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폼에 절여진 뇌 구해라… ‘도파민 디톡스’ 방법은?

쾌락과잉 반작용 움직임…실제 '뇌 리셋' 효과는 논란

숏폼 중독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도파민 디톡스’가 새로운 웰빙 트렌드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틱톡 동영상을 비롯해 자신에게 쾌락을 주는 자극제들을 일정 기간 끊는 것이다. 쾌락 과잉의 시대라고 불릴만큼 쏟아지는 콘텐츠에 지친 이들이 찾아낸 대안이다. 최근 음악인 코드 쿤스트가 방송 프로그램 나혼자 산다에 나와 스마트폰 중독 진단을 받고 10시간 디지털 디톡스에 도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뇌에 끊임없는 자극을 주는 탓에 ‘도파민 기계’라는 별명이 생긴 틱톡에서마저 도파민 디톡스(#Dopaminedetox)가 주요 이슈 키워드로 부상했으며, 관련 영상 조회수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도파민이 뭐기에… “쾌락 과잉은 오히려 고통을” 

‘행복 호르몬’이라는 별명을 가진 도파민은 의욕과 활기의 원천이자 우리가 성취, 쾌락같은 즐거움을 느낄 때 나온다. 그러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지나칠 경우 우리 뇌는 쾌락과 자극만 찾는다. 흥미 있는 부분에는 집중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에는 흥미와 의욕을 잃는다. 결국 무기력감이나 우울감에 시달리게 된다.

스마트폰 등장 뒤 도파민에 대한 문제 의식은 최근 점차 커지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의대 교수이자 스탠퍼드대학 중독치료 센터를 이끄는 정신과 의사인 애나 렘키가 도파민 법칙에 대해 쓴 책 ‘도파민네이션’은 국내 발간 1년이 지난 뒤에도 주요 서점에서 인문 분야 판매 10위 권에서  들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렘키 교수는 “오늘날 큰 보상을 약속하는 자극들은 양, 종류, 효능 등 모든 측면에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증가했다”면서 “디지털 세상의 등장은 이런 자극들에 날개를 달아주었으며, 스마트폰은 컴퓨터 세대에게 쉴 새 없이 디지털 도파민을 전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급격히 소비가 늘고 있는 숏폼 동영상은 도파민 과잉의 대표적 원흉이라는 지적이 나온다.게다가 틱톡이나 유튜브 숏츠와 같은 숏폼 동영상 소비가 뇌에 부정적 미치는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뿐만아니라, 주의집중이 가능한 시간마저 줄인다는 것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칼럼리스트인 줄리 자르곤은 최근 “틱톡이나 릴스와 같은 짧은 형식의 콘텐츠를 지나치게 많이 소비한 청소년이나 어린이들은 즉각적인 만족을 제공하지 않는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더 힘들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클리브랜드 클리닉의 어린이 주의 및 학습센터의 임상책임자인 마이클 매너스는 WSJ과의 인터뷰에서 “아이들의 뇌가 끊임없는 변화에 익숙해지면 뇌는 사물이 그렇게 빨리 움직이지 않는 비디지털 활동에 적응하기 어렵게 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충동 끊어라”…과거보다는 유연해진 트렌드 

도파민 디톡스는 2019년에도 화제가 됐었다. 당시 도파민 디톡스 개념을 내놓은 사람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정신과 의사인 카메론 세파(Dr Cameron Sepah)다. 세파가 주장한 것은 정확히 ‘도파민 단식’으로 방법은 다소 극단적이다. 각종 전자기기를 보지 않는 것은 물론 식사, 음악, 운동 심지어 성관계도 제한한다.

당시 세파는 실리콘밸리의 임원들도 이같은 방법으로 뇌를 ‘리셋’하고 있다고 주장해 큰 관심을 받았으며 미국 직장인들에게 인기를 끌기도 했다. 다만 이후 UC 샌프란시스코의 신경과학자인 조슈아 버케 박사 등이  도파민 단식의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실제로 뇌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도파민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충동적 행동에서 벗어나는 것은 건강상에 이로우며, 집중력 향상과 맑은 정신과 같은 이점이 있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최근에 유행하고 있는 도파민 디톡스는 이전보다 덜 극단적이다. 짧은 주기의 스마트폰 금욕을 도입하는 것이다. 다양한 사용자들은 온라인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디톡스가 효과가 있다고 말하고 있으며, 디톡스를 통해 더 많은 성취감과 자극을 받았다는 경험담도 올라오고 있다. 소셜미디어(SNS)를 오히려 도파민 디톡스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이다.

최근 유행하는 도파민 디톡스의 방법은 개인마다 다르다. 다만 대략적인 가이드라인도 디톡스 경험자들은 공유하고 있다. 일단 1) 디톡스의 대상을 확실히 정한다. 자신의 중독적 행동이 어디서 오는 지를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 대상은 소셜 미디어에서 비디오 게임, 온라인 쇼핑에 이르기까지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자신의 생활 습관을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것은 디톡스의 첫 단계다. 2) 금지가 아니라 긍정적 변화라는 인식이 중요하다. 미국 매체 타임지는 “디지털 디톡스의 목표는 자신의 습관을 이해하고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마지막은 3) 건강한 습관을 대안으로 만는 것이다. 소셜미디어를 하는 시간에 산책을 넣거나, 텔레비전을 보는 시간이 많았다면 그 시간에 운동 수업을 넣는 식의 방식을 택하는 것이다.

물론 목표를 정한 뒤 생활 습관을 기록하는 것은 성공을 위해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다. 물론 각종 소셜미디어에서는 하루 이틀 동안 디톡스를 시도했다가 좌절하는 경험들이 올라오고도 있지만, 작은 성공을 통해 성취감을 느꼈다는 이들도 있다.

정신건강 및 심리상담 전문가인 윤희경 용인정신병원 스마트낮병원 센터장은 “작은 성공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는 것은 중독을 끊어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이다.”라면서 “자신이 해냈다는 느낌이 주는 도파민이 오히려 도파민 중독을 이겨내는 가장 좋은 도구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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