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밖에서 뛰던 소년 심장, 가슴속에서 다시 뛴다

발병률 0.0005% 심장이소증 인니 소년, 세브란스병원서 수술 성공

미카엘군이 어머니와 함께 산책을 하고 있다. [사진=세브란스병원]
100만 명 중 5명 정도로 발생하는 심장이소증. 심장이 몸 바깥으로 튀어나와 있는 원인 불명의 희소질환으로 심장이소증(ectopia cordis)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들은 90% 이상 사망한 채 태어나거나 출생 후 사흘을 넘기지 못한다.

세브란스병원은 이 희소질환을 가지고 태어난 인도네시아의 미카엘(7세) 군을 지난 6월 한국으로 초청, 수술에 성공했다고 17일 밝혔다.

미카엘의 심장 CT 등 현지 검사자료를 확인한 한석주(소아외과), 정조원(소아심장과), 신유림(심장혈관외과) 교수팀은 수술 전 심도자술, 뇌 MRI 등 추가 검사를 진행했다. 검사 결과는 예상보다 심각했다. 심장은 멀리서도 보일 만큼 큰 혹처럼 몸 밖으로 나와 있었고, 두 개가 있어야 할 심실이 하나밖에 없는 ‘기능성 단심실’이었다.

폐로 혈류를 보내는 폐동맥이 없고, 네 개여야 할 심장 판막도 하나밖에 없어서 혈액이 역류했다.전신과 폐를 순환한 혈액이 하나의 심실로 유입돼 심장에 무리가 갔다. 또 두 혈액이 심장 내에서 섞여 만성 저산소증까지 발생해 심장은 물론 뇌 등 타 장기의 기능 저하까지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수술을 집도한 한석주, 신유림 교수는 심장을 체내로 넣기 위해 우선 가슴과 복부를 구분하는 근육인 횡격막을 인공재료로 새로 만들었다. 심장이 들어갈 만한 공간이 가슴에는 충분치 않아 복부를 이용하기 위해서였다. 이에 더해 단심실 내에서 혈액이 잘 섞일 수 있도록 하는 심방중격 절제술, 판막 역류를 막는 판막 성형술까지 동시에 진행했다.

수술 부위를 인공재료로만 덮어 놓고 경과를 지켜봤다. 당장 봉합해버리면 부어 있던 심장이 체내로 들어가면서 압력이 가해지는 등 무리가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틀 후 심장 부기가 빠지면서 봉합까지 마무리할 수 있었다.

수술 전 미카엘의 모습 .[사진=세브란스 병원]
미카엘은 현재 다른 아이들처럼 엄마의 손을 잡고 병동을 돌아다니며 회복 중이다. 수술을 집도한 신유림 심장혈관외과 교수는 “심장이 체외로 튀어나와 있을 뿐만 아니라 두 개가 있어야 할 심실도 하나뿐인 채로 오랜 기간 치료를 못 받은 미카엘이 수술을 잘 견딜 수 있을지 걱정했다”며 “소아심장과소아외과 교수진들과 협진으로 심장 기능을 최대한 회복시킨 뒤 수술을 마치고 미카엘이 잘 걸어 다니는 모습을 보니 무척 뿌듯하다”고 전했다.

이번 수술은 세브란스병원의 의료 소외국 환자 초청 치료 프로그램 ‘글로벌 세브란스, 글로벌 채리티’(Global Severance, Global Charity)로 성사됐다. 세브란스병원은 2011년부터 경제적인 문제와 의료수준의 한계로 고통받는 해외 환자를 초청해 치료를 돕고 있다. 현재까지 총 88억 원 상당의 병원 내외의 지원금을 통해 아이티, 케냐 등 29개국 226명의 환자를 초청 치료했다. 약 3억 원 상당의 이번 미카엘 군의 수술 및 입원 치료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진행됐으며, 외부 후원단체 (사)글로벌사랑나눔, 한국심장재단, 한국기독공보 등의 후원도 있었다.

    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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