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팁 주라고?… 美서도 ‘팁 피로감’ 상승 중인데 왜?    

팁 원조국 미국인 66%도 팁 피로감 호소… 팁-서비스 품질과 관련 없어

팁은 봉사비 내지는 수고비다. 고맙다는 뜻으로 일정금액 외에 더 주는 돈이다.  어떤 서비스에 만족했다면 자율적으로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팁을 줘도 괜찮다. 하지만 이마저도 부가 금액을 더 내오지 않는 한국 정서와는 맞지 않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에 갑자기 ‘팁(tip)’ 문화가 등장했다. ‘팁 안전국가’였던 한국이 미국의 영향을 받은 것일까. 팁 문화에 익숙하지 않다보니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

‘팁 논란’은 택시 호출 플랫폼 카카오T에서 팁을 줄 수 있는 기능을 시범 도입한데서 가열됐다. 이에 따라 카페나 바 등에서 ‘팁을 요구받았다’는 경험담이 온라인에서 퍼지면서 팁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택시 호출 플랫폼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달 19일부터 별도 교육을 받고 승차 거부 없이 운영되는 카카오T블루에 ‘감사 팁’ 기능을 시범 도입했다. 카카오T 앱에서 택시 호출 서비스를 이용한 직후 서비스 최고점인 별점 5점을 준 경우에만 팁 지불 창이 뜨며 승객은 1천원, 1천500원, 2천원 가운데 고를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팁 지불 여부는 승객의 자율적인 선택 사항이고 이 회사가 가져가는 수수료도 없다는 입장이다.

팁은 봉사비 내지는 수고비다. 고맙다는 뜻으로 일정금액 외에 더 주는 돈이다.  어떤 서비스에 만족했다면 자율적으로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팁을 줘도 괜찮다. 하지만 이마저도 부가 금액을 더 내오지 않는 한국 정서와는 맞지 않다. 그런데 특정 서비스 이용 시 팁 여부를 선택하라? ‘반강제성’을 띈 탓에 거부감도 만만치 않다. 자율적인 선택 사항이라 하지만 암묵적 요구가 되는 것과 대우에 차별을 두게 돼 후폭풍이 있을 것이라는 여론도 나온다.

팁 문화 원조국 미국도 요즘 팁문화 반감 확산

팁문화가 정착된 미국에서도 요즘 팁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다. 실제로 최근 미국 뱅크레이트(banklate)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팁 문화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미국인 66%가 팁을 주는 것(tipping)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었으며, “팁 문화는 이제 통제 불능이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인 41%는 “사업체가 직원들에게 더 나은 급여를 지급하고 팁에 너무 의존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32%는 “사전 입력된 팁 화면에 짜증이 난다”고 답했으며 팁 문화가 통제를 벗어난 것으로 느끼는 사람도 30%에 달했다. 누구에게 얼마나 팁을 주어야 하는지 혼란스러운 사람도 있었으며(15%), 팁을 없앨 수 있다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한 사람도 있었다(16%).

이처럼 미국 CNBC는 위 뱅크레이트의 보고서를 인용해 미국에서 팁을 주는 것에 대한 고질적 피로감이 쌓여 사람들이 짜증을 갖게 된 현상을 분석했다. 미국에서는 식당에서 음식을 먹고 난 뒤 평균적 20%정도를 팁으로 주는 것이 일반적인 에티켓으로 여기고 있다. 좋은 서비스를 받으면 자발적으로 팁을 주지만, 식당에서는 의무감에 팁을 주는 경우도 많아 부담이 되어왔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에는 팁 금액 평균치가 15~19%까지 떨어졌지만 여전히 부담스럽다는 설명이다.

팁문화가 정착된 미국에서도 요즘 팁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다. 실제로 최근 미국 뱅크레이트(banklate)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팁 문화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미국인 66%가 팁을 주는 것(tipping)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었으며, “팁 문화는 이제 통제 불능이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가장 큰 거부감… 팁 문화는 불평등을 초래한다

팁을 주는 것에 대한 불쾌감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미국 포브스, CNBC 등 언론 보도 내용과, 뱅크레이트(bakrate) ‘survey: 66% Americans have a negative view of tipping’ 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통해 팁 문화가 끼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살펴봤다.

