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찔끔~똥 싼다”… 이런 ‘변’이 있나?

65세 이상 100만명 ‘변실금’ 증세...1~2%만 병원 진료

대변 배출의 조절 장애로 인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변이 새는 증상을 변실금이라고 한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은퇴 후 노년기를 즐기던 70대 초반의 A씨는 얼마 전부터 화장실로 가기도 전에 변이 나오는 증세를 겪고 있다. 처음에는 아주 가끔이던 황당한 상태가 점점 심해져 하루에도 몇 차례나 변이 새는 실수를 반복하면서 아예 외출을 하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렀다. 대장항문외과의원을 찾은 A씨는 변실금 진단을 받고 ‘바이오피드백’ 치료 등을 통해 변의 조절이 상당히 가능해졌다.

A씨처럼 대변 배출의 조절 장애로 인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변이 새는 증상을 변실금이라고 한다. 한두 번 그러다 마는 것이 아니라 3개월 이상 계속되는 것이 진단의 주요 기준 중 하나이다. 자기도 모르게 속옷에 배변하거나 화장실 도착 전에 대변 마려움을 참지 못해 배변하는 경우, 화장실에 다녀온 후에도 변이 새어 나오는 경우, 기침이나 재채기할 때 변이 새어 나오는 경우 등이 모두 변실금에 해당한다. 환자에게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일으켜 대인기피, 우울 증상 등의 정신과적 질환을 유발하기도 한다.

분만·항문수술 후 괄약근 약화 초래

변실금이 고령사회의 재앙으로 떠올랐다. 대한대장항문학회에 따르면, 국내 변실금 유병률은 65세 이상 인구에서 변실금 증상을 겪는 비율은 10~15%로 추정된다. 2022년 고령자 통계를 보면, 국내 65세 이상 인구는 901만 8000명이다. 65세 이상만 따져도 100만명 내외가 변실금 증상을 겪고 있다는 얘기다. 대장항문학회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분석한 결과, 국내 변실금 진료 환자 수는 2012년 6266명에서 2022년 1만 5434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이중 65세 이상이 72%에 달한다.

변실금의 가장 큰 원인은 항문괄약근의 기능이 떨어지는 것이다. 항문에는 2개의 괄약근(내괄약근, 외괄약근)이 있는데 정상적이라면 항문직장에 분포하는 감각, 운동, 자율신경 등이 잘 작동하면서 우리가 배변하고 싶을 때는 변을 배출하고 변을 참고 싶을 때는 배변을 억제해준다. 하지만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항문괄약근이 손상되면 그 기능을 잃는다. 나이 들면서 자연스레 괄약근이 위축되기도 하지만 분만 과정이나 항문 수술 중 괄약근이 직접적으로 손상될 수 있다.

또 당뇨병 같은 대사성질환의 후유증으로 말단신경이 위축되거나 변비로 인해 힘을 지나치게 주다 보면 골반 바닥을 이루는 근육이 아래로 처지면서 괄약근으로 가는 신경이 손상될 수 있다. 괄약근 이상이 아니더라도 직장 주위에 분포된 신경이 손상되거나 직장염 등으로 직장의 감각 기능 또는 저장 기능에 이상이 생겨도 항문괄약근 기능에 영향을 준다.

환자 절반, “변실금 증세가 병인가?”

대장항문학회가 국내 변실금 환자 10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변실금에 대한 이해가 매우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자신이 변실금인지 잘 모르거나 알아도 증상을 숨기고 스스로 해결하려고 한다. 환자의 42.6%가 증상이 나타나고 1년이 지나서야 병원을 찾았다. 증상 발현 후 한 달 이내에 병원을 찾은 사람은 13.9%에 그쳤다. 늦게 진료를 받은 이유로는 변실금 증세가 병이 아닌 줄 알아서(49.4%), 부끄러워서(23.2%) 등의 응답이 많았다. 실제 증상을 겪는 사람들의 1~2%만이 병원을 찾는다는 분석이다.

변실금 치료를 위해서는 우선 필요한 검사들을 통해 항문괄약근의 손상 여부를 정확히 파악해야한다. 항문괄약근의 손상 여부를 보는 경향문초음파검사, 항문압을 재어 항문괄약근의 기능을 평가하는 항문내압검사, 괄약근에 이르는 신경기능을 평가하는 신경전도검사 등이 필요하다. 변실금 치료는 우선 식이조절과 함께 지사제류의 약물요법과 지지요법을 병행한다. 지지요법은 환자를 이해하고 위로해 적응능력을 향상시키는 일종의 정신요법이다. 항문을 조이는 케겔 운동, 항문 조이는 능력을 높이는 바이오피드백 치료 또한 대표적인 치료법이다.

    이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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