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옆 무릎굽혀 눈높이 회진" 혈액암 권위자 서철원 교수 별세

림프종과 다발성 골수종 연구와 환자 치료에 헌신

故서철원 교수가 과거 회진하던 모습. [사진=서울아산병원]

"림프종은 전체 암의 2% 정도로 발병 순위는 10위권 밖이지만 머리카락, 손톱, 발 등 어디서나 올 수 있는 심각한 암입니다. 잘 치료만 하면 항암제만으로도 완치할 수 있지만, 시기를 놓치면 어려워집니다."

혈액암의 일종인 림프종과 다발성 골수종 연구와 환자 치료에 헌신했던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서철원 교수가 최근 별세했다.

서울아산병원 등 의료계에 따르면, 서 교수는 지난 18일 세상을 떠난 후 지난 주말(19~20일)간 장례 절차를 마쳤다. 자세한 사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서 교수는 올해 8월 말 정년을 앞두고 있었다.

고인은 림프종을 비롯해 다발성 골수종, 백혈병 등 혈액암 분야의 권위자였다. 과거 국내에는 생소했던 질환인 만큼 일평생을 관련 연구와 교육, 환자 치료에 전념했다.

환자의 생존율과 생존 기간을 개선할 수 있는 항암 치료제 연구에 몰두했으며, 2006년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학술지(JCO) 게재를 비롯해 국제적으로 성과를 인정받은 다수의 연구 논문을 저술했다. 2017년에는 대한혈핵학회‧림프종연구회 소속 동료들과 공동 저서인 《림프종 바로알기》를 출간하기도 했다. 수련 교육을 받던 레지던트들로부턴 '올해의 스승상'을 받을 정도로 후학 교육에도 힘썼다.

서 교수는 항암 치료를 시작하기 전에 함께 진료실 밖에 나가서 환자를 복도를 걷거나 계단을 오르게 하는 방식으로 체력을 점검했다. 만약 환자가 힘에 부치는 모습을 보이면 체력 회복 방법을 알려주고 자신감을 심어준 뒤 치료를 시작했다. 이런 환자 중심의 치료는 뛰어난 치료 성과로 이어졌다.

환자를 치료할 땐 오래 전부터 무릎을 굽혀 환자 옆에서 이야기 하는 '눈높이 회진'을 실천하는 등 친절하고 힘을 북돋아주는 의사로도 정평이 났다.

과거 서울아산병원 원내 소식지에서 눈높이 회진에 대해 서 교수는 "림프절 환자는 주로 누워서 꼼짝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침대 위에서 내려다보면 상하관계가 된다"면서 "침대 옆에 꿇어앉아 환자를 대하면 환자분들이 편하게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회진을 마칠 땐 환자의 손을 꼭 잡아주는 등 환자를 응원하고 신뢰를 쌓기 위해 노력했다.

"병이라는 것이 의사가 치료해도 환자가 못 이겨내는 경우가 많은데 서로간에 신뢰가 생기면 훨씬 좋아지는 경우도 있거든요. 10년 전만 하더라도 신체 접촉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요즘은 왜 손 안 잡아주냐는 환자도 많습니다."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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