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약 제대로 먹고 있나”… 손가락 땀만 있으면 확인 가능

검사법 개발...조현병 조울증 등 환자, 향정신성 약물 제대로 복용 중인지 검사

조현병, 조울증 등 정신병 환자가 약을 잘 먹지 않으면 증상이 악화될 위험이 높다. 일부는 범죄에 내몰리기도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조현병, 양극성장애(조울증) 등 정신병 환자의 손가락 땀으로 환자가 약을 제대로 먹고 있는지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검사법이 개발됐다.

영국 서리대(University of Surrey) 연구팀은 혈액검사를 하지 않고도 정신병 환자의 약물 복용 여부를 정확히 가려낼 수 있는 ‘손가락 땀 검사’ 방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진단 초기의 조현병 환자 가운데 약 50%는 향정신성 약물의 복용을 거부한다. 이밖에 불쾌감 등 강한 부작용이나 기억력 부족, 분열 증상 등으로 약물을 복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정신병 환자가 처방약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으면 증상이 나빠진다. 확률은 썩 높지 않지만 ‘묻지마 범죄’ 등에 내몰리는 환자도 있다.

정신병 환자의 약물 복용 여부를 점검하기 위해 현재는 피를 뽑아 검사하고 있다. 연구의 제1 저자인 캐서린 롱맨 박사(박사후 연구원)는 “환자의 지문에 묻은 땀을 채취해 향정신병 약물의 수치(농도)를 측정함으로써 환자를 어렵지 않게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손가락 땀은 누구나 쉽게 모을 수 있고, 피와 달리 상온에서 운반해도 된다. 새로운 검사법을 통해 정신과 의사는 항정신병 치료 의지를 환자에게 빠르고 품위 있게 보여줄 수 있게 됐다고 연구팀은 말했다.

연구팀은 항정신병 약물인 클로자핀, 케티아핀, 올란자핀(모두 성분명)을 복용하는 정신병 환자 60명과 이들 약을 복용하지 않는 사람 30명(대조군)명을 모집했다. 환자는 약물 복용량과 가장 최근에 복용한 용량을 보고했다. 연구팀은 손씻기 전후에 손가락 끝에서 나오는 땀(에크린 땀)을 수집했다. 환자는 액체가 잘 통과할 수 있게 만든 검사용 종이(다공성 종이)에 손가락 끝을 대고 30초 동안 눌러 땀을 모았다. 연구팀은 이 땀 검체를 ‘액체 크로마토그래피 질량분석법’으로 분석했다.

연구 결과 이 땀 검사는 항정신병 약물을 복용하는 모든 환자에서 약물의 존재를 정확히 감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검사는 특히 클로자핀 수치 측정에 가장 효과적이었다.

연구팀은 이와 별도로 약을 복용하지 않은 6명에게 알약을 부수거나 그대로 손가락에 문지른 뒤지문에서 땀을 모으게 했다. 환자가 약을 만지면 검사에 영향을 미치는지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서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땀 검사의 신뢰성을 확인했다. 땀에서 나온 약물과 단순히 손에 묻은 약물을 뚜렷히 구별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손을 씻지 않은 상태의 땀을 모으면 일반인도 훨씬 더 빠르고 쉽게 검사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지문의 약물 농도와 최적의 샘플링 시간을 정량화하는 방법 등을 추가로 연구하고 있다.

이 연구 결과(Noninvasive drug adherence monitoring of antipsychotic patients via finger sweat testing)는 국제학술지 ≪프런티어스 인 케미스트리(Frontiers in Chemistry)≫에 실렸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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