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타고 있다… 1℃ 상승마다 정신질환도 증가

기후위기 자체가 스트레스 요인이기도

더위는 폭력 범죄와 공격성의 증가, 정신 질환으로 인한 응급실 방문과 입원, 특히 조현병, 치매, 정신병 및 약물 사용을 가진 사람들의 사망과 관련이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수은주를 치솟게 하는 더위가 신체건강뿐 아니라 정신건강까지 해친다는 사실이 최근 속속 밝혀지고 있다. 심지어 기후변화 자체가 정신적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고 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NYT)가 10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폭염이 더 격렬해지고, 더 자주 그리고 더 길어지면서, 정신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해결하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졌다고 과학자들은 지적했다. 미국 정신의학협회(APA)의 산하 기구로 2년 전에 설립된 ‘기후변화와 정신건강 위원회’의 위원장인 조슈아 위첼 박사는 폭염의 정신적 영향에 대한 “진정한 인식이 지난 5년간 이뤄졌다”면서 “이 위원회가 왜 존재하는지에 대한 기초 생물학적 이해도 아직 초기 단계”라고 말했다.

그런 연구 중 하나는 높은 기온이 자살의 증가와 강하게 관련이 있다는 것이었다. 더위는 폭력 범죄와 공격성의 증가, 정신 질환으로 인한 응급실 방문과 입원, 특히 조현병, 치매, 정신병 및 약물 사용을 가진 사람들의 사망과 관련이 있다.

2012년《영국정신의학저널(The British Journal of Psychiatry)》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섭씨 1도가 상승할 때마다 정신병, 치매 또는 약물사용 환자사이에서 사망 위험이 거의 5%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2018년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기온상승과 관련된 자살이 0.7% 증가했다. 2013년 《사이언스》와 2016년 《기후변화(Climatic Change)》에 각각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기온상승으로 인해 살인을 포함한 대인관계 폭력이 약 4%에서 6% 증가했다.

더위 때문에 정신질환도 악화 

더위는 짜증과 분노와 같은 감정을 부채질할 뿐만 아니라 불안, 조현병 및 우울증과 같은 정신 질환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노인, 청소년 및 기존 정신 질환을 가진 사람은 특히 취약하며, 주택이 없거나 사회 경제적 지위가 낮은 사람들도 그렇다.

지난해 《미국의학협회저널 정신의학(JAMA Psychiatry)》에 발표된 획기적 연구는 민간 보험에 가입한 2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정신질환으로 인한 응급실방문이 여름 중 가장 더운 날이 5,6일 지속됐을 때가 여름 중 가장 시원한 날에 비해 훨씬 더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해당 연구를 이끈 미국 보스턴대 공중보건대학의 암루타 노리 사르마 교수(환경역학)는 폭염에 대처할 준비가 덜 되어 있기 때문인지 미국 북부 지역에서 증가 폭이 더 컸다고 밝혔다. 이러한 차이는 기분 및 불안 장애, 스트레스 장애, 조현병, 약물 사용 장애 및 자해를 포함한 다양한 정신 건강 상태에 걸쳐 분명히 나타났다. 사르마 교수는 “극한의 열은 사람들의 정신 건강 증상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보이는 외부 스트레스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정신 건강 문제들은 신체적인 문제들의 연장일 수 있다. 미국 베일러의대의 정신과 의사인 아심 샤 교수는 최근 오후가 됐을 때 모든 환자들의 맥박이나 심장 박동수가 3개월 전보다 더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그 심박수의 증가는 여러분의 불안을 증가시킬 수 있다”면서 “열은 많은 신체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이것은 많은 감정적인 그리고 정신적인 변화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기분, 불안 및 우울증과 연관된 신경 전달 물질인 세로토닌은 또한 체온을 감지하는 신체의 능력을 조절한다. 햇빛과 열의 증가가 세로토닌 분비수준을 높이게 되면 기분의 변화, 공격성 및 과민성을 초래할 수 있다. 항생제, 베타 차단제, 일부 항우울제 및 항히스타민제를 포함하여 널리 사용되는 다양한 약물은 또한 신체의 체온을 감지하고 조절하는 능력에 영향을 미친다.

널리 사용되는 리튬을 포함하여 정신분열증, 우울증 및 양극성 장애에 대해 처방된 약물은 신체가 땀을 흘리고 스스로를 냉각하는 능력을 손상시킨다. 극단적인 열과 땀은 체내 리튬 수준을 독성 수준으로 집중시킬 수 있으며 심각한 신체적, 정신적 문제와 심지어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샤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햇빛과 상호작용하는 이들 약을 복용하는 환자들을 잘 준비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약물은 갈증을 억제하고 위험한 수준의 탈수를 초래할 수 있다. 알코올, 카페인 및 소변 생산량을 증가시키는 일부 약물은 탈수, 정신 문제 및 혼란을 동반할 수 있다.

워첼 박사에 따르면 고온이 정신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간접적인 경로가 있다. 더운 날씨에 일부 농작물은 아연, 철분 및 기타 미세영양소를 덜 흡수한다. 이러한 영양소의 부족은 신경 발달 장애를 포함한 정신 의학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기온 상승, 병원균 운반한는 진드기 활동범위도 넓혀 

기온 상승은 정신 의학적 및 신경학적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병원균을 운반하는 진드기 같은 질병 매개체의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열은 또한 알레르겐(알레르기 유발물질)과 오염 물질을 증가시키고 공기의 질을 악화시키며, 이는 단독으로 불안과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

더위는 기후 변화의 한 측면일 뿐이며, 그것이 정신 건강에 미치는 즉각적인 영향은 더 큰 실존적 위협에 대한 감정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수 있다. 지난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은 기온 상승, 이주, 기근, 경제적, 사회적 손실이 극심한 불안과 슬픔, 스트레스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부간 패널이 채택한 보고서는 어린이, 청소년, 노인 및 만성 건강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특히 취약하다고 경고했다.

과학자들은 불안, 공포, 슬픔, 수치심, 죄책감과 같은 우리 주변에 나타나는 환경 변화에 의해 유발되는 다양한 감정을 설명하기 위해 ‘기후 고통(climate distress)’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불안증이나 우울증을 지닌 사람은 훨씬 더 대처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의 기후변화와 정신건강 프로그램 책임자인 브릿 래이 박사는 “올해가 우리의 남은 인생에서 가장 멋진 여름일 수도 있다는 것은 불행하게도 사실일 수 있으며 그렇기에 불안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람들은 종종 어려운 감정에 대처하기 위해 인지행동치료, 약물 또는 기타 전략에 의존한다. 래이 박사는 “기후위기에 관한 한 그러한 개입은 실패한다”면서 “왜냐하면 위협이 그저 인식의 문제가 아니라 실재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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