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는 면봉을 싫어해… “왜 자꾸 찌르나”

[닥터뷰] 고려대 안암병원 이비인후과 임기정 교수

귀가 간지럽거나 물이 들어가면 무의식적으로 면봉을 찾게 된다. 하지만 당뇨, 고령자 등은 면봉 사용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귀가 간지럽거나 물이 들어가면 무의식적으로 면봉을 찾게 된다. 면봉 사용이 귀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왠지 귀를 파지 않으면 찝찝함이 가시지 않아서다. 귓속의 귀지를 제거했을 때의 쾌감이 좋아 면봉으로 귀를 후비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하지만 특정 질환이 있거나 감염에 취약한 이들은 면봉 사용에 더욱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당뇨, 고령자 등 ‘귀 염증’ 주의

고려대 안암병원 이비인후과 임기정 교수는 당뇨가 있거나 면역력이 약한 이들 등은 귀에 염증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이들은 건강한 사람보다 악성 외이도염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임 교수는 “당뇨병 환자, 면역 저하자, 고령자는 귀에 작은 염증이 발생하더라도 머리 안쪽으로 타고 들어 악성 외이도염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신경이 마비되거나 생명이 위험한 상황까지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외이도에 생긴 염증이 머리를 구성하는 뼈인 두개골 등으로 퍼져 안면신경마비와 같은 신경학적 부작용 등을 유발하는 악성 외이도염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외이도염은 귓바퀴에서 고막까지 이어지는 통로에 염증이 생긴 질환으로 여름철 흔히 발생한다. 무더운 날씨에 귓구멍 자체가 습해지거나, 물놀이를 한 뒤 귀를 후비면 세균, 곰팡이 등이 번식하기 쉽기 때문이다.

임 교수는 “외이도염 환자는 1년 중 약 44%는 6~8월에 몰려 있을 정도로 여름철에 많다”며 “(가정에서 임의로) 면봉으로 귀를 청소하다가 귀에 자극이 과할 경우 녹농균이나 포도상구균과 같은 세균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아 외이도염에 걸릴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외이도염 증상이 심하면 방치하지 말고 이비인후과에서 귀 상태를 확인하고 적절한 진통제, 항생제를 이용해야 한다”며 “항생제를 먹더라도 평소에 귀를 깨끗이 관리하고 잘 말리는 습관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면봉으로 귀 청소 하지 말기…올바른 귀 관리법은?

귀를 건강하게 관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식상한 소리로 들릴 수 있지만, 면봉을 사용하는 습관부터 버리는 것이 기본이다. 귀는 면봉을 싫어한다. 잦은 면봉 사용은 귀에 상처를 입히고 염증을 유발한다. 그 결과 외이도염을 비롯 외상에 의한 고막 천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외상성 고막 천공은 고막이 외부 충격으로 찢어지거나 구멍이 나서 청력이 감소할 수 있는 질환이다.

임 교수는 “면봉으로 귀를 너무 깊게 찌르면 상처가 날 뿐만 아니라 고막이 손상돼 외상성 고막 천공이 생길 수 있다”며 “귀 안의 상처는 외이도염에 걸릴 확률을 높이고 다양한 귀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며 집에서 면봉으로 귀 청소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귀를 습하게 만드는 행동도 줄이는 것이 좋다. 귀의 입구를 막는 커널형 이어폰 사용을 자제하고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활용해 귀의 부담을 줄이는 것이다. 목욕이나 물놀이 뒤에는 물을 억지로 빼내려고 해선 안 된다. 물이 들어간 귀를 바닥 쪽으로 눕혀 물이 바깥으로 흘러나오도록 돕고, 찬 바람으로 귀를 말리는 방법이 권장된다.

임 교수는 “커널형 이어폰은 귀를 습하게 할 뿐만 아니라 외이도에 자극을 줄 수 있어 헤드폰이나 골전도 이어폰(진동으로 소리를 전달하는 이어폰)을 쓸 것이 권장된다”며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활용해 귀에 부담을 최소화하고, 이어폰이나 헤드폰 등에 먼지와 세균 등이 묻지 않도록 위생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거즈나 수건을 바닥에 대고 물이 들어간 귓구멍을 바닥 방향으로 눕혀 자연적으로 물을 빼내는 것이 좋다”며 “손 선풍기, 드라이기의 시원한 바람으로 귀를 말리는 것도 귀 건강에 이로운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최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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