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제의 뜻밖의 효과…알츠하이머병 예방?

이틀 복용에 알츠하이머병 신호인 아밀로이드 수치 최대 20% 감소

뇌의 독성 단백질 덩어리를 줄이는 데 수면제가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공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하지만 알츠하이머병에 대해 현대 의학이 밝혀내지 못한 것이 더 많다.

알츠하이머병의 신호인 아밀로이드 수치를 낮추기 위해 수십 년간 연구가 계속되고 있지만 실제로 질병을 예방하거나 늦추는 약물과 치료법 개발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비정상적인 독성 단백질 덩어리가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한다는 이론이 집중적으로 조명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동료 심사 의학 저널인 《신경학 연보(Annals of Neurology)》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이런 독성 단백질 덩어리를 줄이는 데 수면제가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질병을 악화시키는 수면 장애가 알츠하이머병과도 관련이 있다는 증거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단 하룻밤만 수면을 방해받아도 아밀로이드-베타 수치가 상승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실제 수면 장애는 기억력 감퇴, 인지 기능 저하와 같은 증상보다 먼저 나타나는 알츠하이머병의 조기 경고 신호일 수 있다. 첫 증상이 나타날 무렵에는 비정상적인 아밀로이드 베타 수치가 거의 최고조에 달해 뇌세포의 움직임을 막는 플라크라는 덩어리를 형성한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연구진은 인지 장애 징후가 없고 수면 문제가 없는 45~65세 참가자 38명에게 샘플을 채취하기 위한 뇌척수액 검사를 한 지 한 시간 뒤 일반적으로 불면증에 처방되는 수보렉산트와 위약 중 하나를 먹게 했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이 잠을 자는 동안과 다음 날까지 36시간 동안 2시간마다 샘플을 계속 채취해 단백질 수치가 어떻게 변하는지 측정했다.

측정 결과 수보렉산트를 먹은 그룹과 위약을 먹은 그룹의 잠자는 시간에는 차이가 없었지만, 수보렉산트를 먹은 참가자들은 아밀로이드 베타 농도가 위약을 먹은 참자가들에 비해 10~20% 감소했다.

또 고용량의 수보렉산트는 타우 엉킴 형성, 세포 사멸과 관련된 타우 단백질의 변형된 형태인 과인산화된 타우의 수치를 일시적으로 감소시켰다. 하지만 이 효과는 일부 형태의 타우에서만 나타났으며 수면제 복용 후 24시간 이내에 타우 농도가 다시 증가했다.

연구를 주도한 신경과 전문의 브렌든 루시 박사는 “잠을 자는 동안 뇌가 남은 단백질과 하루 동안 쌓인 노폐물을 스스로 씻어내도록 함으로써 알츠하이머병을 예방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루시 박사는 “수면제가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알츠하이머 발병이 걱정되는 사람들이 매일 밤 수보렉산을 복용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수면제를 장기간 복용하는 것은 수면제에 의존하기 쉽기 때문에 잠이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이상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루시 박사는 또 “수면 무호흡증과 같은 수면 문제를 치료하는 것이 모든 연령대의 일반적인 뇌 건강을 개선하기 위한 합리적인 접근법”이라며 “언젠가는 수면과 알츠하이머 사이의 연관성을 활용해 인지 기능 저하를 예방하는 약물을 개발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박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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