가장 큰 부정적 시각은 팁의 금액 정도는 서비스의 품질과 별로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서비스보다는 웨이터나 웨이트리스가 얼마나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지를 개인적으로 판단해 팁을 주는 경우도 많다. 특히 미국인 남성들의 경우 가슴이 큰 웨이트리스에게 팁이 더 관대하다는 지적이다. 팁이 서비스의 품질과는 관계없이 그날 그 식당에서 누구와 누구를 위해 식사를 하는지, 만족할만한 데이트를 하고 있는지, 중요한 비즈니스 클라이언트인지, 아니면 인색한 동료인지 등 개인의 환경과 상황에 따라 팁의 금액이 달라진다. 이 상태가 서비스의 품질을 담보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두번째는 고객이 자발적으로 서비스에 만족해 팁을 줬다 하더라도 이 팁이 재분배됨으로써 팁 금액의 효과를 잃게 된다는 점이다. 식당에서 종종 팁을 모아 자체 공식에 따라 직원들 사이에서 재분배한다. 이렇게 되면 종업원들 사이에서 더 많은 팁을 얻기 위해 더 좋아져야 할 서비스 경쟁이 억제된다. 요리사들에게도 일정 분담금이 주어지기도 한다. 이런 팁의 재분배는 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해 실시되고 있는 팁의 기능을 잃게 한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팁은 불평등을 만들어낸다. 형편이 좋지 않은 사람들은 상황에 따라 팁을 덜 줄 수 있다. 문제는 이로 인해 팁을 더 많이 주는 사람들보다 서비스의 질이 낮을 위험이 있다. 미국에서 택시 요금 팁에 대한 연구를 실시한 결과, 팁이 인종 차별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지적되기도 했다. 소득이 낮은 소수민족 고객의 경우 팁을 적게 주는데, 이로 인해 택시 기사들이 인종에 따라 차별 대우를 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1970년대 미국의 팁은 10-15% 정도였지만 지금은 15-20%에 이른다. 비교적 가난한 사람들과 자신을 차별화하려는 부유한 사람들은 어마한 팁을 남겨 부를 과시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더 많은 팁을 주어야 한다는 느낌을 받게 만든다. 또한 정치적 분위기의 변화나 사회 경제 상황에 따라 기대 팁 비율이 계속 상승되기도 한다.

서비스 품질은 팁과 관계없이 제공되어야

전문가들은 만족할만한 서비스 품질은 팁과 관계없이 제공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팁이 있는 상황에서 소액 팁을 주는 사람들 혹은 소액 팁을 주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은 더 나쁜 서비스를 경험하게 될 위험이 항상 존재하기 때문이다.

좋은 서비스는 팁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많은 국가에서 팁을 필요로 하지 않으면서도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기도 했다. 거의 북미지역에서만 팁 문화가 당연시되고 있지만 유럽은 대개 서비스 요금을 금액 자체에 부과한다. 일본 역시 팁문화 없이 훨씬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미국에서 팁은 세금 탈루를 촉진시키는 문제를 가져온다. 미국의 IRS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팁 소득의 40%가 신고되지 않는다고 추정된다. 팁을 받는 노동자들은 대개 큰 돈을 벌지는 않기 때문에 무엇이 문제냐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이로 인해 팁을 받지 못하는 다른 낮은 소득층의 노동자 한 명이 세금을 내야 하는 불공정한 상황이 생기게 된다는 지적이다.

한국에서 팁 요구… 식품위생법에 위반될 소지 있다는 지적 

우리나라에서 팁에 대한 요구는 엄밀히 따지면 식품위생법에 위반될 수 있다. 식품접객업자 준수사항으로 ‘영업소의 외부 또는 내부에 가격표를 붙이거나 게시하고 가격표대로 요금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게시하는 가격표는 부가가치세 등이 포함된 것으로 손님이 실제로 내야 하는 가격이 표시된 것을 말한다.

팁을 자율에 맡긴다고는 하지만 팁을 요구하는 팁박스나 팁결제 시스템이 눈앞에 있는 이상, 서비스 향상 차원에서의 팁은 ‘반강제’의 성격을 띌 수 밖에 없다.

    정은지 기자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