도를 읽을 수 있는 사람들 중 40%는 뇌파가 평탄한 상태에서 정상적인 명료성 징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또 생존자들이 중환자실에서의 심한 진정제 투여로 인해 기억이 조각나거나 자신이 겪은 일을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그는 “기록이 없다고 해서 의식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우리의 연구가 미지의 세계를 다루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그것이 환각이 아니라 죽음과 함께 나타나는 실제 경험“이라고 말했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resuscitationjournal.com/article/S0300-9572(23)00216-2/fulltext)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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