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 화가난다”… 자주 ‘킹’받으면 심장은 ‘쇼킹’

생존과 변화를 이끄는 자연스러운 감정...제대로 다스리고 배출해야

분노 자체는 나쁜 감정이 아니지만 이를 잘 배출해 다스리는 게 중요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층간소음으로 인한 폭력사태나 ‘묻지마 칼부림’ 등 범상치 않은 소식이 자주 들린다. 억눌린 화를 잘못된 대상에게 잘못된 방식으로 풀고 있는 것이다. 뉴스 보도에 따르면 신림역 칼부림 사건을 일으킨 남성은 자신만 불쌍하고 피해자라는 생각에 이처럼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한다. 유명인이 사회적 이슈와 관련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지나치게 분노하며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이나 악플을 쏟아내는 사람도 늘고 있다. 우리는 대체 왜 이렇게 화로 가득찬 걸까.

나쁜 감정은 아냐, 스스로를 지키는 보호 장치

사실 ‘화’라는 것 자체는 나쁜 감정이 아니다. 오히려 아주 건강하고 반드시 필요한 감정 중 하나다. 분노는 생존을 위한 생물학적 반응으로 ‘투쟁이나 도피’ 반응의 일부다. 초기 인류에게는 위험한 상황을 극복하거나 피할 수 있게 이끈 생존을 위한 중요한 감정이었다.

지금은 과거처럼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극단적인 상황은 많지 않으나 여전히 분노는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원하는 목표를 이루는 데 장애물이 있거나 사랑하는 사람이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자신이 무시를 당하거나 힘을 잃었다고 느낄 때 치밀어 오르는 분노가 행동과 상황의 변화를 이끄는 동기를 제공할 수 있다.

분노는 무언가 잘못되거나 불공평하다거나,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스트레스와 두려움에 대한 반응이다. 결국 화가 넘치는 사회가 됐다는 것은 지금 이곳이 지나친 스트레스와 불안감, 두려움이 가득해 우리의 삶이 고달프다는 의미다. 사회적, 국가적 차원에서 모두를 위한 변화가 필요하다는 경고음이라고 볼 수도 있다.

지나친 ‘화’가 심장병까지 일으켜

지나친 분노는 건강까지 해칠 수 있어 위험하다. 미국 건강정보매체 ‘프리벤션(Prevention)’은 하버드대 연구 결과를 인용해 폭발적으로 화를 자주 내는 사람이 화를 낸 후 2시간 내 심장마비를 일으킬 확률이 보통 사람에 비해 약 5배 높다고 소개했다. 뇌졸중 위험은 3배 이상 늘어난다.

분노 자체가 심장마비를 일으킨다고는 할 수 없지만 불안한 상황이나 이로 인해 화난 상태가 지속될 경우 우리 몸이 도피-투쟁 모드로 전환해 혈압 상승, 혈관 협착, 혈액 응고 증가 등 증상을 보일 수 있다. 근육 긴장도도 높아져 만성 요통이나 긴장성 두통을 유발한다.

깊은 심호흡, 나만의 배출구로 화를 다스려야

분노는 환경의 변화와 생존을 위해 필요한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따라서 개인에게 있어 화 그 자체보다는 이 감정을 어떻게 다스리고 적절히 분출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다행히 분노는 막을 새도 없이 찾아오는 실망, 좌절 등과는 달리 이러한 감정으로 인해 생기는 2차적 감정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자기 통제가 가능하다.

무작정 참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니다. 분노를 속으로 삭히면 이유는 말하지 않고 비판적이고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는 등 수동적이고 공격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대한 과격하지 않게,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만큼 감정을 뱉어 내도록 노력하는 게 좋다.

미국 건강정보매체 ‘웹엠디(WebMD)’는 화가 날 때 어떤 신체 반응이 있는지 유심히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분노를 나쁜 것이라 여기고 신호를 무시하면 나중에 한꺼번에 밀려오는 감정을 제어하기 어렵다. 갑자기 얼굴이 후끈거리고 붉어진다거나 심장이 두근거리고 목소리가 격양되는 것 등이 분노가 밀려오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날 경우 말이나 행동, 결정을 하는 속도를 늦추거나 깊은 심호흡을 하면서 다음에 해야 할 행동이 무엇인지 생각할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 심호흡으로 화가 잘 가라앉지 않는 다면 ‘진정해’, ‘긴장 풀자’와 같은 스스로를 격려하는 말을 되뇌어 보자.

화가 날 때는 자신을 화나게 한 일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알고 있는 사실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묻는 과정이 필요하다. 자신이 모르고 있는 상대의 입장이나 상황이 있을 수 있음을 상기하도록 하자. 예를 들어 운전 중에 마찰이 있었다면 상대가 내가 무리한 끼어들기를 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니면 상대 운전자가 몸이 좋지 않거나 응급실 같은 급한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닌지 등을 떠올려 사실을 확인하는 게 좋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지금 느끼는 감정이 정당한 것인지 아니면 자신이 너무 피곤하거나 스트레스가 많아 화풀이를 한 것은 아닌지 살필 수 있다.

음악 등 예술 활동이나 규칙적인 운동으로 기분을 환기하거나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바꾸기 위한 사회운동에 참여하는 것도 화를 다스리는 긍정적인 방법이다. 나만의 분노 배출구를 찾는 것이다.

화가 나는 상황이나 감정에서 벗어나고자 약물이나 술에 의존하는 것은 오히려 자제력을 떨어뜨려 더 많은 실수나 폭력적인 행동을 할 수 있으니 주의하자. 다른 이의 행복한 모습만 엿보게 해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느끼게 하는 소셜미디어를 멀리하는 것도 시도해 볼 만한 방법 중 하나다.

    김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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