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조’ 뜨거워지는 폐암 치료 시장… “궁극적 목표는 환자여야”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두고 유한양행·AZ 갑론을박

폐암 치료제 시장의 경쟁이 나날이 뜨거워지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폐암 치료제 시장의 경쟁이 뜨겁다. 유한양행은 최근 글로벌 비소세포폐암 표적항암제 시장을 주도하는 아스트라제네카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의 임상 3상 결과 발표, 1차 치료 보험 확대 시점까지 무상공급을 선언하는 등 과감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폐암은 국내 암 사망원인 1위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체 암사망자의 22.9%가 폐암으로 사망했다. 특히 폐암의 5년 생존율은 36.8%로 다른 암종 대비 낮은 편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뚜렷한 증상이 없어 감기나 폐렴과 혼동하고 적절한 진단 시기를 놓치는 환자가 많기 때문이다.

폐암도 원인이나 특성에 따른 다양한 종류가 있다. 그 중 가장 흔한 유형은 비소세포폐암으로, 비교적 진행 속도는 느리지만 주변 조직과 전신으로 전이된다. 통상 국내 폐암 환자의 80~85%가 비소세포폐암으로 분류되며 이들 중 30~40%에서는 EGFR 유전자 변이가 관찰된다.

가장 흔한 암종인만큼 치료제 시장의 규모도 클 수밖에 없다. 업계와 의료계 등에선 글로벌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시장 규모를 약 37조 원으로 추정한다.

▶유한양행, 폐암치료제 시장에 ‘도전장’

EGFR 변이가 확인된 비소세포폐암의 치료에는 주로 표적항암제를 쓴다.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것은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다. 미국 종합암네트워크(NCCN)의 치료 가이드라인에서도 사용을 권고하고 있는 약품이다. 2015년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2차 치료에 대한 승인을 받았고, 2018년에는 1차 치료 사용도 허가됐다.

국내에선 유한양행이 개발한 렉라자가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렉라자는 2021년 EGFR 비소세포폐암 2차 치료에 사용하도록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다. 지난달 30일엔 1차 치료에도 처방하도록 확대됐다. 현재 유한양행은 단기적으론 1차 치료에서 보험 급여 적용을, 장기적으론 FDA의 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

10일 유한양행은 ‘렉라자 1차 치료 허가 기념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유한양행]
지난 10일 유한양행 조욱제 대표는 “투병만으로도 힘든 폐암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겠다”며 “1차 치료로 보험 급여가 확대될 때까지 렉라자를 무상으로 공급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내 신약 중 보험 급여 등재 전까지 무제한으로 의약품을 무상 지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한양행은 내년 중으로 렉라자가 1차 치료까지 건강 보험 급여가 확대 적용될 것을 전망하고 있다. 임상을 통해 아시아인과 한국인에 대한 효과를 입증했다는 이유에서다. 임상 3상에서 1세대 표적항암제 ‘이레사(성분명 게피티니브)’에 비해 무진행 생존기간을 개선하는 등 더 우수한 임상 결과를 얻기도 했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렉라자는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하리란 기대를 받는다. 타그리소의 ‘독주 체제’에 제동을 걸 국내 신약이 등장한 것이다.

▶아스트라제네카 “국제 표준치료법은 여전히 타그리소”

이러한 움직임에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도 견제구를 던졌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12일 ‘폐암 아카데미’를 주제로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타그리소의 임상적 유용성과 우위성을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날 연자를 맡은 한국아스트라제네카 임재윤 의학부 전무는 “이미 66개국에서 타그리소에 대한 1차 치료 급여를 적용하고 있으며, 이는 타그리소의 탁월성을 인정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 의학부 임재윤 전무가 12일 ‘폐암 아카데미’에서 발언하고 있다. 장자원 기자

그는 “국제 표준치료법으로 인정받는 3세대 타그리소가 있는데 굳이 1세대 의약품과 임상 데이터를 비교한 것은 적절치 못하다”며 렉라자를 직접 겨냥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어 발표에 나선 양미선 사업부 전무는 “(렉라자의 개발과 성공은) 거시적인 차원에서 환자들에게도 제약사에게도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그 과정에서 통계적으로·임상학적으로 잘못된 정보를 활용해 마케팅하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렉라자의 무상공급은 길게 지속할 수 있는 옵션은 아니다. 오히려 빠른 보험 급여 적용을 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희석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양 전무는 “결국 양사의 궁극적인 공동 목표는 환자의 치료가 되어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유한양행과 함께라도 1차 치료 환자에게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앞당길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아스트라제네카는 폐암 치료제 시장의 우위성 확보를 위해 일본의 다이이찌샨코와 공동으로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다토포타맙 데룩스테칸’을 개발하는 등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